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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평신도
  • 2013년 여름 / 계간 4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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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지금] 신앙에 물주기 │ 기도 편
첨부 작성일 2018-04-30 조회 554

신앙에 물주기 │ 기도 편

손희송 베네딕토 신부
(한국천주교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담당사제)

 

 

 



올해는 교황청이 선포한 ‘신앙의 해’입니다.
계간 <평신도>에서는 신앙의 의미를 새롭게 되새기고
굳건한 믿음의 바탕을 마련하기 위해
‘신앙의 해 특집 - 신앙에 물주기’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신앙은 하느님의 말씀과 전례, 기도와 나눔을
통해 성장합니다.
손희송 베네딕토 신부님의 연재로
어떻게 하면, 하느님의 말씀에 더 가까워지고,
현존하는 하느님을 만날 수 있는지 알아봅니다.


‘신앙의 해 특집 - 신앙에 물주기’글 싣는 순서
* 봄 ------ 말씀 편
* 여름 ------ 기도 편
* 가을 ------ 전례 편
* 겨울 ------ 나눔 편

 



 

사랑이신 하느님은 우리를 참된 행복에로, 곧 당신과의 친교에로 초대하십니다. 이 초대에 합당하게 응답하는 것이 신앙입니다. 그런데 하느님의 초대에 응답하는 신앙인이 되는 것은 단 한 번에 완성되지 않습니다. 그 응답이 흔들림 없이 굳건하게 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애써야 합니다. 부부의 연을 맺는 두 남녀는 결혼식에서 서로 사랑하고 신의를 지키겠다고 약속을 하는데, 평생 그 약속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더라도 그 응답에 충실하게 살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러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가장 앞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기도입니다. 기도는 하느님과 만나는 시간입니다. 사람과의 관계도 만남을 통해서 돈독해지듯 하느님과의 관계도 기도를 통해서 돈독해집니다. 누구보다도 성부와의 깊은 친교 속에 사셨던 예수님은 꾸준히 기도하셨습니다. 그분은 밤늦게 외딴 곳에 가셔서, 혹은 이른 아침 제자들이 아직 잠자고 있을 때 홀로 기도하셨습니다. 식사할 틈도 없이 매우 바쁘게 사셨지만 자주 아버지 하느님께 기도하는 시간을 가지셨습니다. 또한 중요한 순간마다 기도하셨습니다. 열두 사도를 뽑기 전에 밤 새워 기도하셨고, 수난을 앞두고 겟세마니 동산에서 피땀을 흘리며 기도하셨습니다(루카 22,39-44 참조).

 

기도는 예수님 삶의 원동력이었습니다. 이런 기도 덕분에 예수님은 여기저기 옮겨 다니시면서 복음을 선포하시고 몰려드는 병자와 가난한 이들을 돌보는 바쁜 일상을 견디실 수 있었습니다. 또한 제자들의 지속적인 이해부족과 나약함에도 낙담하지 않으시고, 반대자들의 비난과 저항에 굴하지 않으시면서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굳건히 하느님 아버지의 뜻에 실천하실 수 있었던 것도 기도의 힘이었습니다.


주님께서 기도를 하셨으니 그분을 믿는 이들도 당연히 기도를 해야 합니다. 기도를 하지 않으면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려는 마음이 서서히 약해집니다. 그러면서 점점 더 영적인 귀가 닫히고 마음이 메말라져서 하느님의 말씀이 따분하게 여겨지고, 세상의 목소리에 점점 솔깃하게 됩니다. 물을 주는 않으면 화초가 시들어 말라 죽듯이 기도를 하지 않으면 신앙은 생기를 잃고 사라져버립니다.


그러면 어떻게 기도해야 할까요? 어느 수사 신부님은 기도에 대해 매우 유익한 지침을 제시하십니다. “‘감정에 따라, 기분에 따라 기도하지 말고 좋든 싫든 기쁘든 슬프든 의지적으로 매일, 꾸준히, 규칙적으로 기도하십시오.’ 이것이 기도생활의 기본 원리입니다. 우리의 기도생활은 요령이나 지름길도 없고 도약이나 비약도 없습니다. 기도는 이론이나 기술이 아니라 삶이요 실천이요 수행입니다. 잘하고 못하고가 없고 지금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기도생활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장거리 경주와 같습니다. 뭔가 특별한 것을 기대하지 마십시오. 기도생활에 뭔가 특별한 것을 기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나무가 며칠 사이에 부쩍 자라는 게 아니라 꾸준히 보이지 않게 자라듯 기도생활의 성장도 그러합니다. 꽃이 폈다 하여 당장 열매를 기대할 수 없고 열매가 익어가는 때를 기다려야 하듯 기도의 열매도 그러합니다. 그러니 열매의 결과는 하느님께 맡기고 쉬지 않고 꾸준히 하면 마침내 이룰 수 있다는 믿음으로 소처럼 한 걸음 한 걸음 항구히 기도하십시오.”(이수철, 「영원한 청춘을 살 수 있는 방법」,『생활성서』 2009년 6월호 39쪽.)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낙심하지 말고 끊임없이 기도하라”(루카 18,1-8 참조)고 명하셨습니다. 기도는 ‘의지적으로 매일, 꾸준히, 규칙적으로’ 해야 합니다. 운동도 의지적으로 매일 꾸준히 규칙적으로 해야 효과가 있듯이 기도도 그렇습니다. 한국의 순교자들이 바로 그렇게 기도했습니다. 그들은 신부님을 만나 성사의 도움을 받을 기회가 매우 적었지만, 꾸준히 조과(아침기도), 만과(저녁기도), 매괴신공(묵주기도) 등을 바치면서 신앙생활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기도생활에서 힘을 얻어 웃으면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역시 일상 기도를 꼬박꼬박 바치다보면 기도의 힘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자주 무미건조하게 느껴지더라도, 때로는 분심과 졸음이 섞인 기도라도 매일, 꾸준히, 규칙적으로 바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러면 비록 특별한 느낌, 위로의 목소리, 뜨거운 감정은 없더라도 하느님이 내 곁에 계신다는 든든함을 느끼면서 마음의 평화와 확신을 얻을 수 있습니다.


기도에는 감사, 청원, 탄원, 호소 등 다양한 내용을 담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꼭 포함시켜야 하는 것은 내 뜻보다는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청하는 것입니다. 이런 기도의 모범을 보이신 분이 예수님이십니다. 그분은 제자들에게 ‘주님의 기도’를 가르쳐 주시면서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청하라고 하셨습니다(마태 6,10 참조). 당신 스스로도 수난을 앞두고 그렇게 기도하셨습니다. “아빠! 아버지! 아버지께서는 무엇이든 하실 수 있으시니, 이 잔을 저에게서 거두어 주십시오. 그러나 제가 원하는 것을 하지 마시고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것을 하십시오.”(마르 14,36) 하느님은 예수님에게 수난의 잔이 비켜가는 길을 허락하지 않으시고, 당신 뜻대로 십자가를 지게 하셨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바로 인류를 죄와 죽음의 세력에서 구하는 길이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은 당장 눈앞의 즐거움이 아니라 궁극적인 행복을 원하십니다. 그래서 때로는 내가 청하는 것과는 다른 것을 이루어주십니다. 비록 우리가 출세하고 싶어서 탁월한 능력을 청하더라도, 하느님은 순종을 배우라고 나약함을 주시기도 합니다. 위대한 인물이 되고 싶어서 건강을 청하더라도, 하느님은 보다 큰 선을 이룰 수 있도록 병고를 주시기도 합니다. 행복하게 살고 싶어 부귀함을 청하더라도, 지혜로운 자가 되도록 가난을 주시기도 합니다.


매일, 꾸준히, 규칙적으로 그리고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도록 기도를 하게 되면 하느님과의 ‘채널’이 계속 열려 있게 되어, 그분의 부르심을 더 분명하게 듣고 그분의 손길을 확실하게 감지하게 됩니다. 기도를 통해서 하느님과의 친교 안에 머물게 되면 신앙에 위협이 되는 요소들을 밝은 눈으로 식별할 수 있고 그것을 이겨낼 힘을 얻게 됩니다.


하느님의 부르심에 합당하게 응답하여 그분과의 친교 안에 머무는 것이 구원입니다. 구원은 하느님의 선물이지만, 기도 없이는 그 구원 안에 머무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혹시 성사 없이 구원될 수 있을지 몰라도 기도 없이는 구원될 수 없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항구한 기도로 구원의 기쁨을 누리면서 그 기쁨을 이웃에게 전하는 신앙인들이 좀 더 많아지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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