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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특집] 9월 순교자 성월을 보내며
첨부 작성일 2018-04-27 조회 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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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순교자 성월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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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이냐시오 신부 (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 총무, 불광동 성당 주임)

 

겨자씨와 같은 작은 믿음, 작은 희생, 양보와 인내조차 제대로 실천하지 못한 채 세상 유혹의 단맛에 좇아 아무런 생각 없이 살아가는 우리에게 9월 순교자 성월은 참신앙을 일깨우는 죽비소리로 다 가온다.

 

올해 순교자 성월은 다른 때보다 주목받는 상황들이 있었다. 지난 2009년 교황청에 시복 청원서를 전달한 조선왕조의 순교자 124위와 증거자 최양업 신부의 시복 절차가 막바지에 다다르며 1~2 년 후 시복이 이뤄질 좋은 징조를 보이고 있다. 또한 ‘이벽 요한 세례자와 동료 132위’, ‘홍용호 프란치스코 보르지아 주교와 동료 80위’의 시복 추진도 진행되면서 한국 교회의 시복시성 운동이 기 도와 성지순례를 통해 열기를 더하고 있다.

 

서울대교구는 최근 서소문 성지 개발 추진의 결과로 ‘근린공원’이 조선 후기 시대 처형장이었던 ‘역사공원’으로 거듭나는 성과를 얻었다. 천주교 차원에서 최대 순교지가 될 이 성지를 중심으로 시 내 곳곳에 과거의 흔적을 찾아 좌우포도청, 의금부, 천주교 초기공동체 장소를 포함하여 새로운 순교성지순례 코스를 만들어 전국 주교들, 서울교구 사제들, 평신도들이 각각 순례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서울대교구의 순교성지순례운동에 대해 최근에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다음과 같이 축복을 내리셨다. “서울대교구 성지순례길과 이 길을 순례하는 모든 이에게 주님의 평화와 기쁨의 서약으로서 사 도적 축복(교황이 주는 축복, Apostolic Blessing)을 내립니다.”

 

한국천주교회는 내년에 ‘103위 시성식’30주년 을 맞으며 124인의 새로운‘순교 복자’를 배출하는 데 희망을 두고 있다. 103위 성인이 기해(1839)·병오(1846)·병인(1866)박해 순교자 중심이라면, 이번 청원자 124인은 이보다 앞선 시기인 신유박해(1801) 희생자가 다수를 차지한다.

 

만약 교황청이 순교자 124인을 심사하여 복자로, 성인으로 추대된다면 한국천주교회는 세계 유례없이 엄청난 규모의 순교성인들을 모시는 영광을 누리는 셈이다. 그러나 순교성인들이 얼마나 많 으냐가 우리 신앙의 척도는 아니다. 그분들의 후손인 우리가 이 시대 이 땅에서 어떻게 그분들의 순교정신을 이어받아 모범적인 신앙인으로 살아가느냐가 관건이다.

 

서울주보를 통해 자신의 암 투병생활과 투병으로 얻은 신앙체험을 알리며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줬던 최인호 베드로 작가가 순교자 성월 마지막 주에 세상을 떠났다. 투병생활 중 가장 고통스러웠 던 것은 글을 쓸 수 없다는 것이고, 작가가 아니라 환자라는 것이 제일 슬펐다고 고백했다. 그가 더 살아 있었다면 갖은 고통과 죽음을 당했던 순교자에 대한 글을 썼을 것이다. 그의 마지막 유작인  `최인호의 인생’에 소개된 소화 데레사 성녀의 ‘작은길’은 순교선열들이 보여준 신앙을 어떻게 이 시대에 실천해야 하는지 보여준다. “빨래를 하고, 청소를 하고, 음식을 만들 때도 데레사처럼 사랑으로 하고, 자식들을 아기 예수처럼 대하고, 아내를 성모님처럼 공경하고, 남편을 주님을 대하듯 사랑으로 가득 채울 수 있다면, 우리 가정은 성가정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최인호 작가는 이러한 작은 겨자씨의 믿음이 곧 하늘나라의 열쇠라고 말한다.

 

주님을 향한 작은 길로 가는 것이 곧 순교정신을 따르는 삶임을 더욱 더 깨닫기 위해 많은 신자들이 자주 순교성지순례를 한다. 성지순례는 신자라면 꼭 한번쯤 해야하는 신심행위 중에 1순위로 꼽힌다. 각 성지를 찾아 예수 그리스도와 그를 따랐던 성인, 순교자들의 흔적을 돌아보고, 그 모범을 따라 내 삶을 성찰하고 새로운 영적 변화를 다짐하는 기도하는 시간이다. 특히 순교성지 순례는 한국 신자들의 회심과 신앙쇄신의 큰 원동력이 되어왔다.

 

하지만 한국교회 순교성지순례는 성지관광으로 변질되어 '갈 때는 거룩하게 올 때는 놀면서’의 실태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어떤 성지순례 전문가는 이런 말을 한다. “한국교회 신자들의 성 지순례는 ‘볼 곳, 쉴 곳, 먹을 곳’세 가지를 찾아 나서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성지순례가 목숨까지 바쳐 신앙을 증거한 순교자들의 신심을 가슴으로 느끼고 배워 자기 삶 안으로 체화하는 여 정이 돼야 하는데 실상은 ‘바람쐬기’나 ‘친교’의 수단으로 전락해 있다는 날카로운 지적에 한국교회 전체가 진심으로 반성하고 올바른 성지순례문화로 정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한국교회의 순교역사는 가톨릭신자만의 전유물이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 일반 시민 누구에게나 순교 이야기가 보편적으로 수용될 수 있다. 125 위 시복시성 대상인 백정 황일광(시몬) 이야기는 우리 사회 소외계층이나 비정규직 차별 문제로 재해석할 수 있고, 동정부부 이야기는 성(性)이 상품 화되고 있는 시대를 향한 일침이자, 부부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우리 순교자들이 가진 순교 이야기는 연극, 영화, 도서, 오페라, 미술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위한 막대한 ‘문화원형’이 될 수 있다.

 

9월 순교자 성월을 보내며 필자의 본당에서 주일미사 강론 중에 순교자 성극이 있었다. 본당 신자들이 모여 한 달간 연습을 한 다음 분장과 소품을 사용하여 ‘이성례 마리아’를 무대에 올렸다. 약간 어색한 점은 있었지만 연극을 지켜보던 신자들의 눈에 눈물이 고여 있었다. 연극으로 재현된 순교 사건은 순교자에 대한 몇 마디 강론보다 훨씬 더 강한 메시지로 다가왔다. 나는 어떻게 순교정신 에 따라 살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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