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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년 가을 / 계간 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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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특집] 10월 로사리오 성월에 쓰는 묵주이야기
첨부 작성일 2018-04-27 조회 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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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로사리오 성월에 쓰는 묵주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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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원 로사 (신학자)

 

‘묵주기도’라고 하면 나에게 세 가지가 떠오른다. 첫 번째는 내가 초등학교 저학년이었을 무렵 수녀님인 고모가 휴가 때 오셔서 잠자리에 누워 흥미롭게 해주신 이야기다. 고모를 무척이나 좋아해 서 고모가 해주는 모든 얘기를 가슴 속 깊이 새겨들었던 어리고 순수한 그때 내 마음속 풍경이 떠올라, 지금 이글을 쓰며 작은 미소가 번진다.

 

고모 이야기는 이랬다. “너처럼 어린 소녀가 어스름한 산길을 동생들 손을 꼭 잡고서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어. 옛날이어서 무서운 산짐승도 나올 수 있는 시절이었어. 제일 큰언니가 무서워하면 그렇지 않아도 겁먹고 있던 동생들이 더 떨까봐, 티를 내지 않고 어두워지는 길을 조심조심 걷고 있었지. 그렇게 걷다가 퍼뜩 어머니가 “무섭거나 힘든 때가 오면 묵주기도를 하렴. 그러면 성모님이 너를 지켜 주신단다”고 하신 말씀이 떠오른거야. 묵주가 없어서 조금 당황했지만 손가락으로 세면서 기도를 하면 되겠다 싶어, 동생들과 함께 묵주기도를 소리 내서 암송하며 부지런히 걸었대. 그 어린 아이들이 성모송을 할 때마다 걸어가는 길에 어여쁜 장미꽃이 한 송이 한 송이 생겨나면서 무사히 엄마가 계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단다.” 어린 내 눈에 그 장면이 경이롭게 그려졌고, 그 시절 묵주기도를 할 때마다 내 주위에도 성모 마리아께서 장미꽃을 피워주실 거라고 상상했었다.

 

두 번째는 고등학교 수험생활을 마치고 대학교에 입학한 내게 어머니가 졸업 겸 입학 선물로 사주신 14K 묵주 반지다. 단순하면서도 세련된 모양이 내 마음에 쏙 들어서, 지금까지 살면서 아무런 장신구도 착용하지 않아온 내가 결혼을 하여 아기들을 돌보느라 어쩔 수 없이 뺄 때 까지 유일하게 손가락에 끼고 애용했던 묵주다. 대학 시절에 나는 갑갑했던 고등학교 때와는 달리 자유롭게 하고 싶었던 공부와 동아리활동을 즐기며 거의 한밤중에나 집에 돌아오곤 했다. 부모님은 대학을 보내놓고 안심을 하셨다가, 최루탄 냄새와 술 냄새까지 풍기며 밤중에야 돌아오는 철부지 딸내미 때문에 무척이나 속을 끓이셨다. 나 역시도 지하철 막차를 달랑달랑 타고 돌아올 때면 혹시 치한을 만나지나 않을까 불안 불안했다. 그때 나를 지켜주었던 것은 어머니가 사주신 묵주반지였다고 믿는다. 완전 술에 취했을 때 빼고는, 등·하굣 길의 지하철 속에서 나는 어김없이 속으로 묵주기도 를 하면서 20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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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는 두 아이를 키우면서 겪은 일이다. 첫 딸애는 어릴 때 사시여서 두 차례 눈수술을 해야 했다. 다섯 살 때 수술을 하고도 다시 눈동자가 돌아가서 초등학교 2학년 때 재수술을 하게 되었다. 어쩔 도리 없이 둘째 녀석은 친정어머니께 며칠간 맡겨둘 수 밖에 없었다. 딸애의 수술시간을 알려드렸더니, 어머 니께서 그 시간에 둘째 녀석을 데리고 성모상 앞에 촛불을 켜놓고 묵주기도를 하셨다고 한다. 아직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남자아이가 무릎을 꿇고 묵주를 들고 기도하는 상황이 어떠하리라는 것은 아이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짐작하고도 남을 것이다. 그런데, 아들애는 “누나가 눈 수술 무사히 잘 마치도록 함께 기도하자”는 할머니 이야기에 단 한 번도 묵주알 넘기는 일을 실수하지 않고 끝마쳤다고 한다. 수술을 마치고 친정집이 가서 만난 아들 녀석은 며칠간 엄마와 아빠와 누나 없이도 무척 기특하게 잘 지내고 있었다. 친정어머니는 만 10년을 겨우 채우고 서둘러 성모님의 품으로 간 그 녀석을 떠올릴 적마다 그때 기도하던 모습이 눈앞에 선하다고 말씀하신다.

 

사랑하는 아들 예수가 십자가에 달려 죽어가는 모습을 힘들게 지켜보아야 했던 어머니 마리아는, 어쩌면 예수를 잉태했던 그 순간 장미가시의 고통까지 잉태했는지 모른다. 마리아의 노래에는 예수 의 삶과 가르침이 고스란히 담겨 있으니 말이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고, 내 마음이 나의 구원자 하느님 안에서 기뻐 뛰니,

그분께서 당신 종의 비천함을 굽어보셨기 때문입니다.

그분의 이름은 거룩하고 그분의 자비는 대대로 당신을 경외하는 이들에게 미칩니다.

그분께서는 당신 팔로 권능을 떨치시어

마음속 생각이 교만한 자들을 흩으셨습니다.

통치자들을 왕좌에서 끌어내리시고 비천한 이들을 들어 높이셨으며

굶주린 이들을 좋은 것으로 배 불리시고 부유한 자들을 빈손으로 내치셨습니다.

(루카 1,46-53 마리아의 노래 일부)

 

로사리오는 장미의 기도라는 뜻이고, 장미는 꽃 중에 가장 아름다운 꽃이라 불리지만 그 아름다움은 날카로운 가시를 동반하고 있다. 묵주기도를 통해 나는 모진 고통을 끌어안고도 아름답게 사셨던 성모 마리아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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