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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생명평화] 수능을 앞둔 딸 주현이에게
첨부 작성일 2018-04-28 조회 529

평신도 에세이

수능을 앞둔 딸 주현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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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랑 소화데레사 (서울대교구 신대방동성당)

 

다 커서 이제 성인의 입구에 서있는 우리 딸 주현이에게 감사의 편지를 보내고 싶구나.

 

엄마는 네가 태어나 처음으로 두려움을 알게 되었지. 그렇지만 그 큰 두려움을 덮고도 남는 기쁨을 네가 주었단다. 엄마가 뭐라고 쳐다보면 웃어주고, 없으면 울고, 그래서 고맙다.

 

네가 다섯 살 때였지. 우리집에서는 네가 가장 먼저 성당에 다니기 시작했지. 세례를 받기 전까지는 성체를 영할 수 없다는 것을 모르고, 어린 너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다 나누어주는 성체를 너만 받지 못했다며, 속상해 하면서도 성당에 가지 않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지. 고맙다. 그 덕분에 지금은 우리 식구 모두 하느님을 생각하는 가족일 수 있는 거니까.

 

말 안듣는다고 혼내도 돌아서면 잊어버려주고, 그것도 고맙다. ‘엄마’가 아니고 그냥 ‘나’였다면 얼마나 사는 것이 아무것도 아닐까 생각해 보면 그것도 고맙다. 네가 큰딸이라 엄마도 너한테는 늘 초보엄마라 부족하기 짝이 없는데도 타박도 않는 네가 고맙다.

 

어릴 때 수영장에서 죽어라 물장구를 치는데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널 보면서,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든 해보려는 네가 너무 대견해서 울었는데, 그것도 고맙다.

 

초등학교 입학 때, 애기인 줄만 알았던 네가 너무 의젓해 보여서, 감격해서 울었다. 그 뭉클한 기분, 엄마가 아니면 느낄 수 없는 그 뿌듯함 을 알게 해 줘서 고맙고, 하굣길에 집이 아닌 다른 데로 갔다가 무사히 돌아와 준 것도 고맙다. 친구들이랑 다투고 엄마한테 위로받고 싶어하는 너의 마음을 모르고 무턱대고 혼만 냈던 엄마의 눈치 없음을 참아준 네가 고맙다.

 

학예회 때 방송댄스로 엄마를 놀라게 하더니, 성당행사에서 또다시 주변사람들이 “쟤 엄마?”라고 물어 볼 정도로 눈길을 끈 너의 춤실력이 기쁨을 주었지, 고맙다.

 

언젠가 몸에 두드러기가 나 한 달여 고생한 적이 있지? 그때도 많이 가려울 텐데 짜증도 안 내고 견뎌 줘서 고맙다. 초등학교 3학년 때는 자주 편도선염을 앓아서 매일 반신욕을 했었지? 그때 하기 싫어서 요리조리 피하는 널 억지로 시키면서 많이 다퉜는데 그래도 엄마 말대로 하려고 해줘서 고맙다.

 

동생이 아파 수술 받을 때 주사 바늘 무서워서 너한테 달려가서 울 때 달래주는 널 보며, 고마웠다. 저 딸이 있어서 너무 좋구나 생각하며...

 

사춘기가 접어들어서 주위 친구들이 그 시기에 큰 변화를 보일 때도 넌 꿋꿋이 자신의 색을 지켜 내는 심지 있는 청소년기를 보내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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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인가 네가 “엄마! 내가 미사를 보는데 내가 왜 여기 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 있지”라고 하는 말에 ‘올 것이 왔구나.’ 했는데 그 뒤로 별 다른 번민을 하지 않고 성당을 계속 다녀줘서 어찌나 고맙던지…그러면서도 나에게 자신이 성장하고 있음을 큰 목소리로 얘기 해줘서 고맙다. 자주 큰 다툼이 일기도 했지만 한참 후에는 엄마 말이 맞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해줘서 고맙다.

 

집이 지저분하면 짜증내면서 투덜댈 때도 고마웠다. 그만큼 깨끗한 걸 좋아하는 아이로 컸다는 얘기일 테니 말이다.

 

막내를 키우느라 많이 돌보지도 못했는데 불평 없이 자라줘서 고맙다. 고등학교 교복차림으로 아침마다 내 앞에 있어줘서 고맙다. 왜냐하면 난 매일 기적을 경험하거든.

 

그다지 크지 않은 키지만 스트레스를 조금만 받아줘서 고맙다. 그 시기는 외모로 힘들어 하기도 하는데 엄마의 말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줘서 고맙다.

 

엄마가 막내 때문에 힘들어 할 때도 외면하지 않고 진지하게 들어줘서 고맙다. 많이 든든하고 힘이 됐었지. 물론 지금까지도 귀담아 들으려고 한단다. 고3인데도 혼자 밥 차려먹고 못 일어나는 나한테 “엄마 더 자”라고 말해줘서 고맙다. 어쩌면 엄마는 고3 엄마라서 느끼는 힘든 것들을 모르고 지나가는지도 모르겠구나.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들을 섭리하신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고 싶단다.

 

네가 내 옆에 있어 줘서 고맙다.

 

주현아. 사랑하는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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