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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평신도
  • 2013년 겨울 / 계간 42호
    형제애(兄弟愛)와 가정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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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특집] 가정이야말로 사랑의 보석상자입니다
첨부 작성일 2018-04-23 조회 552

가정이야말로 사랑의 보석상자입니다


유흥식 주교 인터뷰

 

 

11월 21일, 주교회의에서 열린‘청소년사목지침서’를 마련하기 위한 공청회에 참석한 유흥식 라자로 주교(63)를 만
났다. 대전교구장으로 주교회의 청소년사목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유 주교는 함박눈 같은 특유의 웃음으로 소탈하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는 우리는 하느님을 아버지로 모시고 사는 큰 가정의 한 가족이라고 역설하며, 성탄의 기쁨을 어려운 가정들과 함께 나누기를 바랐다. / 대담·정리: 배봉한 편집위원

 

 

 

저는 고1 때 저 혼자 집안에서 제일 먼저 세례를 받았습니다. 가톨릭 학교인 논산 대건중고등학교에 들어가 세상에 눈을 뜨기 시작하면서 보니까 유럽이나 북미 등 발달한 나라들이 다 그리스도 국가였어요. 이 기회에 예수님이 어떤 분인지 알고 싶다는 생각으로 학교 교리반에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제 성격이 뭐를 하나 시작하면 옆길 보지 않고 꼿꼿하게 가는 게 있어서 교리시간에 한 번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세례를 받으라고 했을 때 조금 망설였지만, 1966년 성탄 전에 세례를 받았습니다.

 

제가 태어나고 6개월 후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6·25전쟁 때였습니다. 위로 누나와 형이 있었는데, 어머니는 아주 가난했지만 남편도 없이 세 자녀를 잘 키우셨습니다. 그런데 제가 신학교에 가려고 하자 주무시지도 잡수시지도 않고, 왜 결혼도 안 하는 신부가 되려고 하느냐고 하시면서 극렬히 반대를 하셨어요. 그렇지만 제가 신학교 간 뒤에 혼자 성당에 가셔서 세례를 받으셨습니다. 그러고는 가족 친지들까지 주위 사람 모두를 세례 받도록 하셨어요. 어머니가 복음의 사도셨습니다.

 

고2 때로 기억되는데 친구의 집에 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몇 대째 내려오는 가톨릭 신앙 가정으로 삼촌이 신학교를 다니고 있었고 고모가 수녀였습니다. 주일이었는데, 점심 때가 되었을 때 친구 아버님이 삼종기도를 선창하시고 가족이 응답하고 식사기도를 한 후 밥을 먹는 모습이 굉장히 아름답게 보였고 부러웠습니다. 빨리 커서 장가를 가서 나도 이런 가정을 꾸미겠다고 생각했던 게 기억납니다.

 

 

가정, 인간성을 기르는 학교


신부가 되어서도 그렇고, 주교가 되어서도 그렇고, 가정이 얼마만큼 소중한지 깨달았습니다. 가정이야말로 사랑의 보석상자라고 할까요? ‘가정은 요로운 인간성을 기르는 학교’(사목헌장, 52항)라고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도 말하지요. 모든 관계를, 모든 사랑을 거기서 다 배우게 되니까, 사람에게 가정이 얼마나 소중한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그런 면에서 가정이 붕괴되었다는 것은 교회와 사회, 인류 전체로도 최고 위기입니다. 교황님께서도 2014년에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임시총회 의제로 가정현상들을 선정하셨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가정 사목을 해야 하느냐 하는 교회의 처지에 대해서 토론하게 될 이 회의가, 교회와 인류에게 은총이 되는 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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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매일 일어나면 바티칸 라디오방송을 듣습니다. 현지 시간으로 오후 2시 방송인데 시차 때문에 아침에 듣게 됩니다. 교황님의 강론과 교황청 뉴스를 집중적으로 전해주는데 교황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어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교황님은 노인들을 공경하지 않으면 과거를 잃어버리는 것이고, 어린아이를 제대로 키우지 않으면 미래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하시면서 계속 가정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지난번에는 신혼부부에 대해서도 말씀하셨는데요. ‘페르메소(permesso:허락해요)’, ‘그라치에(grazie:고마워요)’, ‘스쿠시(scusi:미안해요)’, 이 세 마디 말만 자주 하면 싸울 일이 없다고 하셨습니다. 어제 일반알현에서는, 신부도 죄인, 주교도 죄인, 추기경도 죄인, 나도 죄인이라며, 나도 보름에 한 번씩 고해성사를 본다고 공개적으로 말씀하시면서 고해성사를 권고하셨습니다. 이런 것들을 가정에서부터 배워야 합니다.


교회 공동체는 큰 가정

하느님은 전능하시고 부요하시기 때문에 당신이 원하시는 방법으로 사람들을 부르십니다. 옳고 그름이 아니라 누구는 이 길로 누구는 저 길로 다양하게 부르시기에, 그 모든 것이 다 하느님 사랑의 섭리가 조화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당신 사랑과 영광을 드러내시려고 이런저런 방법으로 해주시는데, 저는 저만의 유일한 방법으로 이 길로 부르셨으니 잘 살아가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로마에서 사제품을 받을 때였습니다. 포콜라레 사제학교에 있었으니까 40여 나라 출신 100여 명의 신부님과 신학생을 비롯해 로마에 있는 한국인들이 많이 오셨어요. 한국에서는 가족들이 아무도 못 왔는데, 사제서품 축하식 때 공동체 책임자 신부님이 함께 사는 모든 구성원을 제 가족으로 소개하려고 했습니다. 당시 분위기는 정말 모두가 다한 가족이었습니다. 저는 포콜라레 영성을 만나면서, 하느님이 아버지고 사랑이시라는 것과 인류가 하나의 큰 가정이라는 것을 체험했습니다.

독신으로 산다는 것은 피를 나눈 작은 가정을 포기하면서 더 큰 하느님의 가정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것이 사제의 역할입니다. 저한테는 지금도 가정을 꾸민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대전에서 유지들이나 사람들을 초대할 때 될 수 있으면 부부를 함께 초대하지 혼자 따로 초대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교구나 본당 행사 때도 그렇게 합니다. 피를 나눈 가정과 함께 교회 공동체가 얼마나 큰 가정인지 사목적으로 보여주어야 합니다.


부부사랑과 자녀출산

 

부부는 정말 서로 사랑해야 합니다. 지난 토요일 조카 결혼식 주례를 하면서 혼인서약은 자기 주권포기 선언이다, 지금부터 상대를 내 주인이고 상관으로 여기고 서로 위하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렇게 하려면 하느님의 힘이 필요하니까 은총을 주시기를 빌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하느님의 뜻에 맞게 혼인을 잘하도록 도와주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 사랑의 최고 결실이 새로운 생명인 자녀입니다. 창조주 하느님의 사업에 협력하는 일에는 엄청난 책임이 따르니까 하느님께서는 부부 간에 육체적 기쁨과 희열도 주셨습니다. 그런데 사랑의 결실로 태어난 자녀를 인간적인 계산으로만 기르고 가르치다 보니 모든 인간이 살아가는 덕을 최고 학교인 가정에서 배우지를 못하는 겁니다. 그러니 문제가 생기지요.

 

가정에서 누구 한 명 아프기라도 하면 밤을 새우면서 서로 희생하며 가족이라는 것을 체험합니다. 또한 큰형이 돈을 벌어 동생 학비를 대줍니다. 그렇다고 해서 형이 우월감을 갖는 것도 아니고 동생이 열등감을 갖는 것도 아닙니다. 정말 이렇게 할 때 하느님 중심이고 사랑 중심이고 가치관이 올바로 서는데, 그렇지 못하니까 다 이기적이 되고 돈 중심, 경쟁 중심으로 어려워집니다. 가정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때에 교회도 살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대전신학교에‘혼인과 가정 신학원’을 만든 것도 그 때문입니다.

 

 

성탄은 가정 축제


지난 9월 추석 휴가 마지막날‘치빌타 가톨리카’지에 실린 교황님 인터뷰 소식을 읽고 얼마나 신이 났는지 모릅니다.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교황님께서는 어떤 죄악보다 하느님의 사랑이 더 크고 위대하다고 하십니다. 그러면서 차갑고 무뎌지고 혼란스러워진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그런 사목이 예수님께서 하신 사목이라며 어머니를 닮은 교회, 착한 사마리아 사람들의 교회가 되기를 꿈꾼다고 하셨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이 정말 크시므로, 동성애자나 이혼한 이들을 제쳐놓은 사람처럼 여길 것이 아니라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교회의 지침에는 변함이 없지만 분명히 교회가 그들도 품어주어야 한다는 자세를 표명하신 거죠.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른바 조당(혼인장애)에 걸렸다고 하면 제쳐놓은 사람처럼 되어버렸거든요. 이것은 분명히 아니죠. 어쨌든 지금까지 교회에서 공적으로 금기시되던 것이 논의된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봅니다.

 

본래 성탄은 가정 축제입니다. 유럽에는“성탄은 가족과 함께!”라는 격언이 있습니다. 그래서‘콘키 수오이(con chi suoi)’, 성탄은 자기 사람들 곧 가족들과 함께하고, ‘콘 키 부오니(con chibuoni)’, 부활은 좋은 사람들 곧 친구들과 함께합니다. 성탄에 자기가 태어나고 자란 가정의 소중함을 깨닫고 가족들이 함께 지낼 수 있도록 모두 적극적으로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자기 가정에만 머물지 말고 주위의 어려운 이들을 초청해서 그들도 가정의 소중함과 따뜻함을 느낄 수 있게 하면 좋겠습니다. 성탄이 작은 가정의 축제임과 동시에 여러 가정의 축제가 되어, 인류는 하느님이 아버지이시고 어머니이신 큰 가정이라는 것을 느끼면서 뜨거운 마음이 주위로 널리 퍼져나갔으면 좋겠습니다.

 

 

가정을 위한 기도

 

사랑이요 생명이신 하느님 아버지,
세상의 모든 가정은 당신의 성삼에서 비롯되었나이다.


여인에게서 태어나신 성자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거룩한 사랑의 샘이신 성령의 도움으로
모든 가정이
생명과 사랑의 보금자리가 되게 하소서.


부부들의 생각과 행위를 당신의 은총으로 이끄시어
모든 가정의 선익에 이바지하게 하소서.
자녀들은 가정에서 자신들의 존엄성을 깨닫고
진리와 사랑으로 성숙하게 하소서.


저희 가정이 겪는 모든 어려움을
혼인성사의 은총으로 극복하게 하소서.
나자렛 성가정의 전구를 통하여 가정이 성화되고
가정을 통하여 세상이 성화되게 하소서.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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