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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년 겨울 / 계간 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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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특집] 무료 성가정 커플 만들기, ‘천연(天緣)’봉사 왜 하세요?
첨부 작성일 2018-04-26 조회 780

무료 성가정 커플 만들기, ‘천연(天緣)’봉사 왜 하세요?

 

박광수 프란치스코(촬영 감독)

 

 

 

초등학교 입학 전, 과자를 사먹으려 도둑고양이처럼 몰래 우리 집 장롱을 뒤지다가 우연히 앨범 속에 들어 있는 흑백사진 한 장을 발견했다. 사진 속 주인공은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잘 생기고 멋있는 청년이었다. 그다지 큰 체격은 아니지만, 다부진 몸매, 기름을 발라 올백으로 넘긴 갸름한 얼굴은 지금 생각해도 영화배우 원빈보다도 멋지고 잘 생긴 최고 배우 같았다.

 

나중에 앨범을 꺼내들고 어머니께 누구냐고 여쭤보니 젊은 날의 개신교 선교사이셨던 아버지라고 하셨다. 선교사가 뭔지도 모르는 내게 어머니께서는 교회에 나가도록 알려주는 사람이라 하셨다. 여섯 살 때, 우리 동네에는 작은 교회가 들어서서 동네사람들은 물론 이웃마을 사람들까지 많은 사람이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 집은 아무도 교회에 다니지 않았다. 어쩌다 부활절이 되거나 성탄절이 되면 달걀과 떡, 과자를 얻어먹기 위해 나는 누나들을 따라 교회에 갔다. 그럴 때면 아버지는 우리들에게 교회에 다니는 것은 좋으나 절대로 깊게 믿지는 말라고 말씀하셨다. 그 뜻을 이해할 수 없던 나는 텔레비전을 공짜로 보기 위해서라도 자주 교회를 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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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왕산 그룹산책에서 자신을 소개하는 천연회원들

그렇게 얼떨결에 신앙을 갖게 된 나는, 얼마 전 서울 용산에 있는 성심여자중학교에서 1일 직업 체험교사를 한 적이 있었다. 어떻게 하면 재미있고 유익한 시간이 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학생들에게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기로 했다. 약속된 날에 커다란 ENG 방송카메라와 마이크를 준비해 갔다. 먼저 수업을 진행하는 후배기자와 학생들의 모
습을 스케치 형식으로 촬영해 교실에 걸려있는 모니터에 틀어 줬다. 자신들의 모습이 스크린에 걸리자 학생들의 반응은 뜨거웠고, 스스럼없는 질문들이 쏟아졌다. 나는 학생들에게 꿈이 뭐냐고 물었다. 수의사, 기자, 가수, 연기자, 교사, 심리치료사, 방송국 PD 등 꿈들이 참 다양했다.

생각해보니 내 꿈도 시시때때로 변하고 다양하게 많았던 것 같다. 가난한 시골 출신인 내가 처음 갖게 된 꿈은 하얀 쌀밥을 배부르게 먹는 것이었다. 좋은 장난감도 갖고 싶었고, 검정 고무신을 벗어버리고 운동화를 신어보는 꿈도 꿨다. 서부영화에 나오는 쌍권총 둘러메고 들판을 마음껏 달려보는 카우보이를 꿈꾸기도 했다.

중·고등학생이 되어서는 국사선생님이 되겠다고 생각했다가, 우연히 텔레비전 속에서 만난 루치아노 파바로티를 보고 첫 눈에 반해 그 길로 성악가가 되겠다며 부모님을 조르기도 했다. 그러다 고인돌을 발굴하여 돌도끼 돌칼 등을 찾아내는 사촌형을 만나고서 나는 모든 것을 던져버리고 멋진 고고학자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고고학도의 꿈을 안고 들어간 대학박물관 생활은 적성에 딱 맞는 듯했다. 보람도 있고 행복한 나날이었다. 그러나 그 행복도 잠시, 군복무를 마치고 3학년에 복학해 1학기 말 고사를 한 달 앞둔 때였다. 큰누나에게 갑작스런 변고가 생겼다. 나는 생사를 넘나드는 큰누나를 보며 하느님 앞에 무릎을 꿇었다. 간절한 기도를 바쳤다. “누나를 살려달라고, 누나만 살려 주시면 뭐든지 다할 테니 제발 살려만 달라”고 몸부림쳤다. 나의 기도는 큰누나를 기적처럼 죽음 앞에 일으켜 세웠다. 하지만 누나는 보름 만에 다시 자리에 눕고, 하느님은 누나를 영원히 데려가 버리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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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로를 알게하고 보다 친밀해지기 위해 함께 남한산성을 오르는 모습

진정 하느님이 계시다면 이러실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절망했고 분노했고 처절하게 증오했다. 내 앞에 보이는 예수쟁이는 모두 사기꾼이었고 악마였다. 그렇게 멍들고 병든 가슴으로 방황하던 나를 하느님은 내버려 두지 않으셨다. 부모님은 나를 성전으로 인도하셨다.

 

“주님 저희를 불쌍히 여기소서. 그리스도님 저희를 불쌍히 여기소서.”


그 목소리는 나의 울분과 분노를 씻어내셨고 감사의 눈물로 회개하게 하셨다. 그렇게 하느님 체험을 통하여 대학 3학년 겨울 무렵 스스로 천주교로 개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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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은 늘 나누셨다. 나눔을 하는 천연회원들

 

대학졸업 후 취업을 걱정하며 두렵고 배고프고 어둡던 그‘광야 같은 침묵의 시간’속에서도 하느님은 내 신앙을 지켜주셨다. 그리고 누나의 병상에서 약속했던 하느님과의 약속을 지켜가며 살아가도록 방송을 통한 선교사로 미약한 나를 뽑으시고 이끌어 주셨다. 깊지 않은 신앙이지만 복음을 전하는 방송국에 근무하면서 무엇이 교회를 위하는 길
이고 하느님을 위하는 길인가 늘 고민하였다.

 

그러던 차에 오래전부터 시집·장가를 보내야 할 아들, 딸을 두신 어머님들이 같은 신앙을 가진 사람들끼리 혼인을 해‘성가정’이 되게 도와달라는 즐거운 청탁을 자주해 오셨다. 생각해보니 결혼 전에 배우자에 대해 잘 알고 서로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다면, 결혼생활에서 겪게 되는 갈등도 줄이고 더 행복하게 살아 갈 수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천주교 신자인 미혼남녀에게 배우자를 소개해 주는 일을 구상하게 되었다. 그 10여 년의 구상이 결실을 맺어 올해 3월‘성가정 커플 만들기 프로젝트-천연(天緣)’을 오픈했다. ‘천연’은 하느님이 맺어주신 인연, 천주교 신앙으로 맺어진 인연, 천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 사랑이 되길 바라는 뜻이다. 순수하게 봉사하는 마음만으로‘천연’은 운영되고 있고, 사제들과 부모님들 그리고 참여하는 젊은이들이 기도로 응원해주며 함께 해주고 있다.

 

사람들은 종종 내게‘천연’이 정말 무료인지, 왜 돈도 되지 않는 이 일을 하고 있느냐고 묻는다. 그러면 나는“믿으시면 공짜이고, 안 믿으시면 유료입니다. 주님으로부터 받은 큰 사랑을 이웃과 나누고 싶기 때문입니다”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가끔 “박광수 프란치스코! 네 꿈은 뭐야?”라고 스스로에게 묻곤 한다. 그 질문들에 대한 나의 대답은“하느님의가르침에 따라 기쁜 소식을 전하는 것”,“좋은 아빠, 좋은 남편, 착한 자식 되는 것”,“ 좋은 친구, 좋은 이웃이 되는 것”이라고 대답한다.

 

나의 이런 대답과 관련해 얼마 전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복음의 기쁨>(Evangelii Gaudium)이라는 권고문에서“다른 이들의 선익을 추구할 때, 그리고 그들의 행복을 바랄 때 행복을 느끼는 사람만이 선교사가 될 수 있다.”, “풍요로운 결실은 흔히 눈에 보이지 않고 알아채기 힘들고 양으로 따질 수 없기 때문에 실패나 부족한 결과를 두고 용기를 잃지 말라”고 당부하셨다. 그리고“단 한 사람이라도 그가 더 나은 삶을 살도록 도울 수 있다면, 그것으로 이미 내 삶의 봉헌은 의롭게 된다”는 말씀을 하셨다.

 

교황님의 이 말씀은 때때로 흔들리는 내게“더욱 용기를 내어 예언자적 소명을 기쁘게 받아들이고 충실하게 봉사하라”는 말씀으로 내 가슴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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