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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평신도
  • 2013년 겨울 / 계간 42호
    형제애(兄弟愛)와 가정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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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생명평화] 하느님 보시기 무척 불쾌하시리
첨부 작성일 2018-04-28 조회 519

하느님 보시기 무척 불쾌하시리

박병상 (인천 도시생태환경연구소장)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나라 애국가 가사, 참 정확하다. 하느님이 보호하신다는 게 아닌가. 예나 지금이나 좁은 땅에 많은 인구가 복닥거리지만, 살아가는 데 하나 부족함이 없었다. 보릿고개라는 게 있었다지만 그런 거 없는 나라가 있었다던가. 저장해둔 쌀이 겨우내 떨어지고 보리가 익기 전까지 배고플 정도였지만 수탈되던 일제 강점기에 심했지 그 전엔 일상적 현상은 아니었다. 3면이 해산물 풍성한 바다이고 서해안의 너른 갯벌에서 온갖 어패류가 날이면 날마다 즐비하게 올라오지 않았나.


비좁은 땅덩이에 모인 조상이 4천 년 이상 고유의 말과 글, 문화와 역사를 평화롭게 가꾸어온 지역이 이 땅 말고어디 더 있었던가. 하느님이 보살펴 도와주시지 않으시면 불가능한 일임에 틀림없는데, 이젠 과거가 되었다. 전보다 분명 더 잘 사는 것 같지만, 뭔가 모르게 불안하다. 음식쓰레기를 해마다 20조 원어치나 버리고 에어컨과 승용차를 자랑하는 이가 없을 정도로 윤택해졌지만, 내일이 오늘 같을 거라 믿지 못한다. 협동보다 경쟁으로 생존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지구가 23.5도 기울어 공전과 자전을 하므로 모든 강은 구불구불 흐른다. 국토 중 65%가 경사 깊은 산악이고 내리는 비가 여름 한 철 쏟아져도 맑고 차가운 물이 사시사철 흐를 수 있었던 건, 강물과 화강암 모래가 더불어 흘렀기 때문이다. 이제 그 강물이 멈췄다. 강은 해마다 한 번 이상 범람하고 한 차례 가물었기에 생태계가 그때마다 열리며 순환되었다. 가장 늦게 동참한 사람도 그런 강에 삶을 기댈 수 있었고 우리도 마찬가지였는데, 4대강 사업으로 물줄기가 거대하게 틀어 막혔다.


봄이면 뱀장어, 가을이면 연어와 은어가 바다에서 강 상류로 올라오며 알을 낳고, 폭포가 깊게 파 놓은 소, 커다란 바위가 겹친 계곡, 급류가 물거품을 일으키는 여울, 호박돌이 흩어진 중류, 그 가장자리의 자갈과 모래톱, 바다와 넓게 만나는 삼각지. 그 생태계마다 다채로운 생물상이 궁극으로 펼쳐졌지만, 이제 볼 수 없다. 지느러미에 찔리면 몹시 아프게 만들었던 퉁가리는 오랜 터전을 잃었다. 가장자리 자갈 틈의 퉁가리와 모래톱의 모래무지가 사라진 4대강에 모래와 자갈이 멈추며 썩으면 피라미와 붕어도 자취를 감출 것이다. 백로와 흑두루미도 떠날 것이다.


다채로운 생물이 어우러지던 생태계에 가장 늦게 찾아온 사람은 자신만의 편의와 탐욕을 위해 자연의 이웃을 몰아내기 시작했다. 산소를 만들어내는 미생물의 출현으로 성층권에 오존층이 생기자 자외선이 두려운 생물들이물 밖으로 나와 다채로워졌는데, 계절의 순환을 뒤집는 냉매는 오존층을 거대하게 뚫고 말았다. 자동차와 공장,그리고 대형 건물과 화력발전소에서 마구 내뿜는 온실가스는 지구를 데워 빙하를 녹인다. 지구온난화는 태풍을 더욱 강하게 만들고 해안은 걷잡기 어려운 해일이 빗발치지만 그 정도에서 멈추지 않는다. 생명체의 타고난 면역력을 약화시켰다.


석유는 자동차 사회를 만들었는데, 석유로 가공한 화학비료와 농약은 돈 많은 국가의 가난한 비만 인구와 가난한 나라의 굶주리는 인구를 감당하기 어렵게 늘렸는데, 어느새 고갈을 눈앞에 두었다고 한다. 늘어난 인구는 이제 어떡하나. 석유는 썩지 않는 플라스틱을 한없이 만들어낸다. 썩어야 미생물이 번성하고, 미생물이 번성해야 식물도 동물도 다채로운 생태계를 지키며 건강하게 다음 세대를 이어가는데, 생태계마다 쏟아져 들어오는 크고작은 플라스틱들은 도무지 썩지 않는다.


세탁기에 들어간 합성섬유의 옷 한 벌이 뱉어내는 마이크로플라스틱은 대략 1500개라고 영국의 한 연구자가 밝혔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코와 입으로 들어와 호흡과 소화를 방해하는 그 플라스틱은 세탁기 한 대에서 해마다얼마나 나올까. 우리나라는? 이제까지 세계는? 물고기의 생존을 위협하는 플라스틱이 사람을 피할 리 없다. 물고기 한 마리 잡히지 않는 어장이 늘어난다는데, 그럼 인간은 물고기 대신 쇠고기 먹을까? 유전자를 조작해 만든 사료를 먹인 소와 돼지와 닭과 오리, 심지어 양식 물고기까지. 안심할 수 있는 건 점점 드물어진다. 하나같이 생태계의 청지기가 되길 하느님이 기대했던, 바로 인간이 저지른 짓이다.


지구에서 최초 생물이 30억 년 전에 태어났는지, 38억 년 전인지 확실히 모른다. 그 먼 이야기를 인간의 과학이어찌 정확히 알겠는가. 하지만 분명한 건, 최초로 태어난 생물은 한참을 조용히 지내다 나중에 창대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바다와 땅과 하늘에 방사능이 충분히 줄어든 이후의 일이었다. 신출내기 과학자 타카지 진자브로오는 깨끗했던 남극의 빙하가 20세기 중반부터 방사능으로 하염없이 오염된 사실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뇌리에생태계 멸종이 스친 젊은 과학자는 안락한 연구원과 교수 자리를 박차고 반핵운동의 선두에 섰다. 고단한 행동을 멈추지 않은 그는, 그만 과로로 숨졌다. 그는 천국에서 우리를 어떤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을까?


자연스레 창조된 생태계를 그 모습 그대로 지켜야 할 책무를 안고 인간이 태어났다고 가톨릭은 가르친다. 하지만 무슨 청지기가 저와 제 이웃의 터전이자 기댈 언덕에 독을 마구 뿌릴까. 산과 들에 불을 지르고 물길을 차단해 강을 썩게 만들면서 제 자식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청지기가 어찌 가당하기나 한가. 하느님이 벌을 내리는 존재는 아니겠지만, 참는 데에도 한계가 있을 터. 무척 불쾌해하실게 틀림없다. 맑은 정신을 가진 이라면 더 늦기전에 말이 아니라 행동해야 한다. 진정성 있는 청지기의 자세를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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