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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야기] 사회 교리와 평신도
첨부 작성일 2018-04-19 조회 772

사회 교리와 평신도


서상덕 편집위원

 

 

 

지난 8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계기로 한국교회 곳곳에서 사회교리 붐이 일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평신도들 사이에서는 사회교리에 대한 오해와 몰이해가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어 인식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이후 지난 9월부터 한국교회 곳곳에서는 사회교리를 공부하려는 열풍이 불고 있다. 대전교구를 비롯해 의정부교구, 인천교구, 서울대교구 등 각 교구와 단체들은 다양한 사회교리 강좌를 마련해 신자들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전교구는 지난 9월 17일부터 11월 26일까지 매주 수요일마다 천안 쌍용2동성당에서 사회교리 학교를 열었다. 이 강좌를 통해 성경을 바탕으로 신앙적인 주제뿐 아니라 환경, 노동, 경제, 평화, 정치 등 신자들이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주제로 가톨릭 사회교리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대전교구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대전에서 매달 명사들의 특강과 함께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상을 위한 미사’라는 이름으로 월례미사를 봉헌하고 강의를 듣는 장을 마련하기도 했다.

 

의정부교구는 단계별로 사회교리학교를 실시함으로써 사회교리 저변 확대의 물꼬를 텄다. 의정부교구는 9월 12일부터 10월 17일까지 매주 금요일 오후 8시 경기도 파주 운정성당에서 사회교리학교 1단계를 열었다. 또, 1단계를 수강한 이들을 대상으로 9월 15일부터 11월 10일까지 매주 월요일 저녁 의정부 신앙교육원에서 2단계 강좌를 마련했다.

 

인천교구도 지난 9월 17일 성염 전 교황청 주재 한국대사의 강의를 시작으로 11월 26일까지 매주 수요일 저녁 7시 30분 인천교구 교구청에서 사회교리학교를 열어 호평을 얻었다.

 

100회째를 맞은 서울대교구 사회교리학교는 9월 15일부터 매주 월요일 저녁 7시 가톨릭회관에서 총 13회에 걸쳐 열려 교황 레오 13세를 비롯해 요한 바오로 2세, 베네딕토 16세 등의 교황 회칙과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특별히 가정과 생명, 노동, 정치 공동체 등 사회와 밀접한 주제를 다뤄 사회교리 확산에 일조하는 모습이다.

 

평신도들이 주축이 돼 한국사회의 인권 지평을 넓혀온 천주교인권위원회도 인권을 고민해 보는 ‘인권’ 연속강좌를 열어 사회교리 확산에 힘을 보탰다.

 

이처럼 그 어느 때보다 사회교리에 대한 저변이 확대되면서 교회의 사회적 가르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신자들에게는 사회교리가 낯설고 어렵게 여겨지는 모습이다. 그러므로 신자들의 삶과 연결된 친숙한 주제로 사회교리 확산을 꾀하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 8월 인천교구에서는 이론을 넘어 생활과 연결된 친숙한 주제로 사회교리를 가르치는 평신도 강사들이 탄생했다. 지난해 서울대교구에 이어 두 번째다.

 

인천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지난 2월부터 7월 까지 진행한 사회교리학교 1기 강사과정을 통해 처음으로 6명의 평신도 사회교리 강사를 배출했다. 평신도 사회교리 강사는 기존 사제나 수도자들이 중심이 된 사회교리 교육에 비해 적잖은 이점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사회교리학교 1기 강사과정 지도를 맡은 박유미 연구원(예수회 인권연대 연구센터)은 “사제나 수도자가 사회교리를 강의하면 신자들이 일방적으로 듣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지만, 평신도가 하는 강의에서는 문제 제기나 토론이 보다 자유롭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평신도 강사들은 사회교리학교 등에서 사회교리를 처음 접하는 이들의 멘토 역할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사회교리학교 강사과정에서 ‘신용카드와 사회 교리’라는 제목으로 강의를 시연한 장유금 씨(인 천 송현동성당)는 “세상 문제는 나와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내 손 안에서 시작된다.”면서 “신용카드 사용에 따른 문제를 사회교리에 비춰 어떻게 극복하고 공동선을 지향할지 다뤄 보고 싶었다.” 고 밝혔다.

 

장 씨는 “일방적으로 듣기만 하는 수업이 아니라 스스로 주제를 정해 성서와 사회교리를 바탕으로 탐구하고, 발표로 이어지는 과정이 있어 사회교리를 이해할 수 있었다.”고 인천교구 사회교리 강사과정의 특별한 점을 꼽았다. 그는 앞으로 본당에서 청년들을 모아 사회교리 강사로서의 첫 발을 내디딜 생각이다.

 

사회교리학교 1기 강사과정을 기획한 김윤석 신부(인천교구 정의평화위원장)는 “평신도 사회 교리 강사는 사제에 비해 사회적 경험이 많고 다양한 체험을 바탕으로 수업을 구성하기 때문에 강의를 듣는 신자들이 흥미를 더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인천교구에 앞서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지난 2013년 사회교리학교 강사 1기 교육을 마치고 5명의 평신도 사회교리 강사를 배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 특히 교회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평신도들 사이에서는 교회와 세상은 별개라는 인식이 크게 바뀌지 않고 있어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더구나 평신도들의 신앙생활이 급격히 개인주의적으로 흐르면서 가톨릭교회의 사회적 가르침에서 멀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한국교회가 지난 2011년 인권주일로 시작하는 대림 제2주간을 사회교리주간으로 제정한 이후 교구마다 사회교리를 배우려는 열기가 높아져 가고는 있지만 확산 속도는 여전히 더딘 실정이다. 실제 서울대교구가 지난 1995년 처음으로 사회교리학교를 개설한 지 20년이 가까워 오고 있지만 ‘사회교리’라는 용어조차 낯설어하는 신자들이 많은 게 현실이다.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박동호 신부는 “성경을 주관적·개인적으로 받아들이는 성경의 사유화(私有化)가 신앙생활의 개인주의화, 교회와 세상의 분리, 여가활동으로서의 신앙 등의 문제를 불러 교회에서 정서적·심리적 만족 만을 추구하게 만들었다.”면서 “이런 풍토 속에서 정서적·심리적 불편을 주는 주제, 즉 사회교 리를 피하게 되고 교리의 일반적·추상적인 면을 중심으로 가르치게 돼 교회와 세상의 거리가 멀어지게 됐다.”고 진단했다.

 

박 신부는 또 “교회가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통해 공동선을 다루고 정치공동체 생활, 평화와 국제 공동체 등에 대한 가르침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 사실을 아는 신자는 많지 않다.”며 “사회교리는 교회 시작부터 존재했으며 내적 쇄신과 외적 복음선포 사명의 핵심임에도 교회는 일반적 가르침만 전하고 사회교리를 알리는 데 소홀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 박문수(프란치스코) 부 원장은 “신자들이 교회의 사회문제 개입에 불편해하는 이유로 소수화에 대한 두려움, 자선으로의 도피, 성속이원론의 연장에 있는 영성운동 등을 꼽을 수 있다.”며 사회교리 기피를 조장하는 현실에 교회의 책임이 있음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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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교리주간 제정을 전후해 의정부교구 (2011년 8월), 부산교구(2012년 4월), 대구대교구 (2012년 10월) 등이 사회교리학교를 개설한 바 있다. 또 각 교구와 본당별로 교육자료를 배포하고, 미사 토론회 강연회 등을 마련하는가 하면 청년들을 위한 교리서에도 사회교리 교육이 강화되는 등 전례 없는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 비해 상시적으로 사회교리를 확산시켜 나갈 수 있는 교육공간의 부족과 사회교리 강 사 부족 등의 문제가 과제로 떠오른 지 오래다.

박동호 신부는 “우리 시대가 던지는 도전에 대응하며 새로운 방식으로 복음을 전해야 할 교회의 ‘새 복음화’ 노력이 바로 사회 교리 실천”이라 며 “사회교리에 대한 신자들 인식을 강화하고 사회적 가르침을 올바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투자와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평신도들이 사회교리에 관심을 갖고 세상에 복음을 선포할 수 있도록 독려하기 위해서는 평신도들이 중심이 된 자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오늘을 살아가는 평신도들이 시대가 던지는 징표를 제대로 성찰하고 세상 한가운데서 하느님의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회교리에 대한 올바른 인식 확산이 필요하다.

하지만 평신도들 사이에서  ‘현실정치에 종교적 신념이 개입하면 위험하다’는 성속이원론적 논리가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안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하나 같은 의견이다.

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장 이동화 신부는 “한국교회가 프란치스코 교황이 강조한 ‘가난한 이 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교회의 대다수인 평신도들의 의식 전환이 필수적” 이라고 강조했다. 이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시장 중심의 자본주의를 ‘새로운 독재’라고 비판한 것은 가톨릭 사회교리에서 천명해 온 것”이라며 “대다수 사람이 가난해질 수밖에 없는 오늘날 신자유주의적 경제 구조에서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기 위해서는 세상 속을 살아가고 있는 평신도들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5월 18일 성령강림 대축일 전야 미사 강론에서 “사랑을 실천하는 한 방법으로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정치가 혼탁하다고 해서 그리스도인들이 참여 하지 않는다면 정치는 계속 혼탁하게 될 것”이라 고 밝혔다. 교황은 에둘러 ‘사회 참여’가 아니라 직접적으로 ‘정치 참여’가 그리스도인들의 몫이자 책임임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가톨릭교회는 1960년대에 열린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꾸준히 개혁을 지향하며 시대의 아픔에 함께하기 위해 합리적 대안을 찾아오고 있다. 이러한 가톨릭 고유의 내적 원리를 이해하지 못한 채 자신의 정치적 태도나 신념과 다르다고 해서 함부로 교회의 다른 지체들을 폄하하는 태도는 무지와 오만을 드러내는 것에 불과하다.

 

가톨릭교회는 현실에서 어떤 정치체제도 완전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바로 하느님의 뜻과 이웃의 선익에 반하는 ‘죄의 구조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요한 바오로 2세, 회칙 「사회적 관심」 37항 참조)

 

교회는 폐쇄적 지배집단의 강압에 의해 침묵 하거나, 때로는 무감각과 무관심으로, 때로는 적극적으로 죄의 구조들의 확장을 돕는 위치에서 기도 했던 부끄러운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역사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가톨릭교회는 인간의 존엄과 공동선이 실종되는 상황 앞에서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가 되라고 가르치고 있다. 이 길에 가장 앞장서야 하는 존재가 평신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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