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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야기] 세상 한가운데서 프란치스칸 삶을 살며
첨부 작성일 2018-04-19 조회 1008

세상 한가운데서 프란치스칸 삶을 살며

 

이현주 가타리나 재속프란치스코회 국가봉사자

 

세계 가톨릭교회가 함께 지내는 ‘봉헌생활의 해’(Year of Consecrated Life)가 개막되었다. 교회 안에는 재속 신분 안에서 성령의 이끄심으로 사랑의 완성에 이르며, 서약으로써 각 수도회의 방법과 교회가 인가한 회칙에 따라 복음을 살려고 노력하는 평신도들이 있다. 복음삼덕(청빈, 정결, 순종)을 공식적으로 서약하고, 세상 한가운데서 수도자와 평신도로 살면서, 자신의 삶과 직업의 활동 등 모든 것을 하느님께 봉헌하는 기쁨의 성소를 살고 있는 재속회를 소개하는 것은 ‘봉헌생활의 해’를 맞아 신자들에게 진정한 봉헌생활의 의미를 일깨우는 기획이 될 것이다. <편집자 주>

 

 

 

교회 안에는 아씨시의 성 프란치스코(1181 ~1226)의 모범을 따라 예수 그리스도의 발자취를 따르는 영적 식구들이 많이 있다. 우선 남자 수도회인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여자 수도회인 글라라 봉쇄수도회, 그리고 재속에서 프란치스코의 모범을 따르는 재속프란치스코회가 있다. 이 세 회는 성 프란치스코가 직접 창설한 회(會, Ordo)이다. 이 밖에 시대에 따라 창설된 수도3회와 재속회가 있다. 교회 안에서 가장 큰 영적 가족을 이루는 프란치스칸 가족은 성 프란치스코의 정신으로 서로 연대하며 형제애를 나누고 있다.

 

이 중에서 전 세계 45개국에 45만명 정도의 단일 가족을 이루고 있는 회가 바로 재속프란치 스코회이다. 8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재속프란치 스코회는 사부 성 프란치스코 시대에는 ‘회개하는 형제회’로 불렸다. 이 명칭은 1회인 작은형제 회(프란치스코회)의 초기 명칭이기도 하다. ‘회개’라는 속성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재속프란치 스코회 회칙 안에서도 잘 드러난다. 즉 800여 년 동안의 세월 속에서 변하지 않는 영성은 바로 회개 영성이다. 끊임없는 자기 성찰이 없이는 ‘회개’는 글자에 불과하다. 재속프란치스코회 회원으로 회개 생활의 모범이 된 성인 성녀는 무려 100여 명이나 된다. 그중에서 헝가리의 성녀 엘리사벳, 프랑스의 루도비코 성왕, 코르토나의 마르가리타, 폴리뇨의 안젤라, 스웨덴의 비르짓타, 이탈리아의 프란치스카 로마나, 비오 10세 교황, 요한 23세 교황 등은 800여 년의 역사에서 교회의 빛이 되어 누구에게나 익숙한 성인 성녀들이다. 이 밖에 수도회를 창설한 성인 성녀들도 많이 있다.

 

교회는 시대에 맞는 회칙을 재속프란치스코회에 인준해 주고, 그 역사적 소명을 다해 주기를 기대하였다. 1221년 회칙 인준 이후 몇 번의 개정을 거쳐 1978년 6월 24일자로 교황 바오로 6세가 인준하신 현 회칙 또한 시대적 소명에 대한 교회의 부르심이다. 이는 ‘프란치스코 3회’라는 명칭을 ‘재속프란치스코회’로 칭한 데서도 그 소명을 찾을 수 있다. ‘재속프란치스코회’는 명칭 자체가 회의 속성을 잘 나타내고 있다. 이 말은 재속에서 프란치스코의 영성과 정신을 따라 사는 이들의 회라고 말할 수 있는데, 이는 현재 재속프란치스칸들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해 주는 말이다.

 

재속프란치스코회는 국제공동체이다. 국제 총 본부는 로마에 있으며 국제평의회가 전 세계 재속프란치스코회의 가장 상급 형제회이다. 그 산하에 각국에 구성되어 있는 국가형제회, 그리고 그 산하에 지구형제회, 그리고 가장 기초 단위인 단위형제회가 있다. 재속프란치스코회 회원은 나라마다 규정한 기간에 의해 서약(professio)을 하게 되는데, 서약을 하면 가장 기초 단위인 단위형 제회에 속하게 되며, 이곳에서 형제회 생활을 하게 된다. 서약을 한 회원들은 교회 구조와 같은 재속프란치스코회의 구조 안에서 영적으로, 조직적으로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갖는다.

 

단위형제회의 생활은 그 단위형제회의 평의회가 회헌과 상급의 지침을 따르면서 자율적으로 형제회 안에서 회원들이 프란치스칸 삶을 살 수 있는 계획과 실행을 하게 된다. 회원들의 지원, 입회, 서약을 결정하고, 서약 후에도 회원들의 영적 삶을 관리한다. 단위형제회는 무엇보다 교회가 사랑의 공동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형제회 생활을 이끌어 간다. 상급 형제회에 봉사하는 모든 이들도 자신이 속해 있는 단위형제회의 일원이다. 그만큼 단위형제회는 개개인의 생활과 밀접하다.

 

필자가 처음 재속프란치스코회에 발을 내디 뎠을 때는 20대 중반이었다. 수녀원에 간 언니가 갓 결혼한 저희 부부에게 소개해 줘서 지원을 하게 되었는데, 가서 보니 온통 연세가 드신 할머니 들만 눈에 띄었다. 필자처럼 어린 사람은 없었다. 그만 도망가고 싶었다. 영성생활을 해 보겠다고 찾아온 곳이 이렇게 할머니들뿐이라니…. 그런데 그 할머니들이 우리 부부의 손을 잡아 주시고, 따뜻한 생강차를 끓여 오시고, 한 달 동안의 안부를 물으시는 것이었다. 할머니들의 따스한 손길은 어느 새 공동체의 온기를 내 마음 깊이 받아들이게 되었다. 칠락묵주를 손에서 놓지 않았던 할머니 회원들은 성 프란치스코처럼 사제들에 대한 사랑이 누구보다 커서 보좌신부에게도 고개를 90도로 숙이기를 서슴지 않았으며, 성당의 궂은 일 또한 기쁘게 행하시곤 하였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감동은 회원들의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선행과 덕행이었다. 겉으로 남루해 보이는 어느 회원은 평생 남몰래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었고, 넝마를 주워 모은 돈으로 가난한 이들을 몰래 돕는 할머니도 있었다. 필자가 보기에는 그 할머니가 도움을 받아야 할 처지 같아 보였다. 또 개인뿐만 아니라 형제회가 자체적으로 하는 봉사에도 눈물이 머금어질 때가 있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성지 청소를 도맡아 하는 형제회, 몇 십 년을 본당 화장실 청소를 하는 형제회, 무료 급식소를 운영하는 형제회 등 크고 작은 일로 교회의 밀알이 되는 형제들은 재속프란치스칸 생활의 감동을 늘 멈추지 않게 한다.

 

그리스도를 만나는 감동이 늘 함께 하는 멋진 형제회를 교회 안에 있도록 섭리해 주신 주님께 마음을 다해 감사드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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