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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야기] 교황 방한 이후 한국교회의 새아침
첨부 작성일 2018-04-21 조회 680

교황 방한 이후
한국교회의 새아침

김문태 힐라리오 서울평협 기획홍보위원

 

지난여름은 참으로 뜨거웠습니다. 한국천주교회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으로 후끈 달아올라 큰 감동과 기쁨을 누렸습니다. 교황의 행보에서 단단한 반석, 선한 목자, 가난한 성자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교황은 다양한 교회 구성원들을 만나 그에 걸맞은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우선 주교들에게는 사제들 곁에 가까이 머무르며 용기를 북돋길 촉구했습니다. 또한 신부들에게는 하느님의 백성을 섬기며 아낌없이 봉사하길 에둘러 권고했습니다. 특히 가난한 이들에게 관심을 쏟고 연대를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교회가 중산층의 사교모임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는 한편, 성직자들이 세속성에 경도되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던 것입니다. 다음으로 교황은 수도자들이 부자로 살아가는 위선을 행함으로써 신자들의 영혼에상처를 입히고 교회를 해친다고 일침을 가했습니다. 세계화와 소비주의가 수도자의 청빈을 위협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따끔한 지적이었습니다. 이어 교황은 평신도들에게 신앙의 풍요로움은 사회적 신분이나 문화를 가리지 않고 형제자매들과의 연대로 드러나므로 인간 성장을 위해 가난한 이들과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교황의 메시지는 분명했습니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이들의 교회,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라는 사도와 우리 신앙선조 시대의 이상을 제시했던 것입니다. 이에 따라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는 2014년 주교회의 추계 정기총회를 앞두고 설문조사를 통해 한국 교회의 나아갈 방향에 대한 여론을 수렴했습니다. 응답 요청자 218명(주교 6, 신부 87, 수도자 64, 평신도 61)과 자발적 참여자 462명(성직자 33, 수도자 23, 평신도 406)의 답변은 교황의 지적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응답자들은 한국 주교들에게 바라는 개선점으로 대화와 소통 부족, 사회정의 실천 부족, 사목 비전과 리더십 부족, 독선과 권위주의, 부유하고 안락한 생활을 꼽았습니다. 또한 신부들이 개선할 점으로 독선과 권위주의, 기도와 영성생활 결핍, 부유하고 안락한 생활, 사치스런 취미활동, 가진 자 위주의 사목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수도자들의 개선점으로 기도와 영성생활 결핍, 편협하고 일방적인 사고를 선택했습니다. 평신도들에 대해서는 기도와 영성생활의 결핍, 사회정의 실천 부족, 분파적 행동, 이웃과의 반목을 지적했습니다. 한국천주교회의 문제점이 여과 없이드러난 셈이었습니다.


1784년 이승훈 베드로가 중국 베이징에서 세례를 받고 돌아온 이래 한국천주교회는 16개 교구, 1,668개 본당, 791개 공소를 지닌 큰 교회로 성장하였습니다. 2013년 현재 신자 총수는 5,442,996명으로 전체 인구의 10.6%에 달하고 있습니다. 또한 성직자로서 1845년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가 중국 상하이에서 사제서품을 받은 지 170년이 되었습니다. 그 뒤 한국천주교회는 2013년 현재 주교 36명, 신부 4,865명, 신학생 1,463명, 수사 1,564명, 수녀 1만173명으로 성직자와 수도자 수가 크게 늘어났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괄목할 만한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내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데 있습니다. 최근 우리 신자들의 주일미사 참례자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입니다. 전체 신자 중 불과 22.7%만 주일미사에 참례하고 있는 것입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미사가 ‘자비의 성사이고 일치의 표징이고 사랑의 끈이며, 그 안에서 그리스도를 받아 모시어, 마음을 은총으로 가득 채우고 우리가 미래 영광의 보증을 받는 파스카 잔치’(전례헌장 47항)라고 선포했습니다. ‘성찬례가 그리스도교 생활 전체의 원천이며 정점’(가톨릭교회교리서 1324항)이므로 미사는 그리스도인의 삶 한가운데 놓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신자들은 여기서 멀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교회의 외형적·양적 성장과 내면적·질적 저하가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대목입니다.


한국천주교회는 1960년대 이후 부정과 독재로 얼룩진 정치상황을 거치는 동안 ‘굶주리고 목마르고 헐벗고 매 맞으며 집 없이 떠돌아다니고 있는’(1코린 4, 11) 이들에게 힘과 용기, 그리고 정신적 안식처와 사상적 기반을 제공하면서 신자 수가 단기간에 두 배 가까이 불었습니다. 그러나 민주화와 인권문제가 일정 궤도에 오른 현재에 와서는 이러한 고무적인 현상이 더 이상 지속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식은 신자, 미지근한 신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남아 있는 신자들의 세속화 성향 역시 큰 문제라 아니 할 수 없습니다.

 

일천한 역사를 지닌 한국천주교회가 ‘번영하는 큰 교회’로 성장한 데는 1만위가 넘는 신앙선
조들의 선혈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한국천주교회의 구성원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한 교회의 지체로서 직분에 맞게 신앙생활을 하는 한편, 하느님을 드러내는 일에 모든 것을 내놓고자 하는 백색순교의 각오가 절실한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한 몸인 교회를 위해 성직자는 예수 그리스도의 대리자답게 인자한 아버지처럼, 수도자는 자기 증여의 봉헌자답게 자애로운 어머니처럼, 평신도는 하느님의 백성답게 효성스런 자식처럼 살아야 할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지적처럼, 또한 설문 응답자의 선택처럼 성직자는 가난한 이를 위하고 소통하고자 하는 삶을, 수도자는 청빈한 자세로 기도하는 삶을, 평신도는 영성적이고 이웃과 화목하고자 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을미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양의 해입니다. 성직자는 양 냄새나는 목자답게, 수도자는 양들을희망의 길로 안내하는 표지답게, 평신도는 바른 길을 걷는 양답게 산다면 한국천주교회는 진정한 그리스도의 정배(淨配)가 되지 않을까요. 한국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가 제안한 국민의식운동이 시의적절한 까닭입니다.


‘답게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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