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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년 겨울 / 계간 4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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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야기] 거룩한 독서의 충만한 기쁨
첨부 작성일 2018-04-21 조회 682

거룩한 독서의
충만한 기쁨

이희재 헤드비제 분당 성마태오성당

 

 

이콘 연구소 졸업작품으로 ‘성령강림’을 준비하느라 정신 없이 바쁜 기간이었다. 어느 날 대모님이 영적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할 거라며, 성경 읽는 모임 ‘거룩한 독서’를 권하셨다.


“이렇게 정신 없이 바쁜데, 성경을 읽는 시간을 따로 낼 수 있을까? 매일미사를 읽는 것으로 대신하면 안 될까?”라며 주저하고 있는 나에게, 대모님께서 “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거야!”하시며 쐐기를 박으셨다. ‘평생 후회할지도 모른다!’는 그 한마디에 정신이 번쩍 났고, 거룩한 독서를 시작하게 되었다.


“내가 지날 수 없게 그분께서 내 길에 담을 쌓으시고, 내 앞길에 어둠을 깔아 놓으셨네. 나에게서 명예를 빼앗으시고, 내 머리의 관을 치워버리셨다네. 사방에서 나를 때려 부수시니, 나는 죽어 가네. 그분께서 나의 희망을 뽑아버리셨다네.”(욥 19,8-10)


이상한 힘이 있음을 경험하게 된다. 욥기를 읽는 주간에, 스텔라는 그 말씀 안에서 자신이 처한 곤경을 욥과 견주어 보았을 것이고 위로를 받았으며, 욥기 안에서 보여 주시는 하느님의 말씀을 찾았을 것이다.


성당이라는 신앙공동체 안에서 무수히 겪게 되는 인간관계에 대한 갈등,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부딪치는 시련들, 여러 매체들을 통해 접하게 되는 이해하기 어려운 다양한 사건사고들… 나 역시 이러한 갈등 속에서 시련을 피해 보려고 다른 본당에서 미사를 드리기도 하고, 냉담상태가 되기도 하며, 간신히 극복하기도 하면서 하느님께서 주신 숙제들을 풀어 가려고 노력한다.


“우리는 또한 끊임없이 하느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가 전하는 하느님의 말씀을 들을 때, 여러분이 그것을 사람의 말로 받아들이지 않고, 사실 그대로 하느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그 말씀이 신자 여러분 안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테살 2,13)


그런데 다른 교우들과 거룩한 독서를 하면서 나에게 변화가 일어났다. 여태껏 지식으로 배우는 성경이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성경으로 나에게 다가오는 것이다. 어느 신부님 강론에서 기도하는 시간은 내가 하느님께 말씀을 드리는 시간이고, 성경을 읽는 시간은 하느님께서 나에게 말씀을 하시는 시간이라고 하셨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이 모임은 거룩한 독서라는 이름처럼 거창하기보다는 아주 단순하고 소박했다. 정해진 성경 분량을 읽고, 자신의 삶에 비추어 묵상하며,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 그동안 가장 마음에 와 닿은 성경 구절에 대해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짧게 말하는 모임이다. 특별히 성경을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고 각자 자신의 묵상을 말하고, 다른 사람의 묵상에 대해 조용히 귀 기울여 들으면 되는 것이다.


모두가 함께 정해진 성경 구절을 읽고 왔지만, 와 닿는 성경 구절은 서로 달랐다. 가끔은 저런 구절이 있었나? 하고 성경을 다시 찾아 읽을 정도로 내가 무심히 지나쳤던 말씀의 구절들을 다른 사람은 놀라운 시선으로 찾아낸다. 그때마다 ‘아! 나는 그런 구절을 그냥 지나치고 읽는구나. 나는 이런 구절을 마음에 담는구나.’ 생각을 하면서 내 믿음의 색깔이 어떤 종류의 색이었나를 깨닫게 되기도 한다.


그러면서 점점 그 나눔의 시간이 기다려지게 되고, 조용히 듣고 있으면 다른 사람의 짧은 묵상이지만, 하느님을 만나는 그 다양한 삶들이 너무도 풍요롭게 느껴진다.


가끔은 신앙 안에서 흔들리고 있는 나 자신을 보게 되기도 하고, 가족 간의 관계 혹은 다른 인간관계에 있어 갈등의 원인이 나였음을 깨닫게 되며, 말씀을 통해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을 조금이나마 느끼면서 매주 한 걸음씩 말씀 안으로 들어가는 나를 만나게 된다. 이런 기쁨과 희망을 알게 된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말씀으로 하늘과 땅을 창조하시고, 온 누리의 얼굴을 성령으로 새롭게 하시는 아버지 하느님! 찬미 받으소서.”


성경을 읽기 전에 드리는 시작기도다.


미사 중 “하느님께서는 살아 계시며 다스리시나이다.”를 앵무새처럼 되뇌었지만, 정작 살아 계시는 하느님을 만난다는 것이 무슨 말인지 알지 못했던 것 같다. 성경을 읽음으로써 또 그 말씀을 공동체 안에서 나누며, 살아 계시는 하느님을, 다스리시는 하느님을 만나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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