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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야기] 봉헌 생활의 해를 맞아 성 베네딕토회 봉헌회원의 삶을 노래하며
첨부 작성일 2018-03-26 조회 807




봉헌 생활의 영성

봉헌 생활의 해를 맞아 성 베네딕토회 봉헌회원의 삶을 노래하며

손경옥 젤드루다 성베네딕토회 왜관수도원 봉헌회 왜관 1기

 

‘이치에 맞는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이 아닌 봉헌자답게 살아가는 평신도로서 모두의 마음을 모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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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삶의 마지막에 입는 옷을 수의라고 하는데, 그 수의를 늘 입고 사는 분들이 있다. 하느님을 찾고 하느님을 갈망하여 그 삶이 언제나 사순절을 지키는 것과 같아야 마땅한 성 베네딕토회의 수도자들과 마찬가지로 성 베네딕토회의 봉헌 회(Oblati) 회원들도 월 모임에서 봉헌복을 입으며 그 옷은 곧 수의이다. 우리들은 성 베네딕토회의 영적인 여정에 함께하려는 열망으로 봉헌회원으로 살기를 결심하였고, 종신봉헌을 한 사람들이다.

 

성 베네딕토 왜관수도원을 들어설 때마다 대문 안의 공기가 다름을 느끼곤 한다. 수도원 대성전을 들어서기 전엔 ‘문간’에서부터 이 ‘정적’을 만난다. 괴테가 말했다는 ‘산의 정적’이며, 이육사가 ‘계절의 오행’에서 말한 ‘정일’이다.

 

성 그레고리오 대종이 그의 저서 <대화>에서 말씀하신 ‘침묵의 영성’이 빛나는 순간이다. 그는 수도자들을 위하여 슬기로운 절제와 명쾌한 표현의 규칙서를 저술하여, 그가 교사로서 실행했던 모든 활동을 재인식하게 해 주었다.

 

성 베네딕토는 5세기 말, 이탈리아 중부 누르시아(Nursia)에서 태어났고, 로마에서 공부를 하다가 수비야코(Subiaco) 골짜기에서 은수 생활을 시작하였고, 이후에 제자들이 몰려와 수도원을 세우고 이름난 수도원장이 되었다. 나중에 수도원을 로마 남쪽 150km 지점의 몬테카시노(Montecasino) 산꼭대기로 옮겼다. 성 베네딕토의 제자들은 교회의 역사 안에서 발전과 쇄신을 거듭하며 이어져 왔으며, 오늘날까지도 베네딕토의 제자답게 살고자 노력하고 있다. 1909년 한국에 진출한 독일 오틸리엔 연합회의 성 베네딕토 백동수도원은 원산, 연길을 거쳐 오늘날엔 왜관수도원에서 지속적으로 활발한 수도생활을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프란치스코 교황 방문에 때맞추어 서울의 역사박물관에서 ‘동소문 서소문별곡’이란 특집으로 100년의 발자취를 일반인들에게까지 공개하여 하느님의 영광을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알리기도 하였다.

 

<성 베네딕토 규칙서> 머리말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아들아, 들어라, 말해 줄 것이 있다. 너에게 삶의 길을 가르쳐 주려고 한다. 만일 네가 영원한 생명을 원하거든, 네 혀는 악을 피하고, 네 입술은 거짓된 말들을 삼가라. 사악을 멀리하고 선을 행하며, 평화를 찾아서 뒤따라가라. 그러면 너희가 주님을 부르기 전에 주님께서 너희에게 “나 여기 있노라.”고 말씀하실 것이다.


이 말씀 중에 우리는 ‘침묵’을 강조하면서도 ‘말하기가 허락된’ 문간 담당 수사의 소임을 생각한다. ‘손님을 그리스도처럼 맞아들이고(규칙서 53) 환대하라.’는 권고의 말씀은 나그네를 대접하는 성조 아브라함의 모습을 본뜬 ‘착한 일의 도구’ 라는 개념과 함께 ‘하느님의 계명을 매일 행동으로 채워라.’라는 구체적인 가르치심과 같다고 본다.


사려 깊은 세심함을 가지고 하나도 놓치지 않고 가르치시려 애쓰는 성 베네딕토의 규칙서의 정신으로 오늘을 살아가는 성 베네딕토회 수도자들의 수도여정에서 영적인 자산을 공유하려 노력하는 봉헌회원들은 매년 발행되는 <수도승 전례지침 (성 베네딕토회 왜관수도원)>의 “모든 수도형제들과 봉헌회 회원들은 베네딕토회 고유수도승 전례력을 따를 의무가 있음”을 스스로 확인하며, 언제라도 마음과 목소리가 조화되도록 마음 정화에 힘 쓰시는 분들을 본받으려 노력을 한다. 또한 “시간 전례 속에 하느님의 일에 관한 베네딕토회의 고유한 영성과 신학과 지침이 잘 담겨 있음”을 알기에 오늘도 시간을 맞추려 안간힘을 쓴다.


그리고 수도영성의 가장 고유한 영성인 ‘하느님과의 대화와 관상의 영성’과 ‘친교의 영성’을 배우며 미력하나마 가능하면 함께함으로써 그레고 리오성가와 안티포날레의 선율이 풍성한 은사를 타고 더 널리 퍼져 나가게 노력한다. 봉헌회원들은 2년에 한 번씩 수도원 순례를 통하여 독일의 성 오틸리엔 수도원에서 이탈리아의 몬테카시노, 성 안셀모수도원까지 손님이 되어 방문하기도 한다. 또 4년마다 개최되는 세계봉헌자대회의 세미나에 참석하여 각 수도원의 대표회원들과 살아있는 영적 교류를 나누기도 한다.


봉헌회원 중에는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고 노래하신 구상 시인이 특별회원이셨으며, 지난 2월 하느님께로 돌아가신 “바다에 누워”의 작사, 작곡가인 장인식(세례자 요한-10기), 그리고 “사랑과 기쁨으로 생명 평화이시며 / 기도로 이룬 사 랑 / 봉헌회 형제자매 / 하느님의 뜻 따라 영원토록 살리라”고 노래하던 박해수(프란치스코-9기)도 회원이셨다. 전국의 많은 기차역과 대구 시내 지하철역에 그의 시가 있어 간이역 시인이란 이름도 가진 장인식 시인이 사랑하는 부인과 함께 월모임에서 늘 환하게 웃는 모습은 지금도 수도원 문간에 들어서면 다시 만날 듯 생생하다.


많은 회원들이 ‘성무일도를 하는 것’이 정말 좋다고 한다. ‘렉시오 디비나’를 하게 된 것이 너무나 좋다고 하는 봉헌회원들은 수도원의 장례와 종신서원 잔치에서 손님접대의 한몫을 하며 하느님께 돌려드리는 영광을 늘 생각한다. 10여 년이 흐르는 동안 참으로 많은 분들이 떠나가고 또 모여 온다. ‘정주’라는 베네딕토회의 영성에 ‘뿌리내리기’에서 성공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내가 그 원인을 제공한 것은 아닐까 반성하며 기도 보탬에 충실하도록 자신을 성찰해 본다.


성무일도를 원래대로 잘 바치려는 성 베네딕토회의 봉헌회원인 것이 기쁘고 감사하다. 봉헌생활의 해를 맞아 성 베네딕토가 강조한 ‘이치에 맞는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이 아닌 봉헌자답게 살아가는 평신도로서 모두의 마음을 모았으면 좋겠다.


“새로운 노래를 부르자.”는 왜관수도원 박현 동 불라시오 아빠스와 모든 수도자들과 전 세계 모든 베네딕토회원들, 또 그들이 사랑하는 이 땅의 모든 이들이 주님의 평화가 가득한 부활을 기쁘게 맞이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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