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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야기] 엠마오 가는 길에 우리는 부활의 증인
첨부 작성일 2018-03-26 조회 682

평신도 에세이

엠마오 가는 길에 우리는 부활의 증인

부활은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찾아오는 평화

최순섭 베드로 불광동성당

 

이처럼 부활은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찾아오는 평화이다. 어쩌면 우리의 인생길은 바로 엠마오 가는 길이 아닐까, 오늘도 부활의 증인으로 주님을 뵈러 찾아가는 길에 예수님께서 “걸어가면서 무슨 말을 서로 주고받느냐?” 하고 물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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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오 가는 길에 우리는 부활의 증인이다. “에이, 부활이 어디 있어. 죽어 봐야 아는 이야기인데.” 술 한 잔 거나하게 마시고 모여 앉아 주님의 부활 사건을 모르는 사람들은 이렇게 얘기했다. 그리고 벌써 잊고 살았다. 그렇다면 살아있는 동안에는 부활을 느끼지 못하는 것일까?

 

지난해 문화사목의 발원지 서울대교구 불광 동성당(주임신부 김민수 이냐시오)은 본당 설립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각종 행사와 문화축제로 한창인 가운데 가톨릭독서콘서트가 달마다 열리고 풍성한 나눔 행사 속에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나갔다.

 

3년을 넘게 준비해 온 50주년 기념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염수정 안드레아 추기경님께서 축복해 주신 기념 미사일 것이다. 온 국민의 기쁨과 찬양 속에서 지난해 2월 추기경님으로 서임되시면서 과연 바쁘신 일정을 뒤로하고 우리 작은 본당에까지 오셔서 미사를 집전해 주실 수 있을까? 하고 걱정을 많이 하고 있었다.

 

그러던 4월 어느 날 추기경님의 일정이 바쁘셔서 기념미사 날짜를 잡을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는 듯했다. 추기경님의 미사 집전에 초점을 맞춰 준비해 온 우리 사목 협의회 위원들과 총회장인 나는 내심 걱정이 태산 같았다.

 

그날 밤 촛불을 켜고 성모님 앞에 앉아 묵주 기도를 올리고 잠이 들었다. 한 세 시간 꼬박 잤을까? 목이 타는 마른기침에 눈을 뜨고 일어나 찬물 두어 컵을 마시고 돌아오는데 평소에 보이지 않던 쥘부채가 책상 위에 놓여 있는 게 아닌가. 잠시 후 제자리에 누웠는데 부채의 모습이 사라지지 않고 어른거려 계속 잠을 설치게 했다. 언뜻 스치는 생각에 “저 부채가 선물이 되겠구나!”하고 다시 잠을 청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꿈결에 로마의 하늘이 보였다. 순간 크고 환한 별 하나가 선홍빛을 그으며 내 머리 위로 날아들었다. 하, 그분은 천사였다. 긴 손잡이가 달려 있는 부채를 허공에 휘두르면 폭죽처럼 날리는 금가루, 나는 그 빛을 따라 습관적으로 머리맡에 놓인 핸드폰을 열고 메모를 했다. 이처럼 순식간에 시를 써 내려간 것은 아마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렇게 로마에서 서임되신 추기경님의 모습을 떠올리며 추기경님께 드리는 시 <분홍빛으로 오시네.>를 완성했다.

 

통일로 가는 길/가풀막 오르다 잠시 숨 고르는 작은 별 하나//성령의 불이 타올라 로마의 하늘 큰 별자리 무리 중에서 반짝이네.//그 은총의 빛은 만방에 폭죽처럼 번져/동방의 고요한 나라에 신비로운 빛으로 오시네.//어두운 삶 칸칸이 환한 등 내걸고, 낮밤 없이 심장 뛰는 생명의 빛, 가난하고 소외된 민초들 어루만지는 치유의 빛, 전쟁과 질병 잠재우는 평화의 빛, 남과 북이 하나로 살 섞는 소통의 빛//이 모든 빛은 순교의 피꽃, 꽃망울 활짝 피어 분홍빛으로 오시네.//온 세상 구하는 사랑의 빛으로 어린양들이 사는 작은 외양간에/그 말씀 전하러 오시네. - 『분홍빛으로 오시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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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며칠 후 기적처럼 추기경님께서 오셔서 미사를 집전(6월 1일)하신다는 전갈을 받았다.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그동안 모든 교우들이 희생과 봉사로 준비한 행사들을 부활절을 시작으로 5월 한 달을 축제 기간으로 정하고 <사진으로 보는 50년>을 필두로 <한지공예·도자성물 전시회>다, 성심홀에서 열리는 <열린 음악회>다, <작은 도서관 개관>을 했다. 또 <이웃 어르신 나눔 잔치>, <가톨릭독서콘서트>, <영화상영 퍼레이드>, <추천도서 감상문 쓰기 백일장>, <성서 이어 쓰기>, 그리고 <전 신자 여름 캠프> 행사가 끝나면, <교황님 방한 기념 불우 이웃 돕기 바자회> 등 또 시작되는 다음 행사가 예정되어 있었다. 이렇게 바쁜 가운데 이어지는 감동과 은총이 이루 말할 수 없는 축제의 연속에서 드 디어 기념 미사를 올리는 날이 다가왔다.

 

우리 본당에 초청되어 오신 재직했던 신부님들과 수도자들 그리고 3지구 회장님들 지역사회 단체장들과 모든 신자들과 봉사자들이 함께 참여한 가운데 추기경님께서 미사를 집전하셨다. 그리고 편찬 위원들이 숱한 고초를 겪으며 만든 결실 인 <참 세상의 빛> 50주년 기념집을 하느님께 봉헌해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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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가 끝나고 오찬 시간에 추기경님께 드리는 축사와 시 <분홍빛으로 오시네.>를 낭송해 드렸다. 낭송이 끝나고 성심껏 준비해 온 쥘부채를 추기경님께 올려 드렸다.

이 가슴 벅찬 경험은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마다 아주 커다란 힘이 되었다. 되돌아보면 그 많은 행사 속에서도 아무 일 없이 잘 끝나게 지켜 주신 주님께서는 우리들과 늘 함께 계셨다. 그리고 지난 하루하루가 씨를 뿌리는 봄이요, 하루하루 눈뜨고 보면 찾아오는 기적의 부활이었다.

이처럼 부활은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찾아오는 평화이다. 어쩌면 우리의 인생길은 바로 엠마오 가는 길이 아닐까, 오늘도 부활의 증인으로 주님을 뵈러 찾아가는 길에 예수님께서 “걸어가면서 무슨 말을 서로 주고받느냐?”하고 물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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