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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배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오르비에토 대성당
첨부 작성일 2018-04-09 조회 1136

성화에 얽힌 이야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오르비에토 대성당

고종희 마리아 한양여자대학교 실용미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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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비에토 대성당


성체에서 흐른 성혈이 묻는 수건
1263년 어느날, 프라하 출신 사제 베드로가 로마로 순례여행을 가던 중 이탈리아 중부의 볼세나라는 마을에 머물게 되었다. 성녀 크리스티나 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하던 중 이 사제는 성체가 예수님의 몸이라는 것에 의심을 품었다. 그러자 성체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하더니 제대를 적시는 게 아닌가!

교황 우르바노 4세의 명으로 성체는 즉시 오르비에토로 옮겨졌고, 성체에서 흐른 성혈이 묻은 린넨 수건은 그리스도의 살아있는 몸을 입증하게 되었다. 이를 보존하기 위하여, 또한 온 세계에 하느님의 놀라운 섭리를 알리기 위하여 1290년 11월 13일, 교황 니콜라우스 4세는 첫 삽을 떴고 이로써 승천하는 성모님께 봉헌된 오르비에토 성당이 건립되었다. 건립 기간은 1290년부터 1607년까지였으니 무려 300년이 걸렸다. 그리하여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오르비에토 성당이 탄생한 것이다. 성혈이 묻은 성스러운 천은 오늘날까지 이곳에 보존되어 있어서 방문객들의 공경을 받고 있다.

 


성체에 흐른 피가 묻은 린넨 천은 성체경당(Cappella Coroporale)에 정성스럽게

보관되어 있었다. 지금도 옅게 성혈 자국을 볼 수 있으니 놀랍기만 하다. 


 

2월 말, 출장 중에 잠시 짬을 내어 오르비에토에 갔다. 사실 30여 년 전 유학 시절 이 성당을 방문한 적이 있었지만 그때는 그저 큰 성당이었다는 것 외에는 별로 기억에 남는 것이 없었다. 이번에는 오르비에토가 세계 최초 슬로 시티(Slow City)라기에 들른 것이 었다. 인스턴트 음식을 먹지 않고, 자연 재료로만 음식을 만들고, 인간의 노동과 정이 배 어 있는 장인들이 만든 물건으로 가득한 도시라니, 각박한 생활에서 잠시라도 벗어나고 싶었다.

 

여행은 대성공이었다. 성공 정도가 아니라 크나큰 은총을 받았다. 30년 전에는 이탈리아 말도 잘 못하고, 미술도 알지 못하니 여기까지 와서도 성당이 참 크다는 사실 말고는 기억에 남는 것이 없었는데 이 성당이 이렇게 큰 의미가 있는 곳인 줄 알게 된 것이다. 이 성당의 보배인 성체에 흐른 피가 묻은 린넨 천은 성체경당(Cappella Coroporale)에 정성스럽게 보관되어 있었다. 지금도 옅게 성혈 자국을 볼 수 있으니 놀랍기만 하다.

 

그뿐만 아니라 오르비에토 성당은 미술사를 전공하는 나를 흥분시켰는데 이 성당 내부의 브리지초 경당에 그려진 루카 시뇨렐리(Luca Signorelli)의 프레스코 벽화와 대성당 정면에 조각된 구약과 신약을 주제로 한 부조 때문이었다. 벽화는 루카 시뇨렐리가 1500~1504년에 그렸고 부조는 이보다 200년 가까이 앞선 1320~1330년에 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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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 시뇨렐리, 최후의 심판: 잠에서 깨어나는

영혼들(부분), 1500-1504, 오르비에토 대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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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 시뇨렐리, 최후의 심판: 지옥의 영혼들(부분),

1500-1504, 오르비에토 대성당

 

 

베끼면 표절, 훔치면 걸작

미술은 아는 만큼 보이기도 하지만, 관심 있는 만큼 보이기도 한다. 모든 지식은 관심과 호기심에서 출발한다. 나는 작년부터 미켈란젤로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아마 미켈란젤로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학자들이 가장 오랫동안 연구해 온 테마일 것이다. 거기에 뭔가 새로운 것 하나를 보탠다는 것 자체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나는 이 오르비에토 성당에서 미켈란젤로가 어떻게 자신의 평생의 걸작이자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유산인 바티칸의 시스티나 소성당의 천장화와 벽화 최후의 심판을 탄생시켰는지를 재구성할 수 있게 되었다.

 

먼저 두 작가는 동일한 주제, 즉 <최후의 심판>을 주제로 그렸다. 그중 하나만 소개하자면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 하단 왼쪽에는 최후의 심판의 날 죽은 이들의 영혼이 심판을 받기 위해 땅 속에서 깨어나는 장면이 있다. 바로 시뇨렐리의 그림에서도 같은 장면이 등장한다. 이미 살이 붙어 인간의 모습을 한 영혼이 있는가 하면 해골상태인 영혼도 있다.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에 등장하는 영혼들은 물론 시뇨렐리의 것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자유자재의 나체로 그려졌지만 시뇨렐리의 오르비에토 벽화 없이 생각할 수 없다.

 

미술사를 공부하다 보면 미술작품이란 앞선 이의 것을 훔쳐서 만들어지는 것임을 자주 발견하게 된다. 세상에 우연한 것은 없고, 하늘 아래 새로운 것도 없다. 그러니 선배의 것에 자신의 것을 하나 더 보태는 것은 결코 부도덕한 것이 아니라 미술작품 탄생의 필수코스다. 단 어설프게 베끼면 표절이 되지만 완벽하게 훔치면 걸작이 된다. 위대한 미켈란젤로의 작품도 그렇게 탄생한 것이다. 디테일한 분석은 나의 연구에서 자세히 소개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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