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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평신도
  • 2016년 봄 / 계간 51호
    자비의 희년에 생각해 보는 용서, 그리고 화해 - 서상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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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사] 내가 베푼 자비는 하느님께서 백배로 갚아 주십니다
첨부 작성일 2016-06-23 조회 1123

누구 한 사람도 우리가 손을 벌릴 곳이 없음을 확인하고 나의 작은 봉급을 쪼개 쓰기로 결정했습니다.

- 권길중 바오로 / 한국, 서울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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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그에게 잘해 주고 아무것도 바라지 말고 꾸어 주어라. 그 러면 너희가 받을 상이 클 것이다. 그리고 너희는 지극히 높으신 분의 자녀가 될 것이다. 그분께서 는 은혜를 모르는 자들과 악한 자들에게도 인자하 시기 때문이다. 너희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루카 6,35-36).

 

자기 자신으로 살지 말고 하느님으로 살기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지난해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부터 자비의 특별 희 년이 시작된다고 선포해 주셨습니다. 특별 희년의 주제는 루카 복음 6장 36절의 “아버지께서 자비하 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로 정 하셨습니다.

성경을 읽고 묵상하다 보면 ‘처럼’이라는 단어 를 자주 접하게 됩니다. 특별 희년의 주제에서도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이라고 말씀하셨습 니다. 우리에게 주님의 새 계명을 주실 때도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요한 13,35)라고 가르쳐 주십니다. “이들도 우리‘처 럼’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요한 17,11). “제가 세 상에 속하지 않은 것‘처럼’ 이들도 세상에 속하지 않습니다”(요한 17,16). 이 글을 쓰기 위해서 얼른 떠 오르는 말씀만도 이렇게 많습니다.

저의 생각이 짧은 것인지는 모르지만, 예수님 께서 우리에게 주신 ‘처럼’이라는 말씀은 우리에게 행복한 삶으로 안내하는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서 우리 그리스도인들 이 바오로 사도의 고백처럼 더 이상 자기 자신으 로 살지 말고 하느님으로 살기를 강하게 청하시는 것입니다.

 

이처럼 사는 것이 ‘답게 살겠습니다.’를 실행 하는 길입니다. 사랑이신 교회는 예수님처럼 살겠 다는 우리 한국 평신도들에게 계속되는 격려로 용 기를 주십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복음 의 기쁨」을 첫 선물로 주신 이후 「찬미받으소서」를 통해서 지구 가족이 되어 살 것을 권고해 주셨습 니다. 이번에는 ‘자비의 특별 희년’을 선포하심으로써 더욱더 예수님처럼 살도록 격려해 주십니다. 이 큰 사랑에 거듭 감사드릴 뿐입니다.

 

자비는 베푸는 것이라기보다 떠받치는 것

예수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신 것처럼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말은 상대방을 위해서 죽을 준비 까지 되어 있는 무한한 사랑을 말합니다. 하느님 처럼 자비롭게 산다는 말은 탕자를 기쁨의 잔치로 맞아들이는 것을 뜻합니다.

나에게 좋은 것을 선물하는 사람만이 아니라 자기 잇속을 챙길 마음으로 접근하는 사람에게도 잘 대해 주라는 것입니다. 나를 필요로 하는 형제 가 있다면 그의 곁에 남아 있는 사람이 되라는 뜻 입니다. 착한 사람뿐 아니라 악인에게도 비를 내 려 주시는 것처럼 사람을 구분하지 않고 사랑과 온정을 베풀어야 하는 것입니다.

밀밭의 가라지를 뽑다가 밀을 상할까 염려하 시는 것처럼 형제를 섣부르게 판단하지 않는 삶이 어야 할 것입니다. 내 잘못을 묵히지 않고 고해성 사로 용서를 받듯이 나에게 잘못한 이를 너그럽게 용서해야 합니다.

포콜라레 운동의 창설자이신 끼아라 루빅은 “형제를 판단하는 것은 일치를 저해하는 것으로 마치 지옥문을 여는 열쇠와 같다.”는 말로 경계하 였습니다. 형제의 행위를 내 잣대로 판단하기에 앞서 용서해야 합니다.

자비는 베푸는 것이라기보다 떠받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 대한 사랑 때문에 세상 에 오실 때처럼 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오실 자리로 말구유를 택하셨습니다. 흔히 부자가 가난한 형제에게 베풀려고 행하는 자선처 럼 넉넉한 모습으로 오신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죄에 빠진 인류를 떠받들고자 가장 가난한 모습으 로 오신 것입니다. 특히 불편하거나 어렵게 사는 사람, 외롭고 힘든 사람, 죄인 등 사회적 약자와 함께해 주신 분이십니다.

 

학생들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나는 1970년대에 서울에 왔습니다. 촌사람인 나에게 고층 빌딩이나 복잡한 교통, 바쁘게 사는 모습들은 크게 힘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부자와 가난한 사람에 대한 확연한 구분이 더 많이 낯설 었습니다. 심지어 본당에 미사를 가서도 하느님에 대한 믿음보다 돈이 있어 보이는 분들이 특별한 대우를 받는 것 같아서 힘들었습니다.

그때는 학교에서 ‘학생들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가정방문을 실시했습니다. 일주일 동안의 기간이 주어졌습니다. 그때 중학교 2학년을 담임했는데 내 반 학생 수는 80명에 가까 웠습니다. 서울 지리도 아직 잘 모르던 나는 그 기 간 동안에 모든 학생의 가정을 방문했습니다. 내 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부자인 가정도 있었지만, 정말 경제적으로나 가족구성으로 볼 때 눈물 나는 가정들이 참 많았습니다. 방문을 마친 뒤 아내와 나는 우리 삶이 어려운 것은 잊고 학생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누구 한 사람도 우리가 손을 벌릴 곳이 없음 을 확인하고 나의 작은 봉급을 쪼개 쓰기로 결정 했습니다. 덕분에 임신 중이었던 아내와 내가 하 루 한 끼를 거르게 되었지만, 걱정 없이 학교를 다 닌 제자들을 보던 그때만큼 행복한 때가 없었을 것 같습니다. 주님께서는 “하늘에서 갚겠다.”고 말씀하셨지만 이 세상에서도 가득한 행복으로 갚 아 주심을 느꼈습니다. 나누는 행복을 경험한 것 입니다.

지금도 잘 살펴보면 내 것을 함께 쓰면 좋을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이분들에게 베푸는 것은 바로 내가 하느님을 채무자로 하는 부자의 길임을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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