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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평신도
  • 2016년 봄 / 계간 51호
    자비의 희년에 생각해 보는 용서, 그리고 화해 - 서상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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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만남] 세례 받고 나서부터 모든 삶이 은총이었습니다
첨부 작성일 2016-06-23 조회 1544

평신도가 만난 평신도,

윤광렬 사도 요한 수원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 회장

 

대담·정리 나권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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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6일 주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자리 잡은 성요한성당에서 윤광렬(61세) 회장과 만났다. 평신도로서 살아가는 모습을 진솔하게 들려주신 윤 회장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윤 회장은 올해 본당설립 23년을 맞은 성요한성당의 산 증인이다. 본당 설 립 후 첫 세례자 모집 때 교리를 배워 그해 성탄절 미사 때 세례를 받았다. 자녀 결혼도, 집안의 대소사도 다 본당에서 치렀다. 주일미사 때 성체분배자로 봉사 하고 있고, 지난해까지 본당 총회장 일을 맡았다. 본당에서 세례 받은 신자로 총회장을 지낸 첫 사례라고도 했다. “저는 평협 회장 일은 초보입니다.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메르스 사태가 터져서 아무 일도 못했어요. 허허.” 교우들과 인사를 나누던 윤 회장은 “먼 길을 왔으니 우리 맛있는 것을 먹으 러 갑시다.”라며 교외의 한 식당으로 이끌었다. 맛있는 돼지고기를 내놓는다는 그 집은 한낮에도 손님들로 차고 넘쳤다. “제가 신부님, 수녀님을 모시고 대접해 드렸더니 이게 무슨 고기냐 하며 너무 맛있게 드시는 겁니다. ‘수원갈비가 제일 맛있는 줄 알았는데, 이런 고기가 있었네요.’ 하면서 그렇게 좋아하시더라고요.” 하긴 그럴 만도 했다. 윤 회장이 직접 갈매기살을 숯불에 익혀 지글지글, 노릇노릇 육즙이 흐르게 한 뒤 가위로 능숙하게 잘라 생마늘과 함께 굽고, 뒤집 고, 먹음직스럽게 만들어내는 솜씨가 일품이었다. 가족이, 형제가 맛있게 먹고 즐거워하는 것을 보고 기뻐하는 사랑 가득한 얼굴, 영락없이 ‘사랑의 사도’라는 사도 요한의 모습이었다.

 

“나는 죄짓고 돌아온 둘째아들”

“어쩌다 세례를 받게 되셨는지요?” 우문에 현 답이 흘러나왔다. “제가 죄를 많이 지어서요. (웃 음) 코흘리개 때부터 장호원성당에서 놀았어요. 신 부님이 주시는 우유도 많이 얻어먹었지요. 그때는 어렵고 철이 없어서 세례 받을 생각은 못했어요. 불교집안이라서 4월 초파일이면 할머니 따라서 절 간에 쌀 한 말씩 메고 산으로 갔지요. 군대 가서는 주일날 훈련 안 받고 좀 쉬려고 성당에 갔어요. 군 종신부님이 세례 받으라고 해서 제가 여기 와서 졸기만 했는데 세례를 받을 수 없습니다. 제대로 공부해서 받겠습니다.’ 하고 말씀드렸죠. 신부님이 그날 세례자들에게 막걸리 한 말을 사시면서 그래 요. ‘이 친구가 세례 받아야 하는데, 딴 놈들이 받 는다.’고. (웃음)

결혼을 하게 됐는데, 집사람이 세례 받고 싶 다고 해서 무조건 천주교로 받으라고 했어요. 집 사람은 세례 받고 나서 반장도 하고 열심히 하더 라고요. 그러다 분당으로 이사를 오게 됐어요. 집 사람이 세례 받으라고 했지만 사업하느라 바쁘다 는 핑계대고 ‘조금만 더 있다. 조금만 있다.’를 입 에 달고 살았죠. 그러다 하던 사업이 잘 안 돼서 참 힘들었는데, 옆에 형님이 성당에 나가보자고 권유 하시는 거예요. 그렇게 해서 우리 본당 초대 신부 님이신 김영배 사도요한 신부님께 세례 받았어요. 오늘 복음처럼 죄를 많이 짓고 돌아온 둘째아들이 었죠.

제 아이들도 전부 요한성당에서 세례 받고, 봉사하고, 성가대 하고 그랬어요. 큰딸아이는 지 금 미국에서 살아요. 유학 가서 성당에서 봉사활 동하다 청년회장과 눈이 맞았어요. 결혼허락 받으 러 왔기에 제가 물었죠. 세례명이 뭐냐? 사도요한 입니다. 그럼 결혼해라. (웃음) 큰 손자가 루카, 작 은 손자가 안젤라예요. 작은딸은 인천에 살면서 제 사업 일을 도와주고 있어요.”

윤 회장은 성요한성당 초대 주임신부였던 김 영배 사도요한 신부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 이다. 주임신부의 세례명을 따라 그대로 사도요한 이 되었다고 했다. 김영배 신부는 2003년 1월까지 10년간 분당성요한성당을 사목하며 본당 신축의 대역사를 이뤄낸 사제다. 성요한성당은 한국 최 대, 동양 최대 규모의 성당이다. 다양한 회합시설 과 효율적인 공간 활용으로 지금도 순례자들의 발 길이 잦은 본당이다. 곳곳에 아름다운 성미술 작 품들이 많고, 성당 야경 또한 분당의 명물로 꼽힌 다. “은퇴하고 경기도 광주에 계신 요한 신부님을 가끔 찾아봬요. 저보고 아들처럼 ‘요한이 왔냐?’ 그 러시죠. 나이가 60이 넘었는데, 신부님 앞에선 아 직도 어린 것 같아요.”

 

성지순례 활성화 적극 추진 중

성당 커피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천당 아 래 분당’이라는 말처럼 노장청이 어우러진 활기찬 분위기가 흐른다. 커피숍은 성당에서 운영하는데, 한 잔에 1,000원이라고 했다. 봉사자들이 서빙을 하고 수익금을 사제 양성에 보태기 때문에 주일은 물론 평일에도 교우들이 애용한다고 했다.

“어쩌다 평협 회장을 맡게 되셨나요?”

“실은 바빠서 안 된다고 하고 도망가려다 잡 혔어요. (웃음) 성요한성당이 수원교구 분당대리구 대리구좌성당이거든요. 요한성당 총회장을 맡게 되면 대리구회장을 겸임하는데, 그래서 제가 교구 평협 상임위원으로 들어가게 됐죠. ‘본당 총회장 일 끝나면 이제 안식년을 가져야겠구나!’ 속으로 룰루랄라 하고 있는데, 작년 7월에 교구장 주교님 으로부터 봉사하라는 명을 받고 메르스와 함께 시작하게 됐지요. 제대로 준비도 못하고, 모든 게 부 족해요. 제가 회장이지만 봉사자들이 즐겁고 기쁘 게 봉사할 수 있게 기도하고, 협조자로서 도와주 는 것밖에 없어요. 그래서 미사 때마다 교구장님, 총대리주교님, 보좌주교님, 그리고 모든 본당의 사제들이 사목을 편안히 할 수 있도록 잘 도와드릴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합니다. 우리 는 평신도라서 신부님을 이끌 수가 없잖 아요. 그래서 그분들이 잘 이끌 수 있게 도와드리고, 기도합니다. 기도할 때 ‘주 님, 저 왔습니다. 하실 말씀 있으면 하세 요. 저는 아무 것도 모르니 이끄시는 대 로 따라가겠습니다.’ 그렇게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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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평협은 올해 중점 사업으로 성 지순례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4대 교구장이신 이용훈 마티아 주교님의 미 래 50주년의 표어가 ‘소통과 참여로 쇄 신하는 수원교구’입니다. 2016년 사목 교서의 실천목표는 ‘하느님의 자비에 참 여하고 증거하는 신앙인’이고요. 올해는 또 자비의 희년이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성지순례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수원교 구는 곳곳에 성지가 조성돼 있는 성지순 례의 메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병 인박해 250주년을 맞아 성지순례를 통 하여 성인들을 현양하는 운동을 전개하 려 합니다.

또 하나, 자비의 희년에 어려운 이 들을 돕는 일을 하려고 합니다. 6개 대리 구회장님들과 협의해서 수원교구 210개 본당에서 바자회를 개최해서 그 수익금 을 해외 선교하는 신부님과 해외난민, 어려운 이들을 돕는 데 쓰도록 할 계획 입니다. 그리고 교황님께서 환경문제를 중요하게 말씀하셨잖아요. 그래서 4월 에 죽산성지 영성관에서 모든 본당 회장 들이 1박 2일간 참여하는 수원교구 총 회장 연수 때 환경보전과 관련한 사업을 결정해서 추진할 계획입니다. 5월 8일에 는 남양 성모성지에서 개최되는 생명수 호대회에 참가할 예정입니다.”

수원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는 초대교구장 윤공희 대주교가 재임하던 1969년 3월23일 초대 조성지 프란치스 코 회장이 한종훈 스테파노 지도신부를 모시고 출발해 윤 회장이 21대 회장이 다. 윤 회장을 비롯해 6개 수원대리구 회 장과 주교좌성당 총회장, 홍보부장, 기 획부장, 총무부장, 사무장(상근)과 부회장 (평신도단체협의회장, 여성연합회장) 2명이 수 원교구 평협의 봉사자들이다. 매달 첫째 주 토요일이 정기 회합이지만 대부분 여 러 단체의 간부를 겸임하고 있어 가족처 럼 자주 만난다고 한다. 윤 회장의 수첩 에도 쉬는 날 없이 봉사활동과 회합 날 짜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회장을 맡 고 나서 제가 특별한 사업을 벌인 것은 없어요. 우선 전임 봉사자들이 이루어놓 은 사업들이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 력하고 있지요. 모든 봉사자들이 주님을 찬양하고, 기쁘게 봉사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기도를 자주 올립니다. 또한 ‘부 족한 저를 주님께서 원하시는 길로 인도 해 주십시오.’ 하고 늘 청원하지요.”

 

신부님 돌아가시면 3일장 같이 지내

윤 회장은 살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 각하고 실천해 온 것이 미사참례와 기도 라고 했다. 성요한성당은 월요일부터 토 요일까지 매일 6시 새벽미사, 장례미사 는 아침 8시에 새벽미사와 별도로 언제 나 가능하다고 한다. “평일마다 새벽미사를 드릴 수 있다 는 게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우리 본당 처럼 좋은 성당이 없어요. 수원교구 평 협은 신부님이 돌아가시면 3일장을 같 이 지냅니다. 수원 평협의 아름다운 전통입니다. 신부님은 평신도들의 영적 부모인데, 그렇게 하지 않는 게 이상한 거죠. 그러니 돌아가 셨다고 연도만 바치는 것은 평신도의 도리가 아니 죠. 돌아가신 분에게도 좋지만 남아 있는 사제들 도 좋아하세요. ‘회장님, 지금까지 계세요. 오늘도 나오셨어요.’ 그러면 힘이 하나도 안 들죠. 그분들 이 같이 기도해 주시니까요. 삼우제와 1주기 미사 도 같이 지냅니다. 수원교구 신부님들은 돌아가시 면 미리내 성지에 김대건 신부님과 같이 안장됩니 다. 은총이지요.”

 

“나보다 행복한 사람 어디 있나요?”

사진촬영을 위해 성모상이 있는 성당 마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성요한성당 앞 정원에 모셔진 성모상의 이름은 ‘은혜의 성모상’으로도 불리는데, 국내에 있는 성모상 중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성모상이라고 한다. 전체가 백색 대리석으로 높이 가 3미터나 된다.

“제 인생은 세례 받은 이후 제 뜻대로 된 게 하나도 없습니다. 저는 주님이 끌고 가시는 대로 그렇게 따라갈 뿐이죠. 그런데 되돌아보니 우리 본당에서 세례 받은 이후 제 삶이 다 은총이었어 요. 그러니 평생 여기를 떠날 수 없어요. 저는 여기 에서 연도까지 받을 사람이에요. (웃음) 제가 이번 사순시기에 알게 된 것이 있어요. 제가 지금까지 만나온 모든 사람들이 주님이셨어요. 그 전까지는 내 생각으로, 내가 도와줘야 할 사람만, 내가 생각 한 이웃만 주님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어 요. 제가 아침에 일어나서 밤에 잠자리에 들 때까 지 만나온 모든 사람이 다 주님이었어요. 그러니 행복이죠. 나보다 행복한 사람 어디 있나요?”

바오로 사도는 사도요한을 야고보, 베드로와 함께 ‘교회의 기둥’이라고 했다. 사도요한은 서기 100년경에 90살의 나이에 사도들 중 유일하게 순 교하지 않고 편안하게 임종을 맞았다고 전해 내려 온다. 윤광열 회장도 그렇게 본당에서 평생을 봉 사하다 편안하게 주님께 돌아가기를 바라는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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