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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평신도
  • 2016년 봄 / 계간 51호
    자비의 희년에 생각해 보는 용서, 그리고 화해 - 서상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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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만남] 무자비에 앞서 무관심을 극복해야 합니다
첨부 작성일 2016-06-25 조회 1195

이기헌 주교 인터뷰

무자비에 앞서 무관심을 극복해야 합니다


대담·정리 배봉한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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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헌 베드로 주교(70세)를 2월 26일 의정부교구청에서 만났다. 이 주교는 1947년 12월 31일 평양에서 태어나 가톨릭대학교를 졸업, 1975년 12월 8일 사제품을 받았고, 천호동본당 보좌를 시작으로 1978년 군종신부로 임관되어 1982년 전역, 잠원동본당 주임과 일본 동경 한인천주교회 주임 등을 거쳐 서울대교구 사무처장으로 일하다가, 1999년 12월 14일 주교품을 받고 제2대 군종교구장으로 사목했다. 2010년 2월 26일 의정부교구장으로 전보되어 사목하고 있다. 2012년부터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우리는 지금 자비의 특별 희년을 지내고 있는데, 자비는 우리에게 생소한 개념이 아닙 니다. 제가 자라던 어린 시절에는 동네에 거지 가 많았어요. 거지가 찾아와 한 푼 달라고 하 면 어머니는 어려운 형편이었지만 잘 베풀어 주셨어요. 그런 것을 보면서 나눔이라는 것, 사랑을 베푼다는 것이 아름답다고 생각했어 요. 아버지도 자상하셨어요. 놀러 데려가 주시 고, 어려운 시절이었지만 퇴근할 때는 과자를 사 가지고 오시는 분이셨어요.

중학교 들어가서인가 세계명작들을 읽었 는데, 「장발장」이 굉장히 감동적이었어요. 미 리엘 주교님이 촛대를 훔쳐 간 장발장을 용서 해 주고 너그러이 대해 줄 때에 그런 모습이 너무나 감동스러웠어요. 다른 요인들도 사제 가 되는 데 영향을 미쳤겠지만, 그 책을 읽으 면서 멋있는 사제, 자비를 베푸는 사제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했고, 사제직에 대해 조금 씩 더 깊이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전 세계를 마음으로 바라보시면서 이 시대 신자들 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자비라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 자비의 특별 희년 선포 칙 서 「자비의 얼굴」에서도, 자비가 하느님의 본질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우리 신자 들 가운데는 기도는 열심히 하지만 마음이 차가운 사람도 있고, 신앙생활을 열심 히 하지만 자비에 한 발 다가가지 못하고 자비를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습니 다. 신자들 스스로도 신앙인으로서 평화롭지 못하고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는 요 인인 듯합니다.

자비의 희년은 자비하신 하느님을 바라보면서 신앙 안으로 깊이 들어가라 는 요청이라고 봅니다. 자비를 체험함으로써 행복해지라는 초대라고 볼 수 있습 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는 폭력과 테러가 난무하고 있는데, 이러한 것들 을 근본적으로 치유하거나 없애려면, 전 세계 그리스도 신자들만이라도 자비에 대해 생각하고 하느님의 자비를 생각하며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교황님께서 생각하신 듯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저는 하느님 아버지께서 우리에게 끊임없이 베 푸시는 자비를 일상생활에서 실천하며 살아가도록 이 특별 희년을 선포합니다.” 라고 하셨습니다. 교황님께서 일상생활 속에서 자비를 실천하는 하나의 시간들 을 마련해 주신 것이 아닌가 하고, 고맙게 생각하고 은혜롭게 여깁니다.

 

우리 사회가 자비로운 사회가 되려면, 무자비에 앞서 무관심을 극복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평화의 날 담화에서도 언급하셨고 많은 문헌에도 나오지만, 우리가 사회의 많은 사건이나 여러 현상들을 보면서도 무관심에 깊이 빠져 있기 때문에 저지르는 잘못들과 소홀히 하는 많은 죄악이 있 습니다. 자비를 베푸는 사람들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 주변에 있는 이웃들을 바라 보고 어려운 문제들을 바라보며 무관심을 극복해야 합니다.

둘째로는, 우리 사회가 남북갈등을 이야기하고 지금은 남북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듯하지만, 이런 남북갈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남남갈등부터 극복해야 할 듯합니다. 사실은 상대방의 세대나 환경 등을 생각하면 큰 차이는 아닌 것 같은 데, 이념적으로 보면 근본적으로 차이가 나는 것처럼 생각하기 때문에 남남갈등 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상대방의 나이나 살아 온 환경이나 종교나 여러 가지 많 은 것들을 생각하면서 존중해 주고 또 나하고 다른 것들을 인정해 줄 때 남남갈 등이 극복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재작년인 2014년에 의정부교구 설정 10주년을 기념했습니다. 그때 10주년 을 맞이해서 사목에 기틀이 될 수 있는 신자들의 신앙에 대한 의식 조사를 했습 니다. 신자들이 신앙의 본질에 대한 생각도 예전과는 달라졌다고 느꼈지만, 신자 들에게 사제들이 해야 될 가장 중요한 역할이 무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찾아가 주는 것이라고 응답했습니다.

실제로 우리 교구 안에는 어려운 본당이 많이 있습니다. 이런 본당들에서 신부님들이 자애로운 사목자들이 되면 좋겠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했습 니다. 가장 좋은 선교 방법에 대한 신자들의 생각 도, 어렵고 가난한 사람들을 찾아가는 것이었습니 다. 이런 것들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기에 자비의 희년을 맞이하면서 어느 정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 어 있지 않았는가 생각합니다.

우리 교구에서는 소공동체를 사목 방침으로 삼고 있는데, 소공동체의 결실이, 나눔과 사랑과 자비를 실천하는 데서 결실을 맺어야 한다, 소공 동체가 사회사목 안에서 결실을 맺어야 한다는 이 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저도 사목방문을 다니거나 견진성사를 주러 본당에 가면 교우들에게 이런 이 야기를 많이 합니다. 교구에서는 ‘자비의 특별 희년’ 팸플릿을 만들 었습니다. 자비의 특별 희년의 의미와 특전에 대해 서 간략하게 설명하고, 자비의 실천으로 개인적 차 원, 교회 내적 차원, 교회의 사회적 차원에서 무엇 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다짐처럼 서술하였습니다. 개인적 차원에서는, 하느님 자비를 묵상하고 체험하고자 참회와 고해성사로 하느님의 자비를 체험하고 순례와 전대사를 받아 영적 쇄신의 계기 로 삼으며, 웃는 얼굴과 친절한 태도로 선교하고 지속적인 봉사활동으로 사랑을 실천하자고 했습 니다.

 

교회 내적 차원 곧 하느님 자비의 얼굴이 되 어야 할 교구와 본당에서는, 주교좌 성당과 참회 와 속죄의 성당에 ‘자비의 문’을 지정하고, 지구와 본당 중심의 연수와 교육으로 자비의 선교사를 양 성하며, 연 예산 중 사회사목 예산 10% 실천으로 사목활동을 쇄신하고 자비를 실천하자고 하였습 니다. 구체적으로는 독거노인을 위한 쉼터 마련, 결손가정 청소년을 위한 공부방 개설과 운영, 아 나바다 장터와 농산물 직거래 활성화, 이주민·새 터민·감옥에 갇힌 이들을 돌보기 등을 실천하기 로 했습니다.

세상 안에서 하느님 자비의 표지가 되어야 할 교회의 사회적 차원으로는, 자선활동을 아시아와 세계로 향하고, 남북화해와 통일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으로 민족화해학교 참여하기, 인도적 지원에 동참하기, 미사 전 묵주기도와 밤9시 기도와 강복 을 꾸준히 해나가기로 하였습니다. 또한 생태환경 을 보존하기 위해서 교황님의 회칙 「찬미받으소 서」를 읽고 생태적 고해성사의 실천으로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하기로 하였습니다.

걸어서 성당 가기, 탈핵 운동 참여도 제안하 였고요. 교구 모든 정책에 생태적 지속 가능성 개 념을 도입하고 생태적 실천 모범 본당에 상을 주 기로 하였습니다. 사회정의의 실현과 인권회복을 위해 무관심을 극복하고, 사회 문제에 정의롭고 따뜻한 마음을 가지며, 가난하고 상처받은 이들의 현장으로 향하는 순례를 적극적으로 실천하기로 하였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생태적 고해성사’란, 탐욕과 부주의로 자연을 함부로 파괴하고 창조질서를 망 가트린 것도 하느님의 마음을 아프게 해 드리는 죄라는 사실을 명심하고, 이런 생활습관을 청산하 고자 실천하는 성사입니다.

고해성사는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자신을 진 실하게 돌아보는 은총의 시간입니다. 어린 시절부 터 첫영성체 이후 고해성사는 자주 봐야 하는 것 으로 생각했습니다. 어린 시절에 큰 죄가 있었겠 습니까마는 고해성사를 보고 나면 아주 평화롭고 몸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주교가 된 지 금도 고해성사를 자주 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성사를 보기 전에 삶을 돌이켜 보며 내가 자주 범 하는 죄나, 나의 인성과 성향의 문제까지도 생각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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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생활을 고쳐 나가고 삶을 바꾸는 계기가 되기에 고해성사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고해성사 를 너무 부담스럽게 생각해서는 안 될 듯합니다. 저는 신자들에게 고해성사를 줄 기회가 많지는 않 지만, 사제들이 좀 더 편안하게 고해성사를 들어 주고, 신자들도 고해성사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마음을 가볍고 맑게 해주는 성사라고 생각하고, 자비의 희년이 고해성사에 좀 더 다가가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3월 27일이 부활 대축일이지요? 제 고향은 평 양입니다. 지난해에 주교들의 방문으로 가능성을 열었던 부활 대축일에 평양에 사제를 보내 대축일 미사를 드리는 문제는 특별한 계기가 없다면 지금 으로서는 희망이 없는 듯합니다. 남과 북이 똑같 이 문을 열지 않을 듯합니다. 남북관계는 지금 모 든 문이 꽉 닫혀 있는 느낌입니다. 어떤 계기가 있 어야 하는데 지금은 너무 강경 일변도로 나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조금 지나면 정치권에서도 자성을 하 게 되고 종교계와 지성인들도 대화의 필요성을 새 롭게 부각하게 될 듯합니다. 지금 당장은 어렵게 느껴지지만 대화는 계속해 나가야 합니다. 정부가 안 되면 민간 차원에서 나서거나 하여, 화해를 위 해 뛰어드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 은 종교가 나서도 힘들다고 봅니다.

4월 13일에는 국회의원 총선거가 있습니다. 지금 상황이 힘들다고 해서 정의를 비롯한 우리 사회의 문제에도 무관심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우 리 의정부교구에는 젊은 신부님들이 많아서 함께 사회문제를 공부하고 현장을 방문하는 모임들이 많이 있는데 저는 좋다고 생각합니다. 본당에서는 이런 일들을 정치적인 것으로 보기 때문에, 지혜 롭게 잘 이야기를 하고 감정에 앞서는 것이 아니 라 교회의 사회교리를 설명하며 설득력 있게 해야 한다고 봅니다.

자비의 희년에 이주민과 새터민 같은 어려운 분들이 있는 시설들을 방문하자고 했는데, 저도 이번에 견진성사를 주러 의정부교도소를 방문합 니다. 우리나라를 방문하신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제안으로 전 세계 가톨릭교회가 자비의 특별 희년 을 지내고 있는데, 우리 정부가 이런 흐름에 발맞 추는 결정들을 내놓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사제들이 나서기보다 평신도들이 앞장서서 정부 가 민족화해와 사회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 결정 들을 끌어내도록 적극적으로 힘써 주시면 좋겠습 니다.

 

“자비는 세상을 바꿉니다. 약간의 자비로도 세상은 덜 차갑고 더욱 정의로운 곳이 됩니다.”라 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을 다시 한 번 새겨 보면 좋겠습니다. 우리 모두 자비의 특별 희년에 하느님 자비를 체험하여 성숙하고 행복한 신앙인 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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