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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평신도
  • 2016년 가을 / 계간 53호
    병인순교 150주년 기념 특강: 병인순교와 현대사회의 평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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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만남] 봉사할 수 있다는 건 은총이지요
첨부 작성일 2016-10-21 조회 1339

평신도가 만난 평신도, 길병석 베드로 청주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 회장 

봉사할 수 있다는 건 은총이지요
대담·정리 나권일 편집위원

청주교구 평협에서 대외협력부장, 교육부장, 부회장으로 일한 길병석 베드로 회장은 오랜 시간 ‘단련되고 준비된’ 평협 회장이다. 길 회장은 또한 청주에서는 내로라하는 사회 명사이자 지난 28년 동안 청주 민안과의원 원장으로 일하며 봉사와 기부활동을 왕성하게 해왔다.  〈평신도〉 가을호를 위해 뜻깊은 만남의 기회를 허락해 주시고 신앙의 참기쁨을 알려주신 길병석 회장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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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를 거꾸로 돌려 2년 전으로 돌아가 보자. 프란치스코 교 황께서 2014년 8월 16일 충북 음성 꽃동네 ‘사랑의 영성원’ 에서 평신도 지도자들과 만난 역사적인 그 장면이다. 참석한 153명의 평신도 대표들과 일일이 악수하신 교황께서는 “한 국교회와 순교자들은 모범적인 애덕을 실천하는 그리스도 인 공동체 안에서 서로 사랑하는 삶으로 신앙을 증언했다.” 며 “이 값진 유산은 여러분의 믿음과 사랑과 봉사의 활동 안 에 줄곧 살아 있다.”고 따뜻한 미소로 격려하셨다. 한국 평신 도를 대표해 교황 성하를 맞이했던 권길중 한국 평협 회장을 비롯해 경향 각지에서 달려온 평신도 지도자들이 가슴 벅찬 행복을 맛보았던 것은 물론이다. 길병석 베드로(67세) 청주 평협 회장도 2년 전 그 아름다운 장면을 잊지 않았다. 그리고 그 감동을 잊지 않으려고 얼마 전에 청주 평협의 지도자들과 의미 있는 행사를 가졌다. 

Q. 교황님이 방문하신 길을 따라 도보순례를 하셨다고요?
“그렇습니다. 교황님의 꽃동네 방문 2주년을 맞아 그 하루 전인 8월 15일에 교황님께서 가신 길을 묵주기도를 바치면서 걸었습니다. 우리 교구의 평신도 간부들이 교황님의 영성과 말씀으로 새로이 거듭나기 위해 함께 모여 그때의 감동을 되새기며 묵상하는 시간을 가 졌어요. 막바지 무더위도 우리들의 그런 결심과 실천을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도보순례를 마치고 함께 모여 기도했는데, 참으로 감사하고 행복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길병석 회장이 도보순례 행사가 끝난 뒤 당시의 그 감동을 사진으로 보내왔다.)

Q. 청주교구 평협에 대한 소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리 교구는 규모는 작지만 신앙적으로는 참 으로 복 받은 교구입니다. 1896년 설립된, 기적의 역사와 의미를 갖고 있는 감곡 매괴성당이 있고, 최초의 조선교구 신학교 마을인 진천 배티 순교성 지, 황석두 루카 성인의 안식처인 연풍성지, 그리 고 국내 최대 사회복지 시설인 꽃동네가 있지요. 이런 복 받은 교구에서 우리 평협은 장봉훈 가브 리엘 교구장님의 사목방침인 ‘말씀과 성체 중심의 평신도사도직 운동의 활성화’를 위해 특히 ‘기도 잘하는 평협’, ‘성서 많이 읽는 평협’이 되고자 노 력해 오고 있습니다. 교구 선교사목국장이신 서철 바오로 신부님의 지도 아래 저를 비롯해 15명의 간부들, 그리고 78개 본당 평협 회장들로 구성된 상임위원들이 마음을 다해 참여하고 있습니다.”

훈련되고 준비된 평협 회장 

Q. 그동안 어떤 활동들을 해오셨는지요? 
“매년 4월이면 어르신들을 위한 게이트볼대 회, 5월에는 생명위원회 주도로 생명수호대회를 열어왔습니다. 그리고 매년 교구 내 주요 성지를 찾아 도보성지순례를 합니다. 올해는 9월 24일에 교구장님 집전으로 배티성지에서 3,000명의 신자 들이 모여서 성체강복대회를 개최합니다. 우리 교 구는 특별히 가경자인 최양업 신부님의 시복시성 을 위해 전 신자가 날마다 기도를 드리고 있는데 요, 그래서 평협에서는 그날도 4시간 도보순례를 하면서 최양업 신부님이 하루 빨리 시복시성되도록 묵주기도를 바치기로 했습니다.”

Q. 지난해 말부터 평협 회장을 맡아 오신 것으로 압니다. 내년에 더 알찬 프로그램들을 준비하신다고요? 
“‘어르신 성경읽기 인증제’를 실시할 계획입 니다. 성경암송은 어르신 신자들에겐 쉽지가 않잖 아요. 그래서 하루 한 장 성서읽기를 해보려고 합 니다. 제가 본당(수동천주교회)에서 하는 성서백주간 에 참여하고 있는데요, 참 묵상할 거리가 많고 좋 더라고요. 교회에 지금 냉담교우들이 늘고 있는 데, 성경을 읽으면 우리 교구장님이 강조하신 것 처럼 말씀대로 살고 성체중심으로 살아갈 수 있어 요. 사실 우리 신자들에게 성경읽기만큼 좋은 게 어디 있겠습니까! 성서를 읽으면 내가 변하게 돼 요. 내가 변하면 그 변화한 나를 보고 이웃 사람들 이 변하니까 신자답게 사는 삶이 되는 것이고요. 또 하나는, 청주 읍성 안팎에 박해 시대 순교 터와 신앙 증거터가 많거든요. 그래서 청주 시내 에 있는 청주읍성 주변 순교터에 더 많은 순례자 가 방문하고 기도할 수 있도록 할 생각입니다. 예 를 들어 옛 충청병영, 그러니까 현재 중앙공원 입 구에 순교현양 표지석이 있습니다. 제가 일하는 병원에서 10분 정도 거리라서 저도 마음이 답답할 때 묵주기도를 하고 오면 마음이 편안해지는데요, 내년에 여기에 기도소를 설치하면 더 지향을 두고 기도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153운동’에 ‘답게 삽시다’ 접목

Q. ‘답게 삽시다’ 운동과 관련해 청주 평협이 준 비하고 계시는 것이 있는지요? 
“올 12월 정기총회 때 ‘답게 삽시다’ 운동을 구체적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사 실은 우리 교구가 2년 전부터 ‘153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153운동은 나부터 변화하자는 쇄신운 동인데요. 1은 아침에 일어나서 기도 1차례라도 하고, 성경 1장이라도 읽자는 것입니다. 5는 매일 묵주기도 5단을 바치자는 것이고요. 3은 ‘고맙습 니다!’ 인사를 하루 3번은 하자는 것입니다. 153이 란 뜻은 예수님의 명을 받은 베드로가 그물에서 끌어올린 물고기 수를 말합니다. 베드로처럼 우리 도 그물을 오른쪽으로 던지자는 것이지요. 모나미 볼펜이 153이니까 외우기도 쉽고요.(웃음) 153운동 의 이런 취지와 ‘답게 삽시다’ 운동을 잘 접목시켜 볼 생각입니다.”

길병석 회장은 청주에서는 유명인사다. 청주시 상당 구 북문로 지하상가에 자리한 ‘민안과의원’이 길 회장 의 일터다. 1987년 개업한 안과 전문병원으로 청주 시민들에게 믿음과 신뢰를 주는 안과의원으로 명성 이 높다. 국내 시력교정수술 1세대로 꼽히는 길 원장 은 라식·라섹수술과 백내장수술의 베테랑이다. 줄 잡아 2만여 명이 그의 의술을 통해 안과 질환을 치료 하거나 건강을 회복했다. 의술은 인술(仁術)이다. 평 신도 지도자이기 전에 의사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 하고 실천해 오신 것은 무엇인지 궁금했다.

Q. 평신도 지도자로서 늘 깨어있는 삶을 강 조하시는데요, 우리 평신도가 자신의 일터에서 어 떻게 순교정신으로 살 수 있을까요? 
“제가 28년 동안 한 자리에서 안과 의원을 하 고 있습니다. 의사로 살면서 환자들과의 관계에서 겪은 일들이 많아요. 옷차림이 남루하고 힘드신 분이 병원에 오셨을 때 제 나름대로는 ‘하느님께 서 이런 차림으로 같이 오셨구나!’ 하면서 속으로 ‘오소서 성령님!’을 외치지요. ‘저 분을 통해 하느님 이내게 주신 의미가 뭘까?’를 생각합니다. 그런 마 음으로 환자분에게 말을 건네면 이 분도 저를 편 하게 받아들이게 되고 결과적으로 수술까지 잘 이 뤄집니다. 현대의 순교는 평신도에게 희생을 요구 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말씀에 따라 사는 것, 영 성과 기도 생활을 열심히 하는 것이라고 봐요. 우 리가 성지순례를 가는 것도, 살면서 나태해지거나 답답할 때 나를 잘 못 볼 수 있는데, 그때 성지에가 서 기도하면 나를 되돌아볼 수 있게 되잖아요.”

교황님께서는 2년 전 한국의 평신도 지도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우리 사회의 변두리에 사는 사 람들에게 위로하시는 주님을 모셔다 드리는 여러분 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저는 여러분이 인 간 증진이라는 분야에서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 주시 도록 격려합니다. 그리하여 모든 사람이 저마다 품위 있게 일용할 양식을 얻고 자기 가정을 돌보는 기쁨을 누리게 되기를 바랍니다.” 자신의 일터에서 ‘오소서 성령님!’ 을 외치는 길병석 회장은 늘 하느님을 먼저 생각하고자 애쓰는 참 평신도의 모습일 것이다. 그는 어떻게 하느님을 알게 됐을까?

청주 사람들이 신뢰하는 명의 

Q. 언제 하느님을 만나셨습니까? 
“저는 1969년에 세례를 받았어요. 충남대학 교 의과대학 예과 2학년 때입니다. 친구와 성경구 절을 놓고 토론하게 됐는데, 의문 나는 점들이 많 아서 신부님을 찾아가게 됐습니다. 그 때문에 교 리반에 중간에 들어가게 돼서 조금은 속성으로 세 례를 받았습니다. (웃음) 아내인 안나는 모태 신앙 인데, 의료봉사회 활동을 하면서 만났습니다. 1남 1녀를 두었는데, 결혼한 딸과 사위는 신앙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아들은 조금 늦게 군대에서 세례 를 받았어요. 제가 지금 쌍둥이 외손자를 둔 할아 버지인데, 환자들을 위해 집도하고 수술을 합니 다. 가족들 모두가 이렇게 신앙의 뿌리 안에서 살 고, 이렇게 하느님 이야기를 하면서 사는 게 저는 좋습니다.”

Q. 병원 일과 교회 일을 병행하셔야 되니 쉽지는 않으실 것 같습니다. 
“어려운 것은 없어요. 미사도 더 많이 드리고, 기도도 더 많이 하게 돼서 좋습니다. 생각과 행동에서 하느님을 맨 으뜸의 자리에 놓고 신앙으로 살 수 있다는 것은 행복이고요. 제가 본당에서 복 사를 하고 있는데, 미사참례의 기쁨과 치유의 은 총을 경험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평협 회장으 로 봉사할 수 있다는 것은 은총이지요. 다만 지금 도 병원에서 환자를 봐야 하니까 교구의 행사에다 참석하지 못할 때가 많아 죄송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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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살면서 몇 번은 힘든 일도 겪고 고비가 있었 을 텐테, 어떻게 이겨내셨는지요? 
“지금도 그렇지만 고민거리가 있을 때는 성 경을 들춰봅니다. 성경구절 하나가 혼란스러웠던 내 마음을 바꿔주는 경우가 많아요. 어떤 때는 ‘아! 내가 하느님 밖으로 이탈하는 것을 막으려고 이 런 고민을 주셨구나!’ 하고 느낀 적도 있습니다. 제 가 한때 병원이 잘돼서 돈도 제법 모았습니다. 그 래서 병원 외에 교육사업에 뜻을 둔 적이 있었어 요. 하지만 여러 가지 문제가 생겨 갈등만 겪고 접 었던 적이 있었어요. 제 힘만으로는 안 되는 어려 움이 많았습니다. 그때 마음이 심란해서 신부님, 수녀님을 찾아뵀더니 ‘열심히 기도하라.’고만 하세 요. 기도했는데, 하느님이 기도를 바로 들어주시 지는 않더라고요.(웃음) 정말 작정하고 온전히 매달렸더니 해결해 주셨어요. 돌아보니, 그렇게 겪은 어려움마저도 나를 하느님 곁에 머물게 하려는 은 총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내 안에 머물러 있어라.”는 말씀 따라

Q. 꽤 오랫동안 사회에서 봉사생활을 해 오셨더 라고요! 
“글쎄요. 어떻게 하다 보니 그렇게 되더라고 요.(웃음) 개원하고 나서는 청주가톨릭의사회에서 활동하면서 주로 면지역 성당을 다니며 의료봉사 를 했어요. 해외봉사도 마다하지 않고 다니다보니 자원봉사만 3,000 시간을 했더라고요. 로타리클 럽에서 봉사하다 충북 로타리클럽 총재도 지냈고, 얼마 전까지 대한적십자사봉사회 중앙협의회 의 장으로 회원이 14만여 명이나 되는 단체를 맡아서 일했어요. 그리고 이제 다시 교회로 돌아와 평협 회장을 맡게 됐습니다. 베드로도 세 번 주님을 배 반했지요. 저도 여러 번 교회가 아닌 다른 길로 갈 수도 있었는데, 선택의 길에 서 있을 때마다 하느 님께 기도했더니 다 좋은 결정을 내리게 해주셨어 요. 지난해 말에 평협 회장으로 추천을 받았을 때 하느님께서 “그동안 네 기도를 다 들어주었는데, 이래도 너 자꾸 나한테 안 돌아올래?’ 하시는 것 같았어요.(웃음) 하느님께서 ‘이제 밖으로 나가는 사회봉사는 접어두고 내 안에 머물러 있어라 하시 는구나!’ 하는 것을 깨닫고 덥석 받았지요.”

2년 전 사랑의 영성원에서 교황님은 말씀하셨다. “평 신도로서 여러분이 받은 은사는 여러 가지로 많고 또 여러분의 사도직이 다양하지만, 여러분이 하는 모든 일은 현세 질서를 그리스도의 영으로 채우고 완성시 키며 그분의 나라가 오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여 교회 의 사명 수행을 진전시키는 것입니다.” 그렇다. 의사 인 길병석 원장이 지금 청주평협 회장으로 수고하고 있는 것도 “교회의 사명 수행을 진전시키는”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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