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게 살기 위하여

이해인 클라우디아 수녀/ 시인

너는 너답게 나는 나답게
그래서 우리 모두
<답게> 살자고 마음 모아 기도하고
소리 내어 외쳐보기도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왜 자꾸 숨고 싶어지는 걸까요
다른 사람들에게 <답게> 살라고
먼저 말할 수 없는 부끄러움으로
자꾸만 고개를 숙이고 싶어지는 오늘
그래도 우리 함께 모여
각자의 부족함과 부끄러움을 나누면
덜 부끄러울 것 같지 않나요?
다시 잘 해보자고 함께 다짐을 하면
없던 힘도 샘솟을 것 같지 않나요?

<답게> 사는 길로 가는 순례의 길에서
완벽함의 모델이신 예수님처럼 성모님처럼
한 번 더 참아내는 절제를 배우고
한 번 더 양보하는 배려를 배우고
한 번 더 희생하는 사랑을 배우며
꾸준히 선을 실천하는 용기를 지닌다면
<답게>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름답기 위해 필요한 눈물도 흘리고
사랑하기 위해 필요한 시련도 극복하면서
우리는 진정으로 <답게> 사는 연습을
다시 하기로 해요
<답게> 살아서 행복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꿈꾸며
함께 노력하는 우정의 도반들이 되기로 해요

지금껏 살아온 날들을 함께 고마워하는 우리
앞으로 살아갈 날들도 함께 설계하면서
가족 친지 이웃을 불러 모아
오직 사랑 안에서
복을 짓고 복을 나누는 기적을 만들기로 해요
<답게> 살기 위하여 끊임없이 기도하며
최선을 다하는 성실함으로 깨어 사는
믿음의 형제들이 되기로 해요

작지만 아름다운 우리나라
동서남북 방방곡곡에서
사랑의 웃음소리 들려올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답게> 살아야지요
이기심을 버리고
더 순하고 겸손하게
다른 이를 함부로 판단하는
편협하고 차가운 눈길을 거두고
더 부드럽고 따뜻하게
각자의 자리에서 <답게> 살아야지요

선한 마음 갈고 닦고
밝은 웃음 꽃피우며
고운 말씨로 격려하면서
부지런한 발걸음으로
함께 길을 가요, 우리
함께 힘차게 나아가요, 우리

서로 먼저 일상의 삶에서 실천하는
<답게>의 영성이 승리할 수 있도록
그리하여 마침내는
모든 이가 함께 행복할 수 있도록!

(2016.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