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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년 겨울 / 계간 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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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사] 희년의 축복과 기쁨을 함께 나누는 삶
첨부 작성일 2018-04-24 조회 710

회장 인사말

희년의 축복과 기쁨을 함께 나누는 삶

권길중 바오로 한국·서울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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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요한 15,16)


사랑하는 형제자매님. 지금 우리는 교회가 하느님의 창고문을 열고 베풀어 주신 희년의 복된 한 해를 살고 있습니다. 희년을 잘 살기 위해서 선택한 성구는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입니다. 얼핏 보면 우리 삶의 전 과정을 내가 선택한 것처럼 생각되지만 실은 작고 큰 모든 결정은 하느님의 부르심이 었습니다. 이 생각이 바로 ‘성소 의식’입니다.

 

 

어린이처럼 하느님 아버지께 온전히 의탁해야

부부가 서로를 바라보면서 ‘하느님께서 나에게 보내주신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저절로 배우자가 소중해질 것입니다. 자녀들도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신 선물로 받아들일 때 그 아이가 지닌 외모나 능력과 관계없이 참으로 소중한 존재로 바뀌게 될 것입니다. 가정 안에서 서로의 관계가 이렇게 제자리를 찾을 때 희년을 살고 있는 우리의 가정은 모르는 사이에 화목하고 아름다운 공동체로 바뀔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왜 낙태는 안 되는 일인지, 이혼, 졸혼과 같은 말이 성립될 수 없는지 그 이유가 명백해집니다.

 

본당에서의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군에서 제대한 분들이 무용담을 들려주는 것처럼 저는 형제들이 들려주는 신앙 체험담을 자주 듣게 됩니다. 아무도 나를 이끌어 주지 않았지만 어느 날 내 발로 걸어서 가까운 성당을 찾았다든가, 어머니 배속에서부터 숙명처럼 믿게 되었다든가, 친구가 끊임없이 권해서, 혹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을 위해서 등 믿음의 시작은 매우 다양합니다. 그러나 이 다양함 속에 분명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내가 교회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하느님 아버지께서 나를 당신의 교회로 부르셨다(성소)는 것입니다.

 

생각이 여기에 머물게 되면 지금 나는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나를 무한히 사랑하신 하느님 아버지와 어떤 관계인지를 먼저 살펴봐야 할 것입니다. 저는 ‘복음적 어린이’라는 말을 자주 묵상합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늘나라는 이 어린이들과 같은 사람들의 것이다.”(마태 19,14)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린이는 자력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없기 때문에 온전히 부모에게 의존합니다. 우리도 어린이처럼 하느님 아버지께 온전히 의탁해야 할 것입니다. 자신에게 유익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물론 고통스럽고 힘든 일까지도 하느님의 사랑을 온전히 믿고 의탁하며 그분께 감사와 기쁨을 드리는 삶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어린이는 부모로부터 말을 배우고 자신의 모든 것을 말씀드립니다. 우리가 바치는 기도는 모두 아버지 하느님과 나누는 대화입니다. 자주 그분의 말씀인 성경을 읽고 묵상하며 실행한다면 아버지로부터 큰 상을 받게 될 것입 니다. 어린이는 부모님의 가르침을 순수하게 받아들일 줄 압니다. 우리도 하느님의 말씀을 선포하는 교회의 가르침을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교회의 주인은 하느님이십니다. 그분 앞에서는 높은 사람, 낮은 사람이 없습니다. 가난한 사람도 부자도 구별이 없습니다. 모두가 형제요 자매입니다. 밭에 보물이 묻혀 있는 것을 알게 된 사람이 모든 것을 팔아 그 밭을 사는 것처럼 오직 전적인 믿음만 있습니다. 형제들이 모여 서로 사랑하는 곳이 우리 아버지의 교회입니다.

 

우리 신앙의 선조들이 공부를 통해서 하느님을 받아들이게 되었던 시기의 사회는 반상의 구별이 뚜렷하던 시대였습니다. 그러나 그분들은 모두가 하느님 앞에 평등한 형제임을 깨닫고 그렇게 사랑했습니다. 복자인 황일광 시몬은 그 시대에 가장 천하게 여겼던 백정의 신분이었습니다. 그분이 하느님을 믿고 교회공동체에 갔을 때 갓을 쓰고 도포를 입은 양반들이 ‘형제’로 받아들이고 사람으로 존중해 주는 것을 보고 이렇게 말합니다. “나에게는 천국이 두 개가 있다. 하나는 나를 소중한 형제로 맞아들이는 신앙공동체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가 죽어서 가게 되는 하느님의 나라이다.” 우리가 희년을 살면서 건설해야 될 본당공동체가 바로 하느님의 나라를 앞당겨 건설한 그런 곳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희년의 영성은 관계의 회복입니다

이제 일터입니다. 저는 스무 살의 어린 나이부터 교사로 일했습니다. 처음에는 윗분들의 간섭과 박봉 문제를 해결하려고 투쟁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아이들을 지도할 때 괴로울 때가 많았습니다. 천주교로 입교한 뒤부터 지난 일을 되돌아보면서 이 길이 하느님께서 나를 불러주신 길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웠지만 제자들을 대할 때 온전한 기쁨으로 만날 수 있었습니다. 힘들지만 학급이나 분단이라는 단위 조직으로 만나지 않고 학생 개개인의 눈높이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학생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에 나도 행복했습니다.

 

더러는 이런 나를 시샘하는 상사나 동료를 만 나게 됩니다. 그런 때면 나를 이 길로 불러주신 원천인 아버지 하느님께 여쭙니다. 그래서 자주 감실 앞에 앉게 됩니다. 그분은 내 잘못을 단 한 가지도 더 이상 기억하지 않는 분이심을 깨닫습니다. 그래서 그들을 용서하고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대할 수 있게 됩니다. 나에게 이 일을 맡기신 분 역시 하느님이심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충실한 청지기처럼 열심히 공부하고, 공부한 것을 가지고 열심히 학생을 지도하면서 거기에서 행복을 누렸습니다. 결국 30대 중반부터 교육연수원에서 동료 선생님에게 학생을 지도하는 방법, 학습을 효과적으로 지도하는 방법 등을 강의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희년의 영성은 관계의 회복입니다. 가정에서, 교회에서, 일터에서 내가 먼저 그리스도인답게 살 수 있을 때 모든 형제들이 아버지 앞에서 평등을 누리면서 그분을 찬양하게 될 것임을 믿습니다.

 

“주님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어주시니 주님의 영이 내 위에 내리셨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며 눈먼 이들을 다시 보게 하고 억압받는 이들을 해방시켜 내보내며 주님의 은혜로운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루카 4,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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