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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평신도
  • 2018년 봄 / 계간 59호
    평신도 희년과 부활의 기쁨, 평화, 사랑이 온 누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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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만남] 달려라! 기쁜 소식을 전하는 부산평협 사람들
첨부 작성일 2018-04-26 조회 1021

평신도가 만난 평신도
달려라!
기쁜 소식을 전하는
부산평협 사람들

대담·정리 나권일 편집위원

 

도용희 토마스 아퀴나스
부산교구 평협회장

 

2월 24일 토요일 오후, 부산교구 주교좌 성당인 남천 성당을 찾았다. 성모동산을 지나 성당 뒤편의 부산교구청에 들어서니 1층 부산 평협 사무실에 도용희 회장(58)이 미리 나와 기다리고 계셨다. 오전에 도보 성지순례 행사를 마치고 힘드셨을 텐데도 깔끔한 양복 정장으로 갈아입고 서울에서 내려온 형제를 반갑게 맞아주셨다. 만남 내내 진솔한 나눔과 따뜻한 형제애로 열과 성을 다해주신 도용희 회장께 감사드린다.

 

 

●오늘 도보 성지순례를 다녀오셨는데요. 부산의 평신도들은 매달 정해진 시간에 성지순례를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부산 교구민은 평신도가 주체가 되어 가장 오랜 기간 동안 시복, 시성을 지향하며 도보 성지순례를 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시작은 이렇습니다. 지난 2007년 5월에 교구설정 5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3박 4일 일정으로 주교좌 남천 성당에서 출발해 부산지역 주요 신앙 사적지 ~ 울산 언양 지역 신앙 사적지 ~ 밀양을 경유하여 중앙 성당까지 돌아오는 긴 순례길을 걸었습니다. 그것이 시발점이 되어 이 땅에서 신앙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교자들의 시복(諡福)을 지향하며 평신도들이 순례를 시작했습니다. 매달 마지막 토요일에 수영장대순교성지에서 오륜대순교자성지까지 14km에 달하는 거리를 6년(70회) 동안 쉬지 않고 했어요.


그 공로와 기도가 하늘에 닿아서 지난 2014년 8월 16일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방한했을 때, 광화문에서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의 시복식을 가졌습니다. 지금은 매달 마지막 토요일(울산대리구는 둘째 토요일에 복산 성당 ~ 병영 순교성지 구간 순례) 오전 9시에 삼랑진역을 출발해 김범우순교자성지까지 4년째 비가 오나 눈이 오나 7.5km 도보순례를 해오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부산 평신도들은 윤지충 바오로 외 부산교구의 이정식 요한과 양재현 마르티노 두 분 복자가 하루빨리 시성되고, 순교자 김범우를 비롯해 부산 지역에서 순교의 월계관을 쓰신 신앙 선조의 시복을 지향하면서 매달 도보순례를 계속할 것입니다.”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 도보 성지순례
●부산평협 신자들이 남다른 형제애가 있다고 들었는데, 그 이유가 있었군요! 부산평협은 언제 어떻게 시작됐는지요?
“우리 부산교구 평협은 1958년 ‘부산 가톨릭 신자협의회’를 결성하면서 그 역사가 시작되었습니다. 1975년부터는 ‘평신도사도직협의회’를 구성해 지금에 이르고 있지요. 교구장님이 인준한 제 단체 대표들과 각 본당 평협 회장, 그리고 교구장이 지명한 평신도 회원들이 현재 부산평협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부산평협은 교구 내 평신도 사도직 활성화에 역점을 두고 평신도 사도직 제 단체들이 잘될 수 있도록 육성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는데요, 이를 위해 전국기구 및 본당협의체와 유대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황철수 바오로 교구장님의 사목지침에도 적극적으로 협조하면서 또 필요한 사항이 있으면 교구장님께 적극 건의하기도 합니다.”


●지난해는 교구 설정 60년을 맞아 뜻깊은 행사를 개최하신 것으로 압니다. 올해는 어떤 기쁜 사업들을 준비하고 계시는지요?
“네! 아주 중요한 기획 사업이 있습니다. 교구내 본당 124곳을 포함해 교구의 성지 및 신앙 사적지를 순례하는 특별한 사업이 그것입니다. 우리가 멀리 해외를 포함하여 타 지역에 있는 성지순례는 자주 다니면서도 정작 내가 살고 있는 지역 신앙의 뿌리와 본당을 찾아나서는 일에 소홀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바로 가까운 우리 부산교구의 성당들을 올해 한 번 다 순례하자는 생각을 하게 된 겁니다. 그렇게 순례하다 보면 교구
에 대한 사랑이 더해지고 신앙이 성숙해지는 것은 물론, 교구민을 하나로 결속시키는 데도 도움이 되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이번에 관련 책자도 하나 발간했습니다.”

 

 

124개 본당 순례 위한 책자 발간

 

도용희 회장이 잠깐 말을 끊더니 책자를 꺼내 보여 주었다. 「본당순례」 라는 제목의 작은 책자였다. 부산 교구의 각 본당에 대해 소개하고 순례 확인도 받을 수 있게 만든 것이 눈에 띄었다. 순례를 모두 마친 신자들에게는 교구장 주교님의 인증서와 부산교구 평협이 특별히 제작한 기념품을 증정할 계획이라고 했다. 3년 전, 춘천교구에서 만든 교구 본당 성지순례를 벤치마킹했다고 했다. 「본당순례」 순례 책자 외에도 「부산평협」 기관지와 「제 단체 현황」 등 3종의 책자를 발행할 정도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었다.


●부산평협에 대한 자랑 한번 해주시죠!
“우리 부산평협 임원들은 봉사정신이 투철하고 무슨 일을 하더라도 잘해 보자는 분위기가 넘칩니다. 우리 부산교구 관할구역이 부산광역시와 울산광역시 전체, 밀양, 삼랑진, 김해 지역입니다. 행정구역이 다르고 지역이 넓어서 전체가 자주 모여서 정보를 공유하고 의견을 나누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거든요. 그래서 부산과 경남 지역을 11개 지구로, 울산광역시를 3개 지구로 나누어서 총 14개 지구를 관리·운영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우리 부산교구 평협은 격월로 지구 내 본당회장님들의 회의 개최를 적극 권장하고 있는데요, 회의 개최일에는 평협 임원 중 부회장 1명, 분과장 1명이 팀을 이뤄서 회의에 참석해 지구 소식을 듣고 교구의 중요한 소식과 교구장님의 사목방침을 전달하는 일을 오래전부터 실시해 오고 있습니다. 특히 단위 지구별모임이 활성화돼 있습니다. 지구별로 피정도 가고, 단합대회도 하고 음악회도 열면서 자주 모입니다. 단위지구별로 잘 이뤄지고 있는 전통은 한국 가톨릭교회 16개 교구 중에 부산교구가 가장 꾸준하고 체계적인 운영을 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웃음) 또 우리 교구 평협이 주관을 해서 2004년부터 지금까지 14년째 이웃사랑실천에 남다른 숨은 공로자를 발굴해 ‘사랑·봉사상’을 시상하고 있는데요, 지역에서도 아주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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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톨릭 마라톤 대회

 


●올해는 평신도 희년입니다. 각 교구마다 평신도 희년을 경축하고 평협의 정체성을 재확립하기 위해서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는데요, 부산 평협은 어떤 사업 계획을 갖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연초에 우리 평협 상임위원들이 김범우순교자성지 교육관과 피정의 집에서 1박 2일로 피정 겸 연수를 가졌어요. 그곳에서 평신도 희년을 잘 살아내기 위한 실천 다짐을 했는데, 몇 가지 실천사항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첫째는 교구 내 본당 및 성지 순례하기입니다. 교구 내 성당들을 가족과 함께 순례한다면, 가정 성화도 이루고 우리 신앙의 내적 쇄신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둘째, 교구장님 사목지침에따른 실천사항을 잘 지키려고 합니다. 올해 사목지침은 신·망·애 향주삼덕을 통한 본당공동체의 영적쇄신(1) ‘믿음의 해’ 입니다. 우리 평협에서 이를 위한 다양한 교육과 영성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개인이나 단체 별로믿음이 깊어지고 생활이 기쁨으로 이어지도록 할 생각입니다.


셋째, 올 한 해 우리 평협은 이웃과 화해하고 냉담자를 회두 권면하는 데 힘쓸 예정입니다. 아시다시피 오늘날 우리 교회는 커다란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새로 영세하는 이들은 줄고 있고, 미사 참례율은 20% 이하로떨어지고 있습니다. 냉담 교우도 점점 늘어나고 있고요. 그런데 교황님께서 정작 염려하시는 것은 단순한 신자수의 감소가 아니라, 유럽의 교회들처럼 신앙이 사라져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위기는 바로 기회라고 했습니다. 한국 교회에 새로운 전환점이 필요한 이 중요한 시기에 주님께서 ‘평신도 희년’이라는 큰 선물을 내려주셨다고 봅니다. 평신도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주교회의가 희년을 선포하고 교황청이 희년 전대사까지 부여한 사례는 세계 가톨릭 역사에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특별한 은총입니다. 올해 희년을 맞아 우리 평신도의 역할과 사명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라는요한복음 말씀을 주제 성구로 새 복음화의 증인으로 거듭 나라는 준엄한 부르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평신도 희년이 그저 구호나 행사에 그치지 않고 희년 정신의 올바른 실천을 통해 교회의 영적 쇄신에원동력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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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평협 상임위원들이 김범우순교자성지 교육관과 피정의 집에서 1박2일로 가진 연수회.

부산평협은 봉사정신이 투철하고 무슨 일을 하더라도 잘해보자는 분위기가 넘친다.

 

 

7월 21일 부산 평신도대회 개최
●말씀하신 내용에 깊이 공감합니다. 그런 깊은 뜻을 살리기 위해 부산평협이 특별한 사업들을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부산평협은 6월 16일에 평신도 희년 특별기획으로 심포지엄을 마련했습니다. 주제는 공의회문헌 ‘교회에 관한 교의헌장’과 ‘평신도 교령’(또는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사도적 권고 ‘평신도 그리스도인’)을 중심으로기조강연을 하고 사제, 수도자, 평신도가 참여해 열띤 토론을 하기로 했습니다. 7월 21일에는 평신도 희년의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평신도대회’를 개최합니다. 주교좌 남천 성당에서 교구장님 주례로 평신도 희년 감사미사를 봉헌하고 부산교구 순교자 치명 150주년을 기념하며 오륜대순교자성지까지 도보순례를 계획하고있습니다.”


앞서 도보 성지순례 얘기도 있었지만, 사실 도용희 회장은 걷고 뛰는 데는 늘 자신이 있는, 강철 같은 의지의소유자다. 2002년 부산 썸머 비치 울트라 마라톤(100km)을 완주했을 정도다. 마라톤을 매개로 거룩한 교회의 모습을 보고 그리스도의 현존을 느꼈던 경험이 있다고 했다. 부산 용호동에서 ‘도마스 이비인후과의원’을운영하는 도용희 회장은 의학박사 학위를 가진 명의다. 기술이 아닌 인술(仁術)로 치유하는 그는 ‘그리스도인을 치료하는 그리스도인’으로서 환자들이 처한 조건과 상황에 꼭 필요한 ‘굿닥터’가 되고자 노력한다고 했다.그렇다면 도용희 회장을 굿닥터로 만들어낸 뭔가 특별한 사연이 있을 듯했다.


●도 회장님께서 신앙을 갖게 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하느님을 만난 체험담이라기보다는 저의 소소한 신앙고백 두어 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어릴 때 엄한 유교 집안에서 자랐고, 의과대학과 전공의 수련시절에는 바쁘다는 핑계로 신앙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결혼한 후에 제 아내는 저보다 일찍 세례를 받고 신앙생활을 하고 있었지만, 저는 여전히 세속에서 방황하고있었어요. 나름 힘들었던 이비인후과 전문의 과정을 마치고 군의관으로 근무하던 시절에는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푸느라 온갖 스포츠에다 게임, 각종 취미활동에 푹 빠져 살았습니다. 하지만 즐거운 것도 잠시일 뿐, 어느 것 하나 시원하게 저의 영적 갈증을 해소해 주지는 못했지요. 그러던 어느 날 밤에 꿈을 꾸었는데, 꿈속의 누군가가 저를 성당으로 초대하는 게 아닙니까! 그래서 다음날 집 근처의 남천 성당에 무작정 찾아가게 됐는데, 그날이 마침 예비신자 환영식을 하는 날이었습니다. 마치 저를 위한 이벤트라는 느낌을 받았지요.놀랍기도 하고 약간은 설레었습니다. 바로 등록을 해서 6개월 간 하루도 안 빠지고 참석해서 교리를 마쳤습니다. 이듬해 부활절에 김경욱 사도 요한 신부님께 세례를 받고, 그날 병원 개원 축복식도 함께했습니다. 주님께서 돌아온 탕자를 이처럼 따뜻이 받아주셨으니 저는 성령의 이끄심이었다고 감히 확신합니다. 또한 25년 째 무탈하게 ‘5공수사대’(이비인후과 의사)로 이렇게 무사히 활동하게 된 것도 주님의 각별한 보살핌이라 믿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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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평협은 매달 마지막 토요일에 삼랑진역을 출발해 김범우순교자 성지까지

4년째 비가 오나 눈이 오나 7.5km 도보순례를 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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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보 성지순례를 마친 뒤 시상하는 도용희 회장


100km 마라톤 완주의 묵주기도 체험
●특별한 묵주기도 체험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사실 제가 1997~98년 허리디스크로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운동 삼아 달리기를 하게 되었는데요, 날마다 많은 환자를 상담하고 치료해야 하는 제 직업상, 구부러진 자세 교정에도 좋고 단시간에 운동량도 많다는 장점에 매료되어 틈나는 대로 손에 묵주를 들고 기도하며 달리다 보니 어느새 달리기가 일상이 되었습니다. 부산가톨릭마라톤동호회(약칭 가마동)에 가입해 활동하면서 대회에도 곧잘 나가곤 했습니다. 지금까지 하프(21km), 풀코스(42km) 완주 메달만 해도 60여 개에 달할 정도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가마동 담당사제인 오종섭 토마스 아퀴나스 신부님의 권유로 울트라 마라톤에 도전하게 됐지요. 한여름 밤에 해운대를 출발해서 울산 진하해수욕장까지 해안길로 달려가서 돌아오는 코스였습니다. ‘달려라 기쁜 소식을 전하는 사람들’이라는 김수환 추기경님의 친필 휘호가 새겨진 조끼를 입은 가마동 회원들과 밤 무박 2일로 하는 철야기도는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한밤중에 서로 달리면서 한계 체험에 도전하는 정열의 거대한 물결이었습니다. 저는 달리면서 묵주를 꺼내들었습니다. 먼저, 나에게 건강한 몸을 주셔서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허락하신 주님께 감사드렸지요. 그러자 3개월 전에 덜컥 대회 신청을 한 나를 옆에서 지켜보며 내내 마음 졸인 아내 실비아와 아이들(안나와 니콜라오)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리더군요. 주위의 많은 분들이 저의 완주를 위해 격려와 기도를 해주신다니 감사한 마음으로 그분들 한 분 한 분 기억하며 묵주알을 돌렸습니다. 이래저래 벌여놓은 복잡한 현안들을 생각하면서 이 기회에 주님께 지혜도 청해 보았지요. 하느님 사업 한답시고 교회 일을 맡아하면서 본의 아니게 마음에 상처 입힌 봉사자들도 떠오르더군요. 그분들을 진정 사랑하는 마음에서 화해와 용서를 구했습니다. 묵주를 들고 이런저런 지향을 두고 기도하며 달리는 그 순간이 참 행복했습니다.“그래, 바로 이 맛에 달리는 거야!”


온몸이 땀에 젖고 허기가 돌 무렵, 가마동 자원봉사팀이 준비한 시원한 냉콩국을 단숨에 두 그릇을 들이키면서, 고생하시는 분들을 보며 마음속 신앙을 고백했습니다. 하나의 세례자로 다시 태어나서 한 분의 주님을 모시지만, 마라톤을 매개로 성령으로 하나 되는 또 하나의 거룩한 교회공동체의 모습을 보았지요. 그렇게 달리는 현장에서도 그리스도의 현존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날 밤, 그렇게 주님과 함께 달리셨군요! 그래도 100km 마라톤인데 고비가 있었을 것 같은데요.

“네. 밤이 깊어갈수록 잠이 그렇게 쏟아지더군요. 비몽사몽간에 달렸습니다. 그때서야 울트라 마라톤 중에 가장 힘든 건 근력이나 지구력 운동이 아니라 바로 ‘수면과의 싸움’이란 걸 새삼 깨달았습니다. 얼마나 힘이 드는지 이번만 마지막으로 뛰고 다시는 이따위 어리석은 짓을 하지 않으리라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그런데 참으로 신기한 건 손에 쥔 묵주알은 계속 돌고 있었던 겁니다. 한 번에 그토록 묵주 꾸러미를 많이 돌려본 적도없었습니다. 몸은 천근만근 무거웠지만, 어느 순간 마치 구름 위를 떠다니는 느낌이었습니다. 그야말로 밤새달리면서 말로만 들었던 묵주기도의 신비체험을 해본 것이었습니다. 머리로만 알려고 했던 신앙의 기쁨을 온몸으로 체득하며 어렴풋이 맛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묵주기도의 신비한 힘을 자신 있게 고백하고, 내가 가톨릭신앙인이라는 게 그토록 자랑스러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반쯤 넋이 나간 상태로 달리고 또 달려서 마침내 골인 지점에 다다랐습니다. 피니시 라인에 자동 계측음 소리가 “삐~” 하고 들리는 그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환희와 고통과 영광으로 뒤범벅된 눈물을 흘리면서 끝까지 함께 해주신 주님께 무한한 감사와 찬미를 드렸지요. 앞으로도 달릴 때는 더욱 묵주를 열심히 돌리겠다! 그때 한 번 더 다짐했습니다. 이 소중하고 귀한 체험을 오래도록 간직해서 좀 더 성숙한 신앙인으로 거듭나야겠다고 결심했지요.”

 

 

“스스로를 속이지 말자. 남을 사랑하자”
●참으로 감동적입니다. 그런 신앙의 체험이 바탕이 돼 있으니 평협 활동이 회장님께 주는 기쁨이나 보람도 크실 것 같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부족하고 모자란 제자를 부르셔서 사도로 파견하실 땐 당신의 지혜와 은사로 늘 채워주셨습니다. 여러 가지로 부족한 제가 2008년부터 이기대 성당 본당회장으로 부르심을 받아 5년간 봉사하면서 힘들 때도 있었지만, 지나고 보니 크나큰 은총을 받았고, 저의 신앙도 성숙해졌다고 생각했습니다. 한마디로 이제 철이 좀 들었다고 여겨졌습니다.(웃음) 그런데 3년 전에 교구 평협회장이라는 더 큰 소명을 받고서야 “그럼 그렇지! 철이 들려면 아직 멀었구나.”라고 깨달았지요. 그때 떠오른 말씀이 있었습니다. 모세가 하느님의부르심을 받고 “제가 무엇이라고 감히….”라며 뒷걸음질치고 두려워하자 “내가 너와 함께 있겠다.”라고 주님께서 하신 말씀을 듣고서야 비로소 용기를 낼 수 있었지요. 저도 주님께서 저와 함께하신다는 확실한 믿음으로 용기를 냈습니다. 그렇게 항상 주님께서 저와 함께하신다는 믿음이 저에게는 큰 기쁨이자 자랑입니다.”

 

●평협 활동을 통해 회장님 인생에서 얻은 소중한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언제나 기뻐하십시오.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살아가는 여러분에게 바라시는 하느님의 뜻입니다”(1테살 5,16-18). 제가 영세할 때, 신앙 모토로 다짐했던 성구입니다. 이 성구를 가슴에 새기면서 가훈도 함께 정했습니다. 제가 다녔던 고등학교 교훈이기도 한데요. 바로 “스스로를 속이지 말자. 남을 사랑하자.”입니다. 즉 양심을 속이지 말라는 것은 곧 하느님 사랑을 가슴에간직하며 이웃 사랑을 몸으로 실천하자는 가르침입니다. 신앙이 일천한 제가 결코 쉽지 않은 사랑의 계명을 사는 데는 위 성구가 그나마 작은 위안이었습니다. 여러 가지 주님 사업을 하면서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항상 기뻐하고 늘 기도하며 어떤 처지에서든지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려고 애썼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결혼 33주년을 맞는 아내 실비아가 요즘 저에게서 예전에 보지 못한 편안함과 여유가 느껴진다고 합니다. 평협 활동을 통해 굳이 얻은 것을 꼽으라면, 우리 가정 안에 자연스레 자리한 ‘주님의 평화’라고 생각됩니다.”

 


날이 저물고 있었다. 도용희 회장과의 대화는 장소를 옮겨 저녁식사를 하며 계속됐다. “어떤 의사로 남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도 회장은 “도마스 이비인후과에 가면 편안하게 치료받을 수 있고, 영적으로도 위안받을수 있다는 말을 듣는 그런 의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도 회장은 평신도로서 뿐만 아니라의사로서도 존경받기에 충분한 신앙인이라는 생각을 했다. 상경하는 길, 부산평협이 복자 이정식 요한과 양재현 마르티노 두 복자의 시성을 기원하며 만든 기념품이라며 두 복자의 흉상을 조각한 선물을 도 회장이 건넸다. 오늘도 아무것도 드리지 못한 채 두 손 가득 받고만 말았다. 부산을 떠나오는 길, 오늘 같은 세례명을 가진 우리의 만남이 주님께서 보시기에 아름다웠으면 하는 바람을 가슴속에 품어보았다.

 

▲ 부산평협 정기총회 때 인사말 하는 도용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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