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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년 여름 / 계간 6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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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특집] 성소의식 지닌 평신도가 되어야
첨부 작성일 2018-07-08 조회 668

한국평협 설립 50주년 맞이
역대 평협 회장을 만나다 【권길중 회장】
성소의식 지닌 평신도가 되어야
대담·정리 김문태 편집장

 

▲ 권길중 회장

 

 

2018년은 한국천주교 평신도사도직협의회 설립 50주년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하여 역대 평협 회장을 만나 지난 50년을 회상하는 한편, 앞으로의 50년을 전망하는 시간을 갖는다. 때 이른 초여름의 더위가 느껴지던 지난 5월 18일 서울 명동에 자리한 가톨릭회관 5층 평협 사무실에서 권길중 바오로 전 평협 회장을 만났다. 그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제20대와 제21대 평협 회장을 역임하였다. 1940년에 태어나 논산대건고등학교 교사로 출발해 서울 영등포고등학교 교장으로 퇴직하기까지 43년간 청소년 교육에 헌신했다.


●세례는 언제 받으셨는지 말씀해주십시오.
저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개신교 신앙생활을 쭉 해왔어요. 그런데 초등학교에 근무하다가 아는 분이 가톨릭학교에 원서를 내보라고 권고해서 논산대건고등학교에 서류를 냈어요. 그 학교에 최종면접을 하러 갔는데, 제 스스로 개신교 신자라고 밝히고 개종할 의향이 전혀 없다고 고백했어요. 그런데 며칠 뒤에 합격 통보가 온 거예요. 개신교 학교는 목사 추천서가 없으면 서류도 받지 않았을 텐데 정말 의아했어요.


그래서 1964년 2월 말에 출근했는데, 교장선생님이 면접위원장이었던 논산 본당(지금 부창동 본당)의 고 손만재 세례자 요한 신부님에게 인사시키더라고요. 그래서 그 자리에서 다시 한 번 개종 의사가 없다고 말씀드렸지요. 그랬더니 신부님이 괜찮다고 하면서 다만 한 가지, 종교개혁을 가르칠 때 다양한 책의 내용을 함께 소개하며 수업해달라는 거였어요. 신선한 충격이었지요.


그 후에 신부님을 찾아가 성모공경과 성체에 대해 토론하자고 제안했어요. 지는 사람이 이긴 사람의 종교로 개종하자고 하면서요. 그런데 토론하면서 제가 갖고 있던 편견이 다 깨졌어요. 제가 패배를 인정하고 개종하겠다고 하니까 “신부님은 천주님께서 부르시는 방법은 아주 다양하지만, 내기로 하느님을 받아드릴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언제든 그분의 노크 소리가 들리면 그때 오라.”고 해서 또 충격을 받았어요. 그래서 제 발로 논산 본당 사무실에 찾아가 교리반 등록을 했어요. 하느님께서는 참 기이한 방법으로 저를 부르셨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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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란치스코 교황 꽃동네 방문(천주교 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 제공)

 

 

 ●교회활동은 언제부터 하셨는지 말씀해주십시오.
그때는 라틴어 미사를 했는데, 신부님이 영어 미사 테이프를 들려주며 전례를 하나하나 해설해주더라고요. 미사전례에 대한 특별교육을 받은 거지요. 그러고는 숙제로 내준 해설서를 써가지고 가자 칭찬하면서 해설을 시켰어요. 그게 교회 봉사의 시작이에요.


1964년 성탄 때 세례를 받고, 1965년부터 해설을 했어요. 그리고 신부님이 성모님에 대한 신심을 키워주기 위해 레지오 마리애에 입단시켰어요. 그다음에는 꾸리아 서기와 소년 쁘레시디움 단장을 시켰고요. 1966년도에는 사목위원을 하라고 해서 사목위원회 서기 겸 총무를 했지요. 논산군의 기관장 교리반과 초중고등학교 교사 교리반도 맡았고요. 그 당시 미사 때마다 속 시원하게 해설해주는 총각을 눈여겨보던 장모님을 만나 1968년에 결혼 성소도 받았지요.


그리고 1970년에 서울의 공립학교인 옥수여중으로 올라왔어요. 시골에서는 돈이 없어도 교회에서 봉사할 수 있었는데, 서울에 오니까 돈이 없으면 명함을 내밀 수 없었어요. 그래서 몰래 신앙생활을 했는데, 어느 날 오태순 토마스 신부님이 우리 집에 찾아왔어요. 논산의 샬트르 수녀님들이 내가 상경한 걸 오 신부님에게 알렸던 모양이에요. 당시 신당동 본당의 사목회와 교리반이 전부 해산했다는 거예요. 보좌 신부인 자신이 할 수 없으니 제게 본당 주일학교를 재건해달라는 거였어요. 그래서 몰래 주일학교를 복원시켰는데, 그 때문에 주임 신부님의 미움을 많이 받았어요.


그 뒤에 강남 신사동으로 이사했어요. 신설 청담동 본당 사목위원회 전례분과 봉사를 하면서 미사해설을 했어요. 2년 뒤 잠실 본당이 분당되면서 그리 옮겨서 신부님과 일치하여 성전신축 등으로 힘든 시기였지만, 신나고 행복한 봉사의 날들을 봉헌했지요.

 

●평협에서 봉사하시게 된 계기와 지향점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저는 포콜라레라 불리는 마리아사업회 회원이에요. 한국진출 초창기 회원이기 때문에 일이 많아 본당 사목회장을 할 수 없었어요. 그런데 포콜라레 대표들이 외국인이었기 때문에 제가 대신해서 평협 회의에 참가하게 됐어요. 그때 한홍순 회장님이 저를 평협에 추천한 거예요. 그래서 단체분과장과 교육분과장을 하다가 감사를 하고, 부회장을 한 후 2014년에 회장으로 선임됐어요. 저도, 다른 사람도 다 놀랐어요. 우선 나이가 많았고, 그다음에 사회적인 지위가 없었거든요. 그리고 저처럼 돈 없는 사람이 회장이 된 경우가 없었어요. 하지만 그간 교회의 부르심을 거절한 적이 없어서 그 자리에서 수락했지요.


회장이 되고 나니까 하느님께서 제가 약하다는 걸 아시고 좋은 일만 만들어 주시더라고요. 제일 먼저 유경촌 주교님과 정순택 주교님의 서임 소식을 들었고, 다음에 염수정 대주교님이 추기경에 서임됐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그리고 시복식을 위해 방한하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한국 평신도 대표들을 만나고 싶어 한다는 말을 들었어요. 교황님과 평신도 대표 30명이 함께 점심을 들며 얘기를 나누겠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당시 손희송 신부님과 교황방한준비위원회 기획위에서, 그리고 청주교구 장봉훈 주교님과 꽃동네 준비로 함께 일하게 됐지요. 그런데 현지답사 차 한국에 온 바티칸 추기경님들이 시복식 미사를 오후 3시에 하면 복사열 때문에 더워서 안 된다고 해서 미사시간을 오전 10시로 바꿨어요. 평신도 대표들과의 만남을 오후로 바꾸면 점심을 안 해도 돼서 인원을 늘렸어요.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다음에 제자들이 잡은 물고기가 153마리였으니까 평신도 대표도 153명으로 정해 꽃동네에서 교황님을 뵀지요.

 

그 후 기도 중에 ‘너희는 땅과 하늘의 징조는 풀이할 줄 알면서, 이 시대는 어찌하여 풀이할 줄 모르느냐?’(루카 12,56)는 예수님의 꾸짖음이 저와 한국 평신도들에게 주시는 말씀으로 들렸어요. 당시 주교회의에서 나온 통계자료를 보면서 교회의 성장이 둔화되고, 주일미사 참여율이 25%(한국천주교 주교회의에서 발간한 《한국천주교회 통계》에 따르면, 2013년 12월 31일 현재 주일미사 참여비율이 21.2%에 불과했다.)밖에 안 된다는 걸 알았어요. 평신도도 보편사제인데, 주저앉아 있는 평협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지요.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그리스도인답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평협 상임위원회에서 ‘답게살겠습니다’ 운동을 제안했어요. 다른 종교도 운동을 함께 하면 종교에 대한 신뢰도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해 6개 종단에도 제안했지요. 그때부터 천주교를 비롯한 7개 종단이 함께하게 됐어요.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평신도들이 신부님들과 함께 협력사목을 펼칠 줄 몰라서 보편사제직 수행에 매우 미온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발견하게 됐지요.

 

그 이후 평협 50주년을 맞이해 주교회의에 희년 선포를 청원했어요. 2017년 추계주교회의에 의안으로 상정됐는데, 반대 없이 통과됐어요. 저는 주교님들도 이 시대 우리에게 ‘그리스도인답게’ 살 수 있는 기회를 한 번 더 준 것이라고 판단해요.

 

▲ 답게 살겠습니다 선포식

 

 

●평신도의 위상과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한국 평신도 희년’의 성구는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요한 15,16)예요. 이 말씀은 곧 우리가 교회, 가정, 직장 등을 자신이 스스로 선택했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모두 하느님께서 불러주셨고 맺어주신 것이라는 뜻이지요. 사제성소뿐만 아니라 결혼도 성소예요. 하느님께서 배우자를 보내주신 거예요.


직업도 마찬가지로 성소예요. 모든 직업도 하느님께서 불러주신 거예요. 그렇게 생각하면 일하면서 신바람이 나고 행복할 거예요. 결국 세례도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한 것이고, 교회 봉사도 하느님께서 불러주신 일이지요.


교회의 일은 신부님을 위한 일이 아니라 하느님께 영광을 돌리기 위한 일이라는 성소의식을 가지면 좋겠어요. 이런 성소의식은 우리 평신도들이 머무르는 본당과 가정과 직장을 소중하게 여기고 최선을 다해서 사랑하게 해줄 거예요. 우리의 성소가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가득한 공동체로 변화될 때, 우리들의 보편사제직은 충실하게 되겠지요.


그리고 사제와 평신도가 협력사목으로 가야 해요. 교회의 주인은 예수님이에요. 예수님께서 임명한 사도로 보편교회의 최고책임자는 교황님이고, 교구의 책임자는 교구장 주교님이에요. 따라서 교황님과 교구장님의 사목방침에 순명하는 사제, 순명하는 평신도들이 본당 단위에서 서로 협력사목을 펼쳐야 해요. 성당에 들어올 때는 사회적 지위나 빈부나 학력을 다 내려놓고, 사랑하는 본당공동체가 돼야 하지요. 신부님이 부를 때는 하느님께서 부르시는 것으로 알고 ‘예!’라고 대답하고 협력해야 하고, 신부님은 평신도 중에 전문가들이 많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분들을 활용할 줄 아는 사제가 돼야 해요. 그게 바로 협력사목이지요. 이렇게 하면 앞으로 종교를 믿는다면 천주교를 갖겠다는 세상 사람들이 교회로 몰려드는 계기가 될 거고, 쉬고 있는 신자들이 다시 돌아오는 계기가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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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란치스코 교황과 평신도 대표들과의 만남(천주교 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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