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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평신도
  • 2018년 가을 / 계간 61호
    하느님을 향한 시선으로 사랑을 실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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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특집] 희년 단상(禧年斷想)
첨부 작성일 2018-11-29 조회 611

한국평협 설립 50주년 맞이 
희년 단상(禧年斷想) 
박명 토마스 아퀴나스 / 한국·서울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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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21일 대전은 24년 만의 최고 기온 인 35도를 예보했다. 한국천주교 평신도사도직단 체협의회(이하 한평) 창립 50주년 기념행사의 시작 은 연극 <빛으로 나아가다>로 결정했다. 한평에 서 발간한 20세기를 살아간 평신도 이야기 『불꽃 이 향기가 되어』에 등장하는 10명의 평신도 중 김 익진 프란치스코를 선정하여 3월부터 서울대교구 가톨릭연극협회(서가연)가 공연준비에 들어갔다. 기념식 시작 시간이 됐지만, 길이 막혀 교황대 사님과 대전교구장님의 도착이 늦었다. 기념식이 예정시간보다 20분 늦게 시작됐다. 막이 오르고 참석자들은 배우들의 대사와 연기에 집중했다. 조 명 시설도 없고 무선 마이크 사용도 제한돼 걱정 했지만, 성당 내부에 창문이 많아 햇살이 잘 들어 왔을 뿐만 아니라 배우들도 연기에 몰두하여 한숨 을 돌렸다. 그러나 나는 머리가 복잡했다. 당초 계 획보다 30분이 지연되면 여러 교구에서 온 신자 들은 귀가 시간이 늦어질 테고, 대전교구에서 참 석한 신자들도 행사 중간에 자리를 뜰지도 모른다 는 걱정이 앞섰던 것이다. 연극이 끝나자 눈물을 보이는 이도 있었고, 감격을 감추지 못하고 뜨거 운 박수를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연극은 잘 끝났 다. 무대 철거에 있어 무엇보다 안전이 우선이었 다. 제대 중앙 통로에 안전선을 치고 대전교구 봉사자와 한평 임원들이 조용히 무대 철거를 시작했 다. 20여 분 만에 깨끗이 제대가 복구됐다. 그 뒤에 이어진 기념식과 기념미사는 큰 문제 없이 진행됐다. 기념식이 예정보다 10분 단축되 어 5시간의 행사가 아무런 사고 없이 예정대로 끝 났다. ‘한평 창립 50주년’ 기념행사 중 제일 큰 행 사가 끝났다. 하지만 기쁨보다는 오히려 아쉬움이 많았다. 참가자들이 한평 50년의 의미를 얼마나 새기고 갔을까? 희년의 은총과 기쁨을 충분히 나 누었을까? 평신도 사도직 활동이 더욱 성숙할 수 있는 동기를 줬을까? 갑자기 마음이 공허해졌다. 행사를 위한 행사를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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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희년을 맞이해 나 자신을 성찰해 본다. 희 년은 뜻 그대로 경사로운 해다. 모든 것이 제자리 를 찾음으로써 하느님을 찬미하는 해다. 단절된 하느님과의 관계, 이웃과의 관계, 나 자신과의 관 계를 회복함으로써 기쁨이 넘쳐나는 해다. 살아 있는 이들과 연옥 영혼들이 정화하여 기쁨을 나 누는 해다. 그런데 나는 행사를 준비하고 진행하 는 직업인이 됐다. 기쁜 해가 아니라 오히려 귀찮 은 해를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반성해 본 다. 직장을 은퇴하고 여행과 취미활동 등 여유로 운 시간을 계획했다. 학창시절부터 교회활동에 참 가하여 보람된 일도 있었고, 안타까운 일도 경험 했다. 이제 교회 일은 적당한 선까지 참여하고 가 족과 친구들과 여생을 보내는 것을 계획했다. 그 런데 금년 초에 뜻밖의 제안을 받았다. 서울 평협 에서 봉사를 권유받았던 것이다. 하느님으로부터 해방될 계획과 교회 상근 봉사직 중 하나를 선택 해야만 했다. 능력의 한계와 나이로 인한 체력의 저하를 나 스스로 알기에 봉사가 불가함을 설명했 다. 그러나 내심으로는 아직까지 하느님이 불러주 심에 갈등했다. 어떤 선택이 나를 자유롭게 할 것 인가? 결국 여태까지의 경험으로 교회 일을 권유 받고 거절하면 마음이 개운하지 못한 것을 알기에 수락하고 말았다. 한편으로는 감사하고, 한편으 로는 어깨가 무겁다. 특히 희년에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것이 제자리를 찾은 것인지는 아직도 모르겠 다. 하느님은 고통을 통해 더 큰 기쁨을 주신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어렵고 힘 든 일일수록 기쁨이 컸다. 평협에 봉사하면서 이 런 기쁨이 계속 되고 있지만, 귀찮아하면서 지나 친 것은 없는가를 새삼 살펴보게 된다. 희년의 은총 중 하나는 관계회복이다. 관계회복에서 표면적이고 실질적인 회복은 경제적 도움 이다. 한국 평협에서 희년 실천 운동에 관한 실천 사항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열띤 토의 주제 중 하 나가 ‘임차료 동결’이었다. 부동산을 임대하고 있 는 교우들이 희년에는 임차료를 인상하지 말고 동 결하기를 권고하자는 안건이었다. 개인적 여건이 다를 뿐만 아니라 사회의 정상적인 경제활동에 교 회가 관여한다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있었 다. 그러나 희년 정신을 살려 교우들에게 장려해 보자는 것으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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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여러 경로를 통해 ‘임차료 동결’의 실천 사례를 들었다. 기업을 운영 하는 이, 작은 상가를 임대한 이, 월세를 받아 사는 할머니까지 다양한 분들이 참여했다. 희년을 맞아 참으로 보람된 일을 계획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희년 기념 연극의 주인공인 김익진 프란치스 코 선생은 부잣집 아들이었다. 그는 많은 땅을 교 회에 기증하고 농지는 소작인들에게 무상으로 나 누어 주었다. 노년에는 눈이 멀어도 치료할 수 없 을 정도로 청빈을 실천했다. 구약 시대의 희년 은 개인의 능력 차이로 인한 불균등한 경제력을 50년마다 다시 시작하는 경이로운 시간이었다. 교황 프란치스코의 말씀 중 장례행렬에 트럭이 따라가는 것을 보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생각한 사실 이 정도 더위쯤이야…. 한국교회 평신도의 ‘뜨거운 열정’이야말로 교회 초 다. 알면서도 실천이 어려운 것이 경제문제다. 한 편 인간관계에서 발생한 불화를 용서하여 제자리 로 돌려놓는 것도 중요하다. 소위 갑과 을로 구분 되는 관계를 배려와 사랑의 관계로 전환하는 것 이 희년정신이다. 여기서 나는 하느님과의 관계회복을 생각한 다. 개인적 기도시간을 돌이켜보면, 내가 갑이고 하느님을 을로 생각하고 행동한 듯하다. 희년은 못난 작은아들이 아버지의 집으로 맨발로 돌아가 는 시기다. 가정에서, 사회에서 맺힌 원망들을 풀 기 위해 내가 먼저 손을 내미는 거룩한 시기다. 교회는 희년에 가시적 은사로서 전대사를 베푼 다. 보잘것없는 나를 통하여 연옥 영혼이 천상 복 락을 누리는 기쁨을 주시는 것이다. 살아 있는 이 의 기도가 망자의 잠벌을 없애주는 은총을 누릴 수 있다. 하늘나라의 신비에 참여할 수 있으니 이 얼마나 큰 기쁨인가!

이제 희년이 2개월 남짓 남았다. 남은 행사를 생각하면 명절을 맞는 며느리의 심정이다. 은근 히 시간이 빨리 가기를 바란다. 그런데 문득 언 제 다시 희년을 맞이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니 남 은 기간을 허송세월할 수는 없다. 우선 전대사를 청해야겠다. 생각나는 영혼들의 이름을 적어본 다. 삼십여 명이다. 하루에 한 번씩 기도하기에도 바쁜 인원이지만, 실천을 다짐해 본다. 두 번째는 쉬는 교우에 속하는 친구들을 위하여 식사 자리 를 마련하고 싶다. 주변에 쉬는 교우들이 많음을 최근에 알았다. 성당에서 봉사한다고 이야기하면 자신도 쉬는 신자라고 말하는 친구들이 종종 있 다. 금년이 경사로운 해고, 제자리로 돌아올 것을 초대하는 시기임을 그들에게 알려야겠다. 마지막으로 한국 평신도 희년의 주제 성구 “내 가 너를 뽑아 세웠다.”(요한 15,16)를 묵상하고자 한다. 요한복음 15장의 소제목은 ‘나는 참 포도나 무다’이다. “나에게 붙어 있으면서 열매를 맺지 않는 가지는 아버지께서 다 쳐내시고, 열매를 맺 는 가지는 모두 깨끗이 손질하시어 더 많은 열매 를 맺게 하신다.”(15,1-2)고 말씀하신다. 나는 열 매를 맺는 가지인가? 맺었다면 어떤 열매를 맺었 는가? 하느님은 의심과 교만과 방종이 가득한 나 를 쳐내시지 않으셨다. 다시 주제 성구를 천천히 읽어 본다. “내가 너를 뽑아 세웠다.” 갑자기 ‘뽑 아’에서 멈춘다. 예수님이 나를 뽑아(chose) 여기에 있게 하신 것이다. 주님께서 우리 모두를 뽑으셨 다. 희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무심코 보낸 시간 이 이제야 아쉽다. 남은 기간 나를 뽑아 주신 하 느님의 사업에 매진하리라 다짐해 본다.

끝으로 무더위 속에서 평협 50주년 기념행사가 무사히 끝나도록 애쓴 대전교구 평협과 대흥동 본당 봉 사자들, 그리고 수고한 모든 이들에게 희년의 은 총이 가득하길 기도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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