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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평신도
  • 2018년 가을 / 계간 61호
    하느님을 향한 시선으로 사랑을 실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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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야기] 내가 너를 뽑아 세웠다
첨부 작성일 2018-12-19 조회 608

사도직 평신도의 꿈과 희망

내가 너를 뽑아 세웠다
이정희 마리아 / 전주교구 중앙 주교좌성당 사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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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5대째 구교 집안에서 태어났다. 아름답고 오래된 성당, 전동 성당에서 유아세례를 받았고, 전주교구 주교좌성당인 중앙 성당의 전신인 대동 성당일 때부터 여기 다니고 있다. 어렸을 때 조과 만과 를 어떻게 하면 빼먹을까도 궁리했고, 기도하다 꾸벅꾸벅 졸아 엄마 한테 머리를 맞던 때가 바로 엊그제 일 같다. 구교 집안의 자식으로 서 주일에 미사를 가지 않으면 큰일 중의 큰일이었다. 그래서 주일 날 미사를 궐하지 않는 시계추 같은 신앙생활이 이어졌다.

결혼 후엔 집안일과 애들 뒷바라지에 겨우 주 일을 지키는 그야말로 발바닥(?) 신자였다. 그러 던 나에게 김동준 야고보 주임신부님께서 전례부 장을 맡아달라고 제안하셨다. “아이고! 신부님, 저는 아는 사람도 없고 제가 어떻게 해요.” 하니 신부님께서 “마리아는 할 수 있어.” 하셔서 순명 하는 마음만 갖고 전례부장을 하게 되었다. 주일 미사만 겨우 하던 내가 매일미사를 참례하면서부 터 나름 신앙심도 생기는 것 같았다. 전례부 일을 맡아 재미도 생길 즈음에 신부님 께선 여성부장을 맡아 하라고 하셨다. 일단 못한 다고 거절하기 위해 생각나는 핑계로 남편을 내 세우기로 했다. “신부님, 라우렌시오에게 물어볼게요,” 했더니 “물 어보지 마!” 하시 고는 전화를 끊으 셨다. 이때부터 양 심은 나를 질책하 기 시작했다. ‘너 나빠, 언제는 애 들 학교 자모회장 할 때 남편한테 물 어봤느냐? 순명하 는 마음으로 한다 고 할 걸. 왜 나는 단번에 주님의 종이오니 그대로 이루어지소서! 가 안 되나,’ 자책까지 했다. 그런데 신부님의 전화 가 다시 오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다 꼭 한 달 만 에 “생각해 보았느냐?” 하시기에 숨 돌릴 틈도 없 이 “할게요, 모르는 건 물어보면서 할게요.”라고 응답했다. 주교좌 본당인 중앙 성당의 여성부장으 로서 첫 임무는 사제성화의 날 사제 50주년 기념 행사를 주관하는 일이었고, 평소 존경하던 지정환 신부님의 금경축 잔치를 준비해 드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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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준 야고보 신부님은 이번에는 사목회 부 회장이란 중책을 맡기시고는 새 부임지로 떠나셨 다. 이때부터 나는 점점 내가 사는 것이 아니고, 내 안의 성령께서 이끄시고 계심을 몸소 느끼기 시작한 것 같다. 그 뒤 교구 여성연합회 정기총회 때 교구 여성연합회 부회장으로 임명되어 봉사 하였다. 그로부터 4년 후 13대 회장 임명을 앞두 고 이금재 마르코 담당사제께서 회장을 맡아 달 라 제안하셨을 때, 겁이 나서 성체 조배실에서 이 잔이 비켜가기를 눈물로 기도하기도 했다. 그러 던 어느 날 겨울, 전주에 눈이 엄청 와서 밤 사이 에 얼어붙었는데, 미사해설에 늦을까봐 뛰어나가 다 미끄러져 뒤로 넘어져서 정신을 잠깐 잃었다. 그러나 혼자 다시 일어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미사에 늦지 않게 갈 수 있었다. 이 상황을 남편 라우렌시오에게 얘기했다. 전에 신부님께서 교구 연합회장 제안하신 일과 오늘 넘어진 일을 말하 며 “내가 살아 있는 것은 하느님의 일에 봉사하라 고 살려 준 것이니 아무래도 일을 해야 할 것 같 다.”고 말했다. 아무 반응을 하지 않던 남편이 사 흘째 되는 날 “하려거든 잘해!”라고 했습니다.

연합회장을 하는 동안 집안일에 소홀할 때도 단 한 번 불평하지 않았고, 이런저런 행사를 끝낼 때마다 “잘했냐? 잘하라.”는 말로 곁에서 응원해 주었다. 연합회 회장을 하는 동안은 하느님께 사 랑을 받은 시간이었으며 행복했다. 2014년 프란 치스코 교황님께서 우리나라에 오셨을 때 꽃동네 에서 알현하는 영광을 가졌다. 또한 2017년 전주교구 김선태 사도 요한 주교님의 착좌식에서 교 구 여성신자를 대표하여 꽃을 걸어드릴 때의 가 슴 벅찬 경험은 잊지 못할 것 같다. 5년간 교구 여 성연합회 지도신부님이셨던 이태신 토마스 아퀴 나스 신부님의 지도로 교구 여성들을 위한 행사 피정 교육을 이끌었고, 40명을 인솔하여 미국 서 부 여행과 멕시코 과달루페 성모성지 순례를 다 녀왔다. ‘사제와 함께.’라면 걱정이 없다며 맘으로 사제를 얼마나 의지했는지 모른다. 신부님 동행 없이 다낭 성모님 성지 순례 갔을 때는 은근 두려 움이 있었는데, 마침 인천교구에서 파견된 신부 님께서 우리 일행을 자끼우 성당과 성모님 발현 지 라방으로 안내해 주셨다. 거센 빗속에 라방 성 모님께 둘러서서 묵주신공을 바치며 “내 자녀들 아! 아무 걱정 마라. 엄마가 여기 있다.”는 라방 성모님의 메시지를 가슴에 담아왔다. 베트남 다 낭서 귀국하던 그 길로 새 주교님과 함께 어려운 이웃에게 사랑의 김치를 담가서 나누어 주었던 일, 세계 순례대회 봉사하던 일 등 내 일상은 기 도와 순례, 그리고 봉사가 연결고리처럼 이어지 고 있었다.

교구 여성연합회장 임기 5년을 마치면서 이제 대표로 하는 일은 끝나나 싶더니 본당에서 사목 회장이라는 막중한 일을 맡게 되었다. 우리 본당 은 주교좌 본당으로서 완고함이 남아있는 성당이 다. 김원중 안토니오 주임신부님께서 사목회장을 맡아 주었으면 좋겠다고 하셨을 때 어안이 벙벙 했다. 김 신부님께서는 사목회장을 뽑을 때, 성당 뒤편에 함을 놓고 사목회장 후보 추천과 그 이유 를 적어 넣게 하셨다. 많은 분들의 추천 사유 중 ‘이정희 마리아는 하느님과 신부님께 순명한다.’ 가 가장 많았다고 한다. 선친께서 본당에서 사목 회장을 역임하셨던 것도 이유가 되었을 것이다. 그 무렵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실정으로 온 국 민이 촛불을 들 때였다. 잘하면 좋겠지만, 못하면 ‘여자가 그렇지 뭐,’ 할까봐 두려웠다. 하지만 주 님께 먼저 기도하고 선친들의 신앙생활을 기억 하며 신부님께서 사목하시는 데 도와드려야겠다 는 마음으로 감히 수락했다. 이렇게 김원중 안토 니오 신부님은 나를 사목회장으로 임명하시고 새 부임지로 떠나셨다. 김준호 십자가 성 바오로 주 임신부님께서 새로 부임하셨다. 신부님의 사목 방침을 인지하지도 못할 즈음 막내딸이 출산하 여 산후조리를 돕고자 미국으로 가야 했다. 한 달 만에 돌아오니 그 공백이 너무 컸던지 사목회장 인 내가 뭔가 뒤처지고 있다는 위축감이 들었다. 시작도 하기 전에 큰 장벽이 앞을 가려 캄캄한 맘 에 견딜 수가 없었다. ‘여기까지인가! 그만둔다고 해버릴까?’ 만감이 교차할 즈음에 부활을 맞았다. 큰 돌을 치우고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네가 하는 게 아니다. 네가 나를 좀 도와다오.” 하시는 말씀 이 들려왔다. 이렇게 장벽이라는 큰 돌을 밀쳐내 고 부활을 잘 맞을 수 있었다. 신부님과 엠마오를 다녀오면서 ‘하느님과 신부님께 순명하자.’며 초 심으로 돌아가 마음을 다잡았다. 

작년은 우리 본당 설립 70주년, 주교좌 설정 60주년이 되는 해였다. 이해인 수녀님과 김정식 로제리오의 노래와 시의 만남, 뮤지컬 베드로 초 청공연(2회), 바자회, 성가대 기념음악제를 하며 주교님을 모시고 70주년 기념미사를 봉헌했다. 올해는 바자회 수익금을 종잣돈으로 하고 신입을 받아 본당의 천장, 성체조배실, 레지오회관 보수 공사와, 냉난방 전면교체를 하여 깨끗이 단장하 였다. 이 많은 행사를 치르면서 우리 본당 식구들 에게 감사했고, 공동체의 힘으로 못할 것이 없음 도 깨달았다. 그리고 2018년 여름 초·중·고 신 앙학교 및 전신자 성지순례를 일본 나가사키로 가기로 하여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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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년 전 부모님께 안겨 유아세례를 받았던 나 이정희 마리아가 하느님을 향한 끈을 놓지 않고 부르심에 응답하여 오늘날 주교좌본당의 사목회 장 및 교구 평단협 부회장이라는 막중한 직책을 부여받아 수행하고 있다. 주님께서 뽑아 세우실 때마다 두려움이 컸지만, 나에겐 앞서 걸으셨던 부모님의 발자국이 선명하게 각인되어 있기에 넘 어졌다가도 다시 딛고 따르기 쉬웠다. 근검절약 하며 평생을 사셨으나 성당을 짓는 일이라면 앞 장서서 기부하셨으니, 지금도 천호 부활 성당, 작 은 자매의 집 성당, 만경 성당, 치명자산 성직자 묘지를 가면 그분들을 뵈올 수 있을 것 같다. 저 도 당신을 닮고 싶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그리 고 불러 세우시는 나의 하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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