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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평신도
  • 2018년 겨울 / 계간 62호
    희년의 정신으로 새롭게 출발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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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특집] 사도직의 희년
첨부 작성일 2019-01-08 조회 566

희년을 산 사람들 

사도직의 희년 

허정애 엘리사벳 / 한국 레지오마리애 서울 무염시태 세나뚜스 단장

2017년 11월에 평신도 희년 개막미사를 했는 데, 벌써 2018년 11월 폐막의 때가 왔다. 희년의 개막과 폐막은 무슨 의미이며, 평신도의 삶에 시 작은 무엇이고 끝은 무엇일까를 곰곰이 생각하게 됐다. 성경에서 희년을 들여다보니 ‘할 일을 다 마 치고 일에서 해방되어 감격과 환호로 기쁘게 여 유를 즐기는 해’를 뜻한다고 되어 있다. 그렇다면 나는 할 일을 다 마치고 쉬어도 좋을 만큼 희년 을 누려도 되는지 되돌아본다. “쉬어도 좋다.”라 는 응답은 명쾌하지 않다. 하지만 그리스도인으 로서의 삶이 단 하루도 희년이 아니어서도 안 되 고, 시작도 끝도 기억할 여지없이 묵묵히 자기 자 리에서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루카 17,10)라며 주님께서 주신 소명을 깨달아 종의 직분을 충실히 사는 것이 사 도직의 희년을 사는 것임은 분명히 알게 됐다.

 희년을 시작하는 마음은 특별한 결심을 필요 로 하지 않았다. 세나뚜스 단장 소임을 수행하다 보니 어떻게 하면 주님의 뜻을 레지오 단원들의 가슴속에 스며들게 할 수 있는지, 우리가 하는 모 든 활동이 그리스도께서 주시는 사명임을 깨닫게 할 수 있는지, 레지오의 본분에 맞게 단원들이 소 명을 다 할 수 있도록 인도할 수 있는 방법은 무 엇인지, 레지오가 위기라고 하는데 이 위기에서 벗어날 방법은 무엇인지…. 이런저런 생각으로 하루가 숨 가쁘게 돌아갔다.

요즘 레지오 마리애는 현대의 사회구조상 어 려움이 많다는 하소연과 불평을 하며 구태의연 한 모습으로 안주하려는 모습을 종종 보인다. 2000년 전 예수님 시대와 지금의 상황이 다름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예수님 시대 에 우리가 존재하지 않았듯, 지금을 살고 있는 우 리에게 예수님은 과거를 살라고 하지 않으신다는 것이다. 그 어떤 이유나 핑계도 설 곳이 없다는 뜻이다. 평신도인 우리에게 있어 희년은 현재를 살고 있는 지금 이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을 깨닫는 것이다. 이유를 불문하고 성모님처럼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 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라고 말하는 순 명의 자세가 절실히 필요하다.

 나는 2003년에 평신도사도직이 주어지면 누구 나 흔쾌히 응답하지 않고, 피하려고만 하는 분위 기 속에서 꼬미씨움 단장으로 선출됐다. 처음에 는 다른 본당에서 활동한다는 것도 그렇고, 지구 의 타 본당 꾸리아를 이끌 자신도 없어 거절했다. 두 번의 선거를 치르며 계속 선출되는데도 눈물 을 흘리며 거부하고 있는 나 자신을 보고는 참으 로 부끄러웠다. 예수님의 말씀을 전할 때 “주님이 주시는 일은 자신의 선택이 아니니 순명해야 한 다.”고 내 입으로 남에게 말해왔다. 그러나 정작 나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책임지기 싫어 회피하 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랐다.

결국 선출 직후, 승인도 받기 전에 레지오 마 리애 한국 도입 50주년 행사를 치를 목포로 떠났 다. 차량 6대에 단원들과 함께 출발하기 전, 새벽 4시에 일어나 오늘 행사에 잘 다녀올 수 있게 도 와 달라며 오직 하느님께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단장 직책을 마음으로 받아들였으니 이제부터는 웃으며 일할 것이라고 다짐하였다. 차량에 탑승 하자 여기저기서 “저것 봐 저렇게 좋아하면서 왜 안 한다고 내숭을 떠는지…” 하며 수군거리는 소 리가 들렸다. 그때는 어리기도 하고 그런 말을 소 화할 능력도 부족해서 많이 속상해 하며 울고 웃 는 시간을 보냈다. 꼬미씨움 단장 3년을 재임한 6년 동안 10개 본당 3,000여 명의 단원을 5개 본 당씩 묶어 꼬미씨움으로 분할하는 성과를 거두었 다. 꼬미씨움 일을 하며 곳곳에서 암초와 마주쳤 고, 그때마다 지혜가 필요했으며, 나 자신의 부족 함을 느끼는 순간에 기도했다. 그럴 때마다 주님 은 당신께 매달리는 내게 “네 뒤에 내가 있다.”라 고 하시며 위로해주셨다. 기도는 나의 힘이요 방 패였기에 헤쳐 나갈 수 있었다.

그 이후 레지아 회계, 레지아 단장, 세나뚜스 회계, 세나뚜스 단장에 선출될 때에 이유를 대거 나 핑계 대는 병은 사라졌다. 지금도 평의회 방문 을 가서 선거 현장을 보면, 과거의 나처럼 소임을 거부하며 울고불고 하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왜 우리는 주님께서 직분을 주셨을 때 감사의 기쁨 보다 두려움이 앞서는 것일까? 누구를 위한 봉사 인가? 누군가가 해야 될 일을 대신 하는 봉사자들 에게 격려와 용기를 주는 평신도들이 희년을 제 대로 사는 사람들이 아닐까 한다. 나의 아버지께서 나에게 원하시는 것은 딱 한 가지! 무엇이든지 잘하려고 애쓰지 말고 이왕 봉 사하는 것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라는 것이리라. 내 능력으로 하는 것이 아니니 교우들을 대할 때 따뜻한 말 한마디, 용기를 주는 배려심, 그리고 언제나 웃으면서 희망을 주는 사람이 되는 것이 리라. 나뿐만 아니라 본당과 교구에서 겸손하게 봉사하며 곳곳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분들이 많다. 그분들이 바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원동력 이다.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께서는 우리 평신도 들이 함께 손잡고 힘차게 주님의 말씀을 전파하 고, 할 일을 다 마친 종처럼 여유롭게 희년을 살 아가도록 축복해주실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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