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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년 봄 / 계간 63호
    김수환 추기경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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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사] 미사 안에서 하나 되는 신앙인들
첨부 작성일 2019-03-29 조회 517

인사말

 

미사 안에서 하나 되는 신앙인들

 

 

주석 2019-03-29 171207.jpg

손희송 베네딕토

서울대교구 총대리 주교





우리 사회에는 자신의 이익과 편의를 위해서 다른 사람은 아랑곳하지 않는 경향이 점점 더 강해집니다. 예수님은 이처럼 어둠이 깊어지는 세상에서 그리스도 신자들이 빛이 되기를 원하십니다(마태 5,14). 우리가 예수님이 가르쳐주신 핵심계명(마태 22,37-40)에 따라 세상과는 다른 모습으로, 곧 온 마음과 목숨과 정신을 다해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면서 살아간다면, 어둠을 비추는 빛이 될 수 있습니다.


신앙인 각자는 자신의 위치에서 빛이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혼자서 빛의 역할을 하기에는 세상의 저항이 너무 거셉니다. 등불 하나가 주위의 어둠을 밝힐 수는 있지만, 바람이 거세게 불면 꺼져버리기 쉽습니다. 그래서 서로 힘을 합쳐야 합니다. 신앙인 한 사람은 작은 등불의 역할을 하지만, 신앙인들이 모인 교회 공동체는 등대의 역할 을 할 수 있습니다.



 

주님과의 일치, 신자들 간의 일치


 교회가 세상의 어둠을 비추는 든든한 등대가 되려면 신자들이 그리스도 안에서 서로 화합하고 일치해야 합니다. 교회에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이지만, 한 신앙 안에서 하나의 공동체를 이뤄야 합니다. 교회가 하나의 공동체라는 것이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곳이 바로 미사입니다.


 미사 안에서는 주님과의 일치, 그리고 신자들 간의 일치가 드러나고 깊어집니다. 말씀 전례 중에 성경 말씀을 함께 들으면서 하느님과 일치를 이루는 동시에 신자들 서로간의 일치를 이룹니다. 또한 2천년간 지속된 신앙을 고백하면서 하느님과 일치를 이루고, 신자들 서로간의 일치를 이룹니다. 교회가 2천년간 지켜온 신앙이기에, 시간적으로는 우리에 앞선 모든 신자들과 일치하는 것이고, 공간적으로는 전 세계에 퍼져있는 신자들과 일치하는 것입니다. 성찬 전례 중에 성체를 영하면서 그리스도와의 일치, 또한 함께 성체를 영하는 신자들 간의 일치를 이룹니다.


 미사에 참여하여 주님과 일치를 이룬 사람이라면, 그 주님의 뜻에 응답하여 일치와 화합의 사람이 되도록 힘써야 합니다. 예수님은 최후만찬 석상에서 제자들이 서로 하나가 되기를(요한 17,11), 제자들의 말을 듣고 당신을 믿게 될 이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해주시기를 성부께 간절히 기도하셨습니다(요한 17,21). 예수님의 염원에 따 라 신자들 모두는 교회가 일치의 표징이며 도구가 되도록, 그래서 죄로 인해 다툼과 분열로 얼룩진 세상 안에서 빛이 되도록 협력해야 합니다. 신앙인들이 일치와 화합에 어긋나는 ‘육의 행실’, 즉 ‘적개심, 분쟁, 시기, 격분, 이기심, 분열, 분파, 질투’(갈라 5,20)를 일삼는다면, 하느님과 교회를 믿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걸림돌이 됩니다.


 


유혹의 속삭임과 성령의 목소리


 때로는 교회 구성원의 약점과 허물 때문에 교회를 떠나고 싶은 유혹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가 그리스도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고 여겨질 때 실망하거나 비난을 하면서 교회를 등지고 싶은 마음이 들게 됩니다. 어느 중년의 가장도 한때 유혹에 시달렸지만, 다행히 미사 중에 성령의 도움으로 그 위기를 극복했다고 합니다.


 “세례를 받고 2년쯤이었는데, 세례를 받을 당시에는 보이지 않았던 교회에 대한 불만들이 신앙에 조금씩 눈을 뜨게 되면서 보이기 시작했다. 주위의 천주교 신자들의 모습, 공동체의 불합리한 행태, 성경 말씀과는 너무 다른 교회 현실 등을 보면서 조금씩 실망하기 시작했고, 그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견디기가 힘들어졌다. 그러 다가 결정적으로 나의 인내심이 무너진 것은 어떤 신부님에게서 보이는 이해하기 힘든 모습 때문이었다.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제는 천주교를 떠나야겠다고 마음을 굳혔다. 그런데 막상 떠난다고 하니, 어디로 갈 것이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가 막막했다. 그 순간 이럴 때일 수록 하느님께 기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회의 모습이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하느님만은 완전한 분이시니, 이 문제를 놓고 하느님과 의논하는 것은 꼭 필요하다고 느낀 것이다. 그래서 떠난다는 결정을 잠시 보류해 두고 주일 미사에 참여하던 어느 날, 영성체를 하고 돌아오는데 내 마음속에 이런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네가 이제 내 교회의 단점을 이야기하느냐? 너를 여기까지 성장시켜 준 것이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내 교회의 단점을 너에게 보여준 것은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그것은 모두 내가 한 일이다. 너에게 그것을 보여준 이유는 내 교회를 욕하라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위해 일하라는 뜻이다.’ 나는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 같았다. ‘하느님께서 나를 통해, 교회를 새롭게 하려고 나를 부르고 계셨구나. 그런 순간에 오히려 욕하면서 떠나간다면, 그것은 하느님께서 뜻하신 바가 아닐 것이다.’ 그날부터 교회의 비판이나, 떠난다는 생각은 다 집어치우고, 내 가 이런 교회를 위해 무슨 일을 할 것인지 생각했다. 교회의 단점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하느님께서 내게 주신 특별한 은혜였기 때문이다.”


 악의 세력은 항상 그럴듯한 핑계를 대면서 우리를 주님과 교회로부터 멀어지게 만듭니다. 교회 안에서 잘못된 점이 보이면 악의 세력은 이렇게 속삭입니다. “이런 교회에서 무엇을 더 바랄 것이 있느냐? 희망이 없는 교회에서 더 이상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지 말고 떠나가서 편하게 살아라.” 이것은 분명 유혹의 속삭임입니다. 반면에 ‘나도 그리스도의 몸의 지체다. 나를 통해서도 교회가 새롭고 거룩하게 될 수 있다.’라는 생각은 성령의 목소리입니다.


 교회는 단순히 인간들의 집단이 아니라 예수님께서 세우시고 성령께서 인도하시는 공동체입니다. 예수님은 성령을 통해 교회를 거듭 새롭게, 거룩하게 만드십니다. 설사 교회의 일부 구성원, 때로는 지도자들이 잘못하더라도 성령의 은혜로 다른 지체가 거룩하게 되어 교회가 새롭게 됩니다.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께서는 당신 교회가 일치와 화합을 이루기를 원하시면서 은총으로 도와주십니다. 신앙인은 그 은총에 힘입어서 분열과 갈등을 부추기는 유혹의 목소리를 거부하고 일치와 화합의 길을 가야 합니다. 교회가 성령의 인도하심에 따라 사랑 안에서 서로 일치하고 화합하는 공동체가 된다면, 갈등과 분열로 어두워진 세상을 비추는 빛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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