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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년 봄 / 계간 63호
    김수환 추기경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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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특집] 김수환 추기경과의 만남
첨부 작성일 2019-03-29 조회 561

김수환 추기경과 나

 

김수환 추기경과의 만남


김성수 시몬 / 대한성공회 대주교





 옛날에 이천환 주교님과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자주 만나셨는데, 그 당시 저는 이천환 주교님을 모시면서 멀리 떨어져서 김수환 추기경님을 뵐 수 있었죠. 그때는 정말 김수환 추기경님이 높게만 보이고 굉장히 어려운 분으로 생각했었죠. 그런데 나중에 제가 주교가 되고 나서 김수환 추기경님을 만날 일이 있었어요. 그때 추기경님이 천주교는 이러이러한 것들이 문제고 성공회는 이러이러해서 참 좋다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기분이 좋았죠. 우쭐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집에 돌아와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김수환 추기경님은 그냥 나 듣기 좋으라고 하신 말씀인데, 제가 그것을 곧이곧대로 들으면서 좋아했으니 내가 얼마나 못난이예요. 그분은 자신이 바보라고 말씀 하셨는데, 저는 못난이예요. 아주 못난이예요. 어쨌든 그만큼 그분은 말씀을 하실 때, 상대방을 잘 배려하시면서 말씀하시곤 했어요. 배려심이 참 많으신 분이셨어요.



그러고 보니 추기경님 앞에서 못난이같이 행동한 일이 또 있네요.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이 한국을 방문해 주셨을 때였어요. 교황 환영식에서 교황님과 악수를 하면서 인사를 하는데, 추기경님이 사람들을 알아서 잘 소개해 주시고 계셨어요. 저는 제가 잘 하지도 못하는 영어로 저를 직접 소개했는데, 교황님이 제 말을 못 알아들으신 것 같더라고요. 순간 약간 어색했는데, 추기경님이 바로 저를 교황님께 잘 소개해 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가만히 있으면 추기경님이 알아서 잘 소개해 주셨을 텐데, 괜히 제가 나섰던 거죠. 하여간 추기경님 앞에서 제가 참 못난이 짓을 많이 했네요.



그리고 옛날에 명동성당에는 노동자들이 데모를 하러 많이들 왔었잖아요.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어요.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인데, 노동자들 이 바닥에 다 길게 줄지어 앉아 있었죠. 추기경님도 실내에서 모임을 마치고 밖으로 나가는 길이었는데, 비가 오니까 옆에 있는 사람들이 우산을 받쳐줬어요. 그런데 추기경님이 우산을 거절하시는 거예요. 저기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냥 비를 맞으며 있는데, 내가 어떻게 우산을 쓸 수 있겠느냐며 그냥 비를 똑같이 맞으셨어요. 그렇게 따뜻 한 분이셨죠.



또 제가 추기경님께 배운 것이 참 많아요. 추기경님하고는 그래도 비교적 이런저런 일로 뵐 일이 자주 있었는데요. 제가 추기경님을 뵙고 나서 돌아갈 때면 언제나 문밖까지 나와서 배웅을 해주시는 거예요. 그리고 심지어는 제 차가 떠나서 사라질 때까지 들어가지 않으셨죠. 제가 차를 타고 가면서 뒤돌아보면 언제나 그 자리에 그대 로 서서 떠나는 차가 사라질 때까지 배웅해 주셨어요. 어쩌다 한 번이 아니에요. 매번 그러셨어요. 그것이 저에게는 너무 감동이었고요. 그래서 저도 지금까지 손님들이 저를 찾아오면 가실 때 꼭 나가서 그분이 안 보일 때까지 배웅을 해드립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너무 고마워하고 좋게 말씀해 주시는데, 사실 그게 다 추기경님한테 제가 배운 거예요.



그리고 자살방지 캠페인을 위해서 추기경님하고 같이 길에서 나란히 서서 유인물을 시민들에게 나누어 주었던 것도 생각이 나네요. 그런데 사람들이 딱 보면 인품이나 아우라가 느껴지나 봐요. 다 추기경님한테만 받아가는 거예요. 허허허. 그래서 추기경님은 30분도 안돼서 다 나누어 주셨는데, 저는 한 시간을 넘게 해도 유인물이 줄지 를 않아요. 하여간 그만큼 추기경님은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존경을 받는 분이셨죠. 그리고 가까이에서 뵌 추기경님은 정말로 그런 사랑과 존경을 받기에 충분한 분이셨고요.



마지막으로 김수환 추기경님이 돌아가시고 조문을 갔던 기억도 나네요. 정말 많은 분들이 애도하고 슬퍼했죠. 종교를 떠나서 많은 분들이 안타까워하셨어요. 저는 추기경님 조문을 가서 그분의 얼굴을 뵈면서 이렇게 큰 어른이 다시 이 세상에 또 나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시대의 큰 어른 정도가 아니라 앞 세대와 다음 세대를 통틀어도 다시 나기 힘들 만큼 큰 어른이셨죠. 그리고 돌아가신 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시대의 큰 어른이셨던 추기경님을 잊지 않고 기억해 주고 계속 기념해 주는 천주교도 정말 감사해요. 그래야 해요. 잊지 말아야 해요. 우리 사회가 계속해서 그분의 삶을 기억하고 본받으려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누군가 추기경님의 삶을 계속 조명하는 일을 멈추지 말아야 해요. 참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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