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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평신도
  • 2019년 봄 / 계간 63호
    김수환 추기경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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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배움] 음악을 소통의 도구로
첨부 작성일 2019-03-31 조회 555

작가를 감동시킨 작품


음악을 소통의 도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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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현정 엘리사벳 / 영화음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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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션」을 보지 못한 사람은 있어도 ‘이 음악을 한 번도 안 들어본 사람이 있을까’ 할 정도로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음악이 있습니다. 이 선율이 들릴 때면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먼 곳을 바라보며 숭고한 음악에 빠져들게 되는데요. 최근에는 미국 가수 ‘사라 브라이트만’이 가사를 붙여 노래한 ‘넬라 판타지아’ 로 널리 알려진 음악으로, 이탈리아 작곡가 엔리오 모리코 네가 영화 「미션」을 위해 작곡한 기악곡 ‘가브리엘의 오보에’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영화가 개봉했던 1986년, 당시 중학생이던 저는 모처럼 가족과 함께 서울 종로에 위치한 극장으로 나들이를 했습니다. 극장에서 가족이 함께 관람한 몇 편의 영화 중 하나였는데요. 실은 영화의 내용이 난해해서인지 상영시간이 길어서인지 앞부분의 큰 폭포 장면만 열심히 보다 잠들어, 상영이 끝나고서야 깨어나 영화관을 나섰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성인이 되어 다시 접하게 된 이 영화는 제게 잊혀지지 않는 깊은 감명과 진한 여운을 남기게 되었고, 특히 영화음악을 들을 때마다 영화에서 받았던 가슴 벅차 오르는 감동이 다시금 떠오르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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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브리엘의 오보에

 

영화가 시작되면 정신을 차릴 수 없이 커다란 폭포 소리와 화면을 꽉 채운 웅장한 폭포수를 한동안 바라보게 됩니다. 이곳은 남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접경 지대에 위치한 이과수Iguazo 폭포로 세계 3대 폭포 중 하나로 꼽을 만큼 그 규모와 경치가 웅장하다고 합니다. 영화는 1750년 현재의 파라과이, 아르헨티나, 브라질과 인접한 이 지역에 선교활동을 하러 간 스페인의 예수회 신부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입니다. 신부들은 원시의 모습으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던 과라니Guarani 부족 민에게 신앙과 문명을 전하며 도움을 주고자 합니다. 하지만 유럽 내의 정치적 이해관계로, 스페인에 속해 있던 이 지역을 포르투갈이 차지하면서 생겨나게 된 부족민과 신부들의 희생과 참사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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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이과수 폭포 너머에 거주하는 과라니 부족민들이 한 백인남성을 나무 십자가에 매달아 폭포 절벽 아래로 떨어뜨리는 사건으로 시작합니다. 이를 보고 고심하다 그를 파견시킨 장본인이 본인이라며 아찔한 폭포의 절벽을 맨손으로 기어오르는 주인공 가브리엘 신부의 모습이 등장합니다. 위에서 연신 물이 쏟아지는 가파른 절벽의 바위를 힘겹게 하나하나 내딛고 올라서서 마침내 정상에 도달하게 되는데요. 가까스로 벽을 타고 올라와 당도한 수풀 속에서 신부는 준비했던 악기를 꺼내 부품을 조립합니다. 나무로 만든 이 악기는 입으로 불어 소리를 내는 리코더와 비슷한 모양을 했지만, 입술이 닿는 부분에 얇은 대나무 판이 작게 달려 소리가 가늘고 날카로운 게 특징인 ‘오보에’라는 서양 악기입니다. 그는 자신의 동료를 십자가에 매달아 내친 다른 인종의 원주민들 앞에서 떨리는 손으로 준비했던 음악을 연주합니다. 원주민들은 하나 둘 무기를 들고 그를 에워싸며 경계심을 보이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신부가 악기를 불며 차분히 선율을 노래 합니다. 그러자 그들은 잠시 자리에 멈추어 한 번도 접해 본 적 없는 오묘하고 서정적인 선율인 ‘가브리엘의 오보에’ 를 조용히 듣습니다. 이를 보다 못한 한 원주민이 급기야 악기를 부러뜨리며 호통을 칩니다. 하지만 나머지는 부러진 악기를 주워다가 고쳐주려는 듯 이런저런 의논을 하더니 신부를 데리고 마을로 향합니다. 이는 매우 인상 깊은 장면인데요. 언어와 문화가 서로 다른 사람 들이 가장 진실하게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 어쩌면 음악을 노래하는 것이라고 가브리엘 신부는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만국 공용어라고 할 수 있는 음악은 원주민들로 하여금 무기를 내려 놓고 귀를 기울이게 만들던 당시 예수회 신부들의 선교 수단이었다고 영화는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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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게는 약 80미터에 달한다는 이 험준한 폭포 절벽을 오르는 믿을 수 없는 장면이 영화에서 다시 등장하는데요. 이야기의 또 다른 주인공 멘도사가 이번엔 밧줄로 잡동사니를 허리에 매달아 이를 끌어가며 힘겹게 절벽을 기어오릅니다. 그는 본래 과라니 원주민들을 잡아서 시장에 내다 팔던 군인 출신 노예상이었는데요. 자신의 아내 와 내통한 동생을 칼로 찔러 숨지게 한 후, 사형 선고를 바라며 식음을 전폐하다 가브리엘 신부를 만나게 됩니다. 신부는 그에게 속죄의 방법을 제안하고, 이는 무거운 짐을 끌고 폭포의 절벽을 오르는 멘도사의 장면으로 이어집니다. 그냥 맨손으로 절벽을 오르는 것도 보기 힘든데 밧줄로 짐을 끌어 가며 미끄러운 바위를 짚고 오르는 모습은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애처롭게 보입니다. 이를 보다 못한 일행이 밧줄을 끊어 짐을 덜어주려 해보지만, 기어이 자신의 몸에 다시 줄을 연결해 짐을 매달고는 물이 떨어지는 절벽을 미끄러져 가며 힘겹게 한 발 한 발 온 힘을 다해 기어오릅니다. 그런 멘도사의 모습을 가브리엘 신부는 조용히 바라보며 기다려주는데요. 얼마나 올랐을까, 가까스로 짐을 끌고 정상에 도달한 그를 웃으며 반겨주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자신이 그물로 잡아서 시장에 데려다 팔았던 다름 아닌 과라니 원주민들. 멘도사는 그들의 팔에 안겨 그렇게 참았던 눈물을 터뜨립니다.

이후 가브리엘 신부와 멘도사는 과라니 부족과 공동체를 이루며 평화로운 선교활동을 펼치는데요. 포르투갈 군대가 무기를 들고 폭포의 절벽을 올라와 과라니 마을을 공격하게 됩니다. 그리고 몸을 아끼지 않고 군대에 대항하던 그들은 결국 그 자리에서 원주민과 함께 안타까운 최후를 맞이합니다. 롤랑조페 감독, 제레미 아이언스, 로 버트 드 니로가 주연했던 감동적인 서사시는 이렇게 거대한 폭포수를 배경으로 얽히고설킨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연을 담은 ‘가브리엘의 오보에’ 선율은 마치 오랜 시간 이 모든 것을 그저 묵묵히 바라보고 있던 이과수 폭포의 물소리처럼 우리 마음속 깊은 곳까지 잔잔히 울려 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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