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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탐방] 한국 천주교 성지순례 완주기 - 보물지도
첨부 작성일 2019-11-30 조회 207

한국 천주교 성지순례 완주기

- 보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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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신 엘리사벳 / 대전 도룡동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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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지순례 지도


아무 일 없는 듯, 웃어도… 보이는 게 있는가 봅니다.

어느 날 미사 후 수녀님께서 조용히 염려해 주시던 말씀 “뭔 일 있나요?” 들켜버린 마음 부끄러워 한참을 텅 빈 성당에 앉아 있었습니다. 살아가는 일에… 살아내는 일에… 건조한 매일의 시간은 여름날 햇볕에 바짝 녹아내린 상춧잎 같았습니다. 어떤 것으로도 채움 없어… 잡은 끈을 기도라 믿고 촛불 켜 보아도 오히려 온갖 생각들이 아우성치며 숨어있던 한숨들을 들추어내고, 알 수 없는 막막함에 허둥대며 지내던 날에 『한국천주교 성지순례』라는 책이 있음을 듣고 내 안에 조금이라도 있었던 ‘감사’라는 보석을 찾아보려는 용기가 생겼습니다.


본당(도룡동성당) 새벽미사에 주님께 성지순례 시작인사 드리고, 첫 번째 순례지를 솔뫼성지로 시작했습니다.(2015. 7. 26.) 한국 최초 사제이신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지. 솔뫼성지! 사제서품 후 선교사 영입을 위해 백령도 부근에 있는 순위도에 가셨다가 포졸에게 체포되시어 한강 새남터에서 25세 나이에 순교! 솔뫼성지는 김대건 신부님을 비롯해서 신앙과 사상의 자유를 박해받으며 4대를 걸치며 순교하신 곳이라 합니다. 단체피정으로 여러 번 왔던 솔뫼성지이지만 조용히 혼자 시작한 순례시간은 성지 곳곳의 모든 것들에서 모진 고문을 당하면서도 끝까지 신앙에 마음을 쏟으신 선조들의 순교 기운이 울컥 울컥 가슴에 부딪혀 왔었습니다. 짙은 소나무향 가득한 성지의 십자가 기도길에서 심호흡 크게 하니 여름을 부르는 7월 뜨거운 바람마저도 고맙기에 저절로 하느님 감사합니다! 첫 번째 ‘감사’보물을 받았습니다.


성지순례지마다 묵상된 생각을 적어놓고 지도 펴 놓고 나름의 성지순례길 만들어(2015년 순례책 에는 지도가 없었습니다.) 매일 새벽미사 후 (본당에 새벽미사가 없을 때에는 매일 새벽미사가 있는 대사동 성당에서 미사! 봉헌) 간단한 도시락 챙겨들고 어릴 때 소풍에서 보물찾기하는 마음으로 설레는 성지 순례 시간을 만났습니다.

무엇에 홀린 듯…

새털같이 몸이 붕 떠져서 성지를 다녀온 것 같은 시간도 있었지만 낯선 길을 혼자 떠나는 두려움도 많았습니다. 문경새재를 굽이굽이 돌아 찾은 여우목성지. 원주교구의 풍수원성당 순례 후 도착한 여우목성지의 하늘빛은 늦은 오후를 준비하고, 산길 좁은 길 따라 험한 돌길 아래 잡초 무성한 수풀 뒤에 진짜 여우가 숨어 있을 듯했습니다. 하느님, 예수님, 성모님, 엄마, 아버지… 제가 믿을 수 있는 모든 이름을 부르며 신발 벗어 들고 맨발로 뛰어갔습니다. 혼자 느끼는 성지순례에 얻어지는 풍요만큼 두려움도 있었습니다. 살아가는 일에는 ‘득’과 ‘실’이 함께한다는 것이 맞나 봅니다. 지금은 여우목성지의 좁은 산길이 기도하기 좋은 산책길로 잘 정돈되어 있습니다.

 

 

성지에 계신 순교자들의 묘지를 8월의 파란 하늘과 짙은 녹색 나무들이 품어 주는 듯합니다. 다시 찾아간 여우목성지 순례시간은 많은 묵상을 할 수 있었습니다. 십자가 기도길 끝에서 순교자 찬가도 크게 불렀습니다.


교만이 슬며시 마음에서 스멀거릴 땐 저는 성지를 찾습니다. 성지순례하며 기억에 남았던 곳을 다시 다녀보고 있습니다. 발꿈치를 들고 살살 걸어도 삐걱거리는 낡은 바닥 소리에 순교자의 믿음과 고통이 느껴지는 금광리 공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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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지순례 묵상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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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지순례 책




폭염으로 푹푹 찌는 8월 뜨거운 햇볕을 검정 우산으로 가리고 계셨던 신부님들의 뒷모습에서 일상의 순교를 느꼈던 은이성지. 신부님께서는 “모두들 바다 산으로 피서를 갔는데 어찌 왔나요?” 웃으시며 풀이 무성한 성지 마당 가운데 있는 나무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 김대건 신부님께서 최초 서양인 선교사 모방 베드로 신부님께 세례 받았던 장소라고 알려주셨고 은이성지에 김가항 성당 원형복원 공사를 위한 성전 기공식도 있다고 알려주셨는데 참석 못 했던 아쉬움이 남아 있습니다. 지금은 한옥으로 지어진 김대건 신부님 기념관과 신부님께서 사제서품 받으신 중국 상하이의 김가항 성당을 복원한 은이성지의 성당에서 처음(2015년) 순례 때와는 다른 묵상을 할 수 있었습니다. 김성현 라파엘 신부님, 이창준 로사리오 신부님께 미사 후 안수 받은 성령 기운을 김대건 신부님께서 세례 받으셨다는 세례터 나무 아래 앉아 감사의 보물들을 차근차근 마음에 담아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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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새바위성지 무덤경당에서 만난 빛의 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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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뫼성지 십자가의 길 11처(예수님께서 못 박히심을 묵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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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새바위성지 부활경당에서 기도하는 꼬마 아가씨

 

 

성지순례 시간을 갖다보면 고요히 마음 안에 담아 두어야 하는 체험과 느낌들이 곳곳의 성지마 다 달랐습니다. 해외 성지순례 때와는 다른 아련한 아픔이 느껴왔습니다. 8월의 피서철 성지는 대부분 조용했습니다. 고요한 성당에 앉아 있다 보면 온갖 생각들이 여름날 소나기 내리듯 후드득 후드득 생각에서 내려져 그냥 마음속이 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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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지순례 흔적



성지순례를 하면서 막연하게 알고 있었던 순교자들의 삶을 알게 되면서 그동안 안일하게 당연한 듯 무심히 성호경을 그었던 나의 기도들이 부끄럽습니다. 마음이 창피하고 게을러지려고 하면 황새바위 순교성지를 자주 찾아갑니다. 교만을 누르고 겸손의 교훈을 주는 좁은 바위문을 지나면 배교를 거절하고 목에 커다란 항쇄를 쓴 채 처참 하게 처형당했다는 순교자의 피가 느껴지는 순교 탑이 있는 황새바위성지. 이름 밝혀진 순교자는 337명. 무명의 순교자는 무수히 많다는 순교성지 입니다. 성지를 갈 때마다 받는 기도의 힘을 얻게 됩니다. 어느 성지에서나 기도길에서는 많은 감사의 선물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황새바위 순교성지의 무덤경당에서는 빛의 신비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모진 고문에 피 흘리며 배교를 이겨낸 순교자들의 굳건한 신앙의 혼이 담겨있는 것 같은 4천여 점의 백자도자기를 평판화가 있는 부활경당.


성지순례를 하시는 교우들이 무심히 들어갔다가 무언지 모를 에너지를 느꼈다 합니다. 1,250도의 뜨거운 불가마 속에서 구워져 나온 백자도자기 평판화는 순례자의 기도 마음을 모으는 듯합니다. 일곱 살 손녀 엘리사벳도 손을 모으고 있었습니다. 부활경당 입구에 알림글이 자세하게 있는데 어느 순례자가 정확하지 않은 내용을 전했지만 다시 바르게 정리된 것이 그래도 성지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계신 것에 다행이고 감사함입니다. 모두는 조심스레 정보를 다루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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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이성지 성당에서 예수회 신부님들과

 


성지순례 111곳. 어느 곳 하나하나 애달프지 않은 곳이 없었습니다. 저는 순례를 하면서 모든 것에 감사할 수 있는 마음, 훈련되는 피정시간이 었습니다. 좁고 얕은 굴속에 모여 신앙의 박해를 피했다는 죽림굴성지! 골짜기 골짜기의 깊고 깊은 산속에서 숨어 지냈을 텐데… 아마도 누군가 얼마 안 되는 식량을 얻는 대가로 밀고하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배낭 속 도시락을 먹는 것도 망설였던 순례시간이었습니다. 순례를 하면서 낡고 반들거려진 신발. 뒷굽이 떨어져 용감하게 벗어 들을 수 있었던 마음이 신앙의 자유와 미사와 성체의 소중함을 깨닫게 했습니다. 신앙의 선조들께서 고귀한 순교선혈로 지켜내신 신앙에 감사합니다. 턱밑으로 성의 없이 긋던 성호경! 이제 크게 크게 어깨 높이로 합니다. 갖가지 고문 방법에 살이 찢기어 떨어져도 주님 사랑을 놓지 않으셨던 순교자의 마음을 기억하면서 기도의 밧줄 놓치지 않으려 매일 감사의 계단을 만들고 있습니다. 성지는 지나다가 들러보는 관광지가 아닌 순교자의 숭고한 신앙을 만나볼 수 있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고 다시 한 번 다짐했습니다.

 

 

“나는 너를 영원한 사랑으로 사랑하였다.”(예레 31,3)

 

주님 저희는 당신의 도우심 없이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저희의 기도를 들어 주소서!

 

 

성지순례에 받았던 감사의 선물들을 갖고 가을이 시작되는 9월에 성지순례를 다시 시작하려 책장에서 성지순례 지도를 찾았습니다. 이번에는 어떤 선물을 성지에서 만날 수 있을지 벌써부터 마음속 단맛이 일어납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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